새벽 3시 30분에 집을 나서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할 것 같아 늦은 밤 블로그에 머물고 있다. 이 글이 열릴 때면, 우리 일행은 이미 인천국제공항을 향해 달리는 버스안에 있을 것이다.
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 출발시간이 오전 9시 30분, 이 시간에 맞추기 위해 우리는 서둘러야 한다. 최근 눈이 많이 내린 관계로 빙판길 도로임을 감안하여 집을 나서는 시간이 앞으로 더 당겨졌다.
연말연시가 되면 멀리 떨어져 있던 가족들도 함께 하기 위해 집으로 돌아올 판에, 우린 뜻밖에도 이 시기에 해외여행이라니... 더구나 성수기때라 비용도 가장 비쌀 때 말이다. 우리 일행이 요구하는 날짜에 맞춰 일정을 짜주던 여행사측에서도 의아하게 여기며, 크리스마스전에 돌아오는 행보... 혹은 1월 10일 넘어서 나갈 것을 몇차례 권할 정도로, 비지니스 관계도 아니면서 왜 하필이면 이 시기에 일정을 잡았는지 재점검을 요구했다.
우리의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이 갖는 의문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그동안 성실하게 열심히 일한 서민가정의 가장들로 구성된 회원들로, 우리 일행 중에는 해외여행이 처음인 사람들이 더 많다.
연말연시의 해외풍경을 즐기고자?
부자라서 비싼 경비쯤이야?
......
절대로 아니올시다. 우리도 경비를 아까운 줄 아는 알뜰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연말연시를 끼운 일정을 잡을 수 밖에 없었을까?
우리 모임의 구성원이 된 남자들이 하는 일의 성격상, 이 시기가 아니면 도저히 많은 시간을 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남편 동료들이니까 대부분의 남편이 운전과 연관된 직업군이다. 기업의 화물을 운송하는 대형트럭 차주이자 운전기사로써 좀처럼 스스로 휴가를 만들지 못하는 사람들이 모여 피해(일을 안한만큼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잡은 이 시기가 가장 적합했기 때문이다.
겨울철엔 눈도 많이 내리고, 더구나 연말연시엔 기업들도 휴무에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억지로라도 쉬는 날이 하루, 이틀정도는 타의에 의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이 틈을 이용하여 생애 큰맘먹고 첫 해외여행을 시도하기로 작정한 것이다.
직업의 특성상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에만 열중했지 제대로 쉬어보거나 자신의 취미나 여유를 부려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열심히 일만 했던 사람들이라 이런 모임을 만드는 것도 쉽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많은 경비를 들여 해외여행을 꿈꾼다는 것이 사치로 여겨져 많이 망설이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 일행보다도 불성실하며 돈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실컷 누릴 것 누리고 사는 부류들도 있기에 '열심히 일한 당신, 스스로에게 휴가를 주라'... 서로를 위안하며 자기애를 발휘하게 된 것이다.
연말연시엔 호텔 투숙객들에게 강매는 아니라고 하지만 일년에 단 한번인 이 시즌엔, 원하지 않아도 갈라디너까지 곁들여짐으로써 서민가정의 우리들에겐 아무래도 무리한 비용지출이 따르지만, 우리 스스로 칭찬하며 호사를 누려보기로 했다.
일상탈출을 꿈꿀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 남편에게 감사하며, 부부동반으로 나서게 된 해외여행이 즐거움과, 삶에 새로운 활력소로 특히나 울남편에게 또 다른 시선의 좋은 밑거름이 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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