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기념일(24)을 맞아 드디어 비행기 타게 된 남편
오늘로 저희 부부는 결혼한 지 만 24년이 되었습니다.
외모만 보고 짐작하기에는 제가 이런 날을 잘 챙기며 깐깐하게 굴것 같은 이미지로 여기지만, 사실은 전혀 아니라서 친구들이 놀랍니다. 생일도 거창한 이벤트 없습니다. 잊지않고 미역국 먹으면 되고, 기념일이라고 뭐 별날 게 있나? 기억하고 소중한 줄 알면 되는 거지 뭐 이런 정도입니다.
어르신들의 생신과 기일은 꼭 챙기지만, 남편과 제가 이룬 가정에 태어난 아이들과 이룬 우리끼리 가족공간에서는 기억하는 것으로 만족한 분위기 정도입니다.
그런데...
20년째부터는 생각이 좀 달라지더군요.
삶이 그리 여유롭지는 않으나 아이들 키우느라, 학자금 마련하느라, 아둥바둥 거릴 때는 무심히 지나쳤지만 약간의 심적 여유가 생기자 주변의 사는 모습이 귀에 들리더군요.
저는 꿈을 꾸었습니다.
5년 후 25주년이 되는 해에는, 꼭 울남편 비행기를 태우리라~!
우리가족 중에서 아들이 가장 먼저 비행기를 타봤습니다. 아들 초6학년(1999년), 학교에서 제주도를 가게 된 프로그램에 동참시켰지요. 이후 딸 중2(2005년)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필리핀으로 어학연수 갈 때에 비행기를 탔고, 제가 2005년 2월 여고동창생들과 20년 모은 회비로 일본여행갈 때 비행기를 탔지요.
그후 남편을 비행기 태우고자 다양한 시도를 했으나 늘 불발로 끝나는 바람에 제가 소망했습니다. 당사자인 남편은 별 생각이 없는데 제가 남편을 꼭 비행기 태우고 싶어 안달이 났지요. 늘 일만하는 남편이 안쓰러웠기 때문입니다. 살아서 평범하나마 남들이 하는 것은 흉내라도 내보기를 바랐지요. 그래서 어떤 구성(부부, 가족여행)이 되던지 간에 꼭 남편을 비행기 태우리라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준비를 하고 있었지요. 경비도 마음도...
무엇보다 무슨 일을 실천에 옮기기 전에 남편을 설득하는 일이 쉽지 않아, 수시로 주입을 시켰습니다.
"당신을 꼭 비행기 태울거다. 우리부부가 되었건 우리애들과 함께하는 가족여행이 되었건 간에 말이야."
"왜? 내가 비행기 안타 본게 그렇게 맘에 걸려?"
"당근이지. 옛날에는 특별한 사람만 탔으니 꿈도 못꾸었지만, 요즘 세상은 안그렇잖아. 그러니 당신도 비행기 타봐야 할 거 아냐. 언제가 되었던 간에 꼭 당신을 비행기 태울거다."
"어딜 그리 가고 싶어서 자꾸 나를 파는거야?"
"그런거 아냐. 내가 가고싶다기 보다는 당신과 함께라면 좋겠다는 거지. 목적지 없어. 그건 나중에 정해지겠지 뭐^^"
그런데 울남편 이런 저의 생각이 부담스러웠는지 아니면, 기특하게 고맙게 생각되었는지 알수 없지만 엉뚱한 일을 저질렀습니다. 재작년에 동료들에게 해외여행모임을 만들자고 제안한 것입니다.
그리하여 뜻이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서 부부동행 해외여행계를 만들게 되었고, 그 뜻을 이번 연말에 이루게 되어 29일 새벽에 집을 나서게 되었습니다. 정말 뜻밖이었지요. 25주년을 대비했던 저의 계획과는 달리 일년 앞섰을 뿐만 아니라, 제가 아닌 남편이 주선한 것이 되었다는 점이 우리모녀 두고두고 신기하게 여기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한다면 한다'는 남편의 의지를 보여준 결과에도 놀랐구요. 더불어 결혼기념일 날짜에 맞추려 했던 28일 비행기표를 구하기 힘들다는 여행사의 요청에 따라 하루 미루어지긴 했으나 제가 아닌, 남편에 의한 여행과 비행기 탑승이란 점을 강조하며 은근히 뿜내는 남편덕에, 일년 앞당겨 단순하지만 간절했던 서민의 꿈을 이루게 된 것입니다.
간절하면 이루어진다는 긍정의 힘을 또 다시 굳게 믿는 계기가 됩니다.
행선지는 캄보디아에 있는 앙코르왓과 태국 파타야입니다.
최근 두통으로 말미암아 걱정이 되었지만 다 나았고, 아이들 방학과 더불어 공부방 방학을 이용하여 다녀올수 있게 되었습니다.
연말연시를 가족과 함께~!
가 아니라 해외에서 울남편 동료들과 보내게 된 2010과 2011은 제 인생의 또 다른 의미와 추억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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