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으로 알려져 방송출연까지 했다는 입소문을 들은 우리 부부는 일부러 그 식당을 찾아갔습니다. 맛에 대한 기대감과 더불어 카메라도 챙겨서.
도착 후 음식을 시켜놓고 기다리는데 먼저 반찬이 나왔습니다. 카메라를 들이대는 데 남편이 수저통에서 수저를 꺼내 식탁위에 놓고는 저를 바라보며
"여보, 언제 끝나?"
"지금^^"
"^^"
남편이 차려진 반찬을 먹어보려 물은 것입니다. 맛집으로 유명세를 탄 식당이라 해서 리뷰를 써볼까? 카메라를 챙긴 제 마음을 아는 남편의 배려심이 고맙습니다. 곧이어 주요리가 나왔습니다.
"여보, 잠깐만 기다려줘."
하고는 미숙한 솜씨지만 이리 저리 찍은 후, 남편이 든 젓가락을 모델삼아 음식을 이렇게 들어 올려라 요렇게 찝어라 등... 카메라작업을 끝낸 후 가방에 넣고는 식사에 열중했습니다.
맛났습니다. 여러사람의 입소문이 가장 정확한 정보임을 만족해하며 맛있게 먹었습니다.
포만감을 느낄 정도로 먹었을 즈음, 실수로 젓가락을 떨어뜨리게 되었고, 새 젓가락을 꺼내려고 수저통을 제 앞으로 옮겨 젓가락을 꺼냈습니다. 요기까지만!! 정말 요기에서 동작을 멈춰야했는데... 요것이 실수였습니다. 사실은 놀랄 일이지만, 저는 놀람보다는 후회하는 마음이 컸음은, 음식맛은 괜찮았기 때문입니다.
음식은 맛나게 거의 다 먹었는데... 젓가락을 꺼낸 후 수저통 뚜껑을 덮으려다 무심코 저도 모르게 뚜껑을 젖힌 것입니다.
"으~~"
놀랐습니다. 외관상으로 볼때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부분인데... 수저통 뚜껑 안쪽 투명한 부분과 나무의 경계선에 끼인 때(?)를 보게 된 것입니다. 곰팡이(?) 같기도 하고...
'설마 투명해 보이는 유리뚜껑에 곰팡이가~~~~ 흐미...'
여러분 눈엔 뭘로 보입니까?
오래된 묵은 때처럼 보이기도 하고, 어찌보면 곰팡이같기도 하고...
감히 휴지나 수건을 갖다댈 엄두를 내지 못하겠더군요.
이 수저통에서 꺼낸 숟가락과 젓가락을 사용해서 이미 음식은 거의 다 먹은 상태였거든요.
의문이 꼬리를 물었습니다.
'수저가 담겨 있는 안쪽은 어떨까?'
'뚜껑이라 소홀했을까?'
'어쩌면 수저담긴 통 안쪽은 더 엉망일 수도 있을거야'
많이 망설였습니다.
'수저를 다 들어서 안쪽상태가 어떤지 한번 볼까? 말까?'
젓가락을 꺼내다가 갑자기 카메라를 꺼내 수저통을 찍고 있는 저를 본 남편이
"뭐해?"
하고 묻는데, 이미 맛나게 거의 다 먹은 남편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서
"아무 것도 아냐^^"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은데... 뭘 본거야?"
하면서 관심을 보입니다.
"아녀. 나무수저통이 운치가 있어 보여서 찍은거야."
"그런 것도 글 소재가 돼?"
하고 묻습니다.
"하기 나름이니까 ㅎㅎㅎ"
대충 얼버무렸습니다. 맛나게 먹은 음식에 대해 안좋은 인상을 남기는 것은 저만으로 끝내고 싶었습니다.
플라스틱 수저통에 비해 나무로 된 수저통이 분위기상 좀 괜찮아 보인다고 여겼는데... 관리가 힘든걸까요?
사용한 많은 수저를 씻어 말린 후 담기 전에, 수저통은 따로 세척하지 않았음이 증명된 셈입니다.
뚜껑이라서 무심했던 걸까요?
아무것도 모르고 먹은 음식은 소문대로 맛났습니다.
.
.
.
다음에 또 찾을련지는 모르겠지만... 혹시나 기회가 된다면, 그때는 제가 메모해서 조용히 주인한테 알려주고 싶은 심정입니다. 첫방문때는 너무 당황스러워서 그냥 나왔지만요. 맛집의 유명세에 걸맞게 청결했으면 참 좋은 인상을 남겼을 식당이었는데... 미련은 남지만 맛집소개로 올리려고 찍었던 사진은 올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저는 앞으로 어떤 식당을 이용하던 간에, 맨 먼저 수저통 위생부터 보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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