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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리찾아서

딸이 무척 아쉬워하는 사라진 기차속 풍경




타도시에 볼일이 생겨 기차를 이용하게 되었는데, 동행한 딸이 무척 좋아했습니다.
 "기차 타보는 게 도대체 얼마만이야^^"
 "그렇게 오래 되었어?"
 "응. 꽤 된 것 같아."
 "그래에~~?
 "너 엄마랑 몇년전에 부산같이 간 적 있잖아. 그때 기차탔잖아."
 "그랬나.. 그런데 왜 이렇게 오래된 느낌이 들어. 그때 내가 엄마한테 초등 4학년때 이야기 했었어?"
 "무슨 이야기?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없었던 거 같은데..."
 "엄마, 나 기차에 얽힌 후회스런 이야기 있다아."
 "그래에~~"
 "나 기차타면 꼭 해보고 싶은 게 있었어."
 "뭔데?"
 "그런데 그때의 기억이 왜 이제 생각나지? 엄마랑 부산갈때 생각이 안나고..."
 "무슨 일인데?"
 "기차통로를 오가는 작은 수레에서 과자 사는 거^^"
 "네가 말하는 그 수레, 지금은 사라졌는데."
 "진짜?"
 "그래. 대신에 기차에 카페라는 공간을 만들어 놓은 곳에 자판기가 있어."
 "뭐라구@.@ 그럼 나 어떡해..."
 "어떡하긴 자판기 이용해서 사먹으면 되지."
 "그게 아닌데... 나 꼭 그 수레에 있는 과자 사보고 싶었는데..."
 "우리딸 왜 그게 그렇게 하고 싶었대?"
 "예전에 못해봐서 그래. 언젠가 기차타면 꼭 하리라 다짐했던거야."
 "얼마나 하고 싶었으면... 그럼 그 당시에 사먹지 그랬니?"
 "참았어. "
 "왜?"
 "돈이 아까워서 그랬던 거 같아.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참 바보같다고 생각 돼. 다른 애들이 과자 사먹는 모습을 보며 부러워만 했던게..."
 "그때가 언제였어?"
 "나 수영선수로 뽑혀서 청주갈때야."
 
우리딸 초등 4학년 시절, 수영을 시작하고 얼마지나지 않아 우리고장의 초등부 수영선수(평영)로 뽑혀 타고장에서 열리는 도내소년체전에 출전하게 되었을 때의 일이랍니다. 그때만 해도 수영을 하던 아이들이 별로 없었던 시기라 선수랄 것도 없이 약간 두각을 드러낸 것이 요인이 되어 선수가 되었던 것이죠.
요즘은 선수들만 태운 버스로 이동하지만, 10여년전에는 기차로 어린 선수들을 이동시켰던... 그야말로 옛날이야기처럼 들리는 때에 겪은 울딸의 기차속 추억을 회상하며 들려준 이야기를 옮기며 코끝이 찡함을 느낍니다.

요즘은 기차에서 사라진 풍경이 되었지만, 예전에는 작은 수레에 과자를 가득 담고 기차통로를 오가며 과자를 파는 아저씨가 있었습니다. 타학교의 아이들과 섞여서 경기가 열릴 도시로 이동하는 기차안에서 아이들은 작은 수레속에 담긴 과자를 사서 먹는 모습을 무척 부러운 눈으로 지켜봤다고 딸이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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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칸으로 데리고 가서 그 당시에 먹고 싶어했던 과자를 사라고 했습니다.
딸은 꼼꼼하게 짚어가며 보더니
 "엄마, 그 과자 없어."
 "잘 살펴봐."
 "나 끝내 그 과자를 기차안에서 못먹어 보는 아쉬움을 남기고 마네..."
딸이 찾던 과자가 없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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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시선을 받지 않고서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마련된 미니 카페공간입니다.
울딸 이 공간이 생김으로 사라진 그 작은 수레에 담긴 과자와 아저씨를 몹시 그리워했습니다.
알고 보니 과자보다는 그 모습을 연출해보지 못한 아쉬움이 무척 컸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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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4학년 시절에 남들과 같이 해보고 싶었던 일을 못해보고 가슴속에 꼭꼭 접어두었던 일을 못해본 딸의 바람을 들어주고 싶었지만, 이제는 사라진 기차속 풍경을 재현할 길이 없어 마음한켠이 짠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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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기차안에서 사먹으려고 벼르고 벼렸던 과자를 마트에서 구입해 돌아와서는, 후회를 하며 아쉬운 마음을 달래야만 했습니다. 딸이 한 마디 더 합니다.
"엄마, 과자 포장지도 바뀌었어......"

초등학교 4학년, 또래와 같은 행동을 했어도 되었을 것을... 어리다면 어린 나이에 절약하는 것부터 몸에 익힌 탓에 세월이 흐르고 난 뒤 아쉬움을 더 크게 남기게 된 딸은, 절제가 좋은 것만은 아님을 깨달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