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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교육

미행충동을 느끼게 했던 기숙사 룸메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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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딸 올봄에 대학 신입생이 되어 타지에 있는 학교의 기숙사 방 배정을 받을 당시만 해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때가 생각납니다.
방배정표를 보니 2학년 선배랑 룸메이트가 되어 있었습니다. 우리모녀는 혹시라도 선배랍시고 군기라도 잡으면 어쩌나 하는 염려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지요. 배정받은 방청소를 마친후, 룸메언니가 나타나기를 기다렸습니다. 얼굴도 모르고 성격도 모르는 것은 룸메언니도 우리딸을 모르긴 마찬가지지만, 아무래도 학교생활을 첨 시작하는 후배쪽이 불리할 수 밖에 없기에 룸메언니를 만나, 안면도 트고 잘 부탁한다는 아부(?)라도 하고 돌아오려고 했지요. 그러나 이틀간의 기간 중에 그 선배는 다음날에 등장했고, 저는 끝내 우리딸과 함께 지낸 룸메선배를 모르는 채로 울딸의 기숙사 생활은 마무리되었습니다. 또 다시 수능준비로 딸이 2학기 등록을 하지 않았거든요.

딸을 기숙사에 홀로 두고 돌아서 오는데, 성격이 맞지 않아 울딸이 기도 못핀채 지내거나 눈치를 보게 될 상황이 되면 어쩌나 근심이 되었습니다만, 다음날 입주한 룸메언니의 인상은, 순해보였답니다. 2인 1실이라 공간이 그리 넓지 않았지만, 딸의 성격으로 보아 정리정돈은 알아서 잘했나 봅니다. 나중에 룸메언니가 딸덕분에 깔끔하게 잘 지낼 수 있어 좋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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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사람이 사용하는 공간이긴 했어도, 그 선배가 얼마나 바쁜지(?) 거의 독방같은 느낌으로 지냈다는 딸이 전하길, 룸메언니가 시도때도없이 방을 비우거나 새벽에 들어와 잠만 자고 아침되면 등교한 후, 또 다시 그날 저녁에 볼수 있는 날보다는 못보는 날이 더 많았다고 합니다.
기숙사 규칙은 밤 11시에 점호을 마친후, 밤 12시가 되면 철장문도 다 닫히는 상황인데, 안자고 있다가 창문(개구멍같은)을 통해 야밤에 외출을 시도하다가 사감선생님께 걸려 별점이 주어지기도 하고, 성공하는 날도 많았을 뿐만 아니라 어떤 날은 아예 들어오지도 않은채 딸에게 전화걸어, 점호나오면 잠들었다고 보고해주기를 부탁했다니... 선배랍시고 잔소리를 한다거나 참견하는 일은 전혀 없어서 지내기가 무척 편했답니다.
대신에 그 언니의 부탁을 들어주려면 사감선생님께 거짓말을 해야함이 불편했고, 가끔은 호기심이 생겨 도대체 선배는 야밤에 어디서 무얼하는지 궁금한 나머지, 미행하고픈 충동이 생기더랍니다. 그렇다고 물어볼수도 없고... 우리딸도 끝내 의문을 풀지 못하고 룸메언니와 헤어졌습니다.

수능을 다시 준비할 것이란 소식은 이미 그 언니에게 알렸다고 합니다. 이후 딸은 자신의 핸드폰을 정지시켰고, 예고없이 정지된 핸폰으로 말미암아 딸의 소식을 궁금하게 여긴 대학친구들이 연락할 길이 없어지고 말았지요. 딸은 괜찮았지만 주변 사람들이 불편했나 봅니다. 간혹 방명록에 안부놓고 간 글을 본 후 잘 지내고 있다며 몇자 남겼고... 9월 말쯤, 뜻밖의 편지가 날아들면서 딸과 룸메언니가 한학기를 함께 지내면서 얼마나 잘 지냈는지를 입증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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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룸메언니닷"
 "세상에... 너랑 잘 지냈나 보구나. 메일도 아니고 편지를 써서 보내다니..."
 "문자도 보내고 전화를 해도 먹통이 되는 바람에 무척 서운했대. 그러다가 기숙사 사무실에서 집주소를 알아내 편지로 안부를 묻는거래. 정말로 반수하느냐고? 등록하게 되면 룸메로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고..."

시골같은 작은 도시에 살다가 수도권 대학에 잠시 머물렀던 딸은 미팅도 한번 해보지 않았답니다. 수능 재도전이란 고민에 빠져 있었던 관계로.
강의실과 기숙사만 왔다갔다한 딸의 입장에서 보면, 늘 바빠보이는 언니의 학교생활이 활기차 보여 부럽기도 했으나, 자야할 시간에 기숙사를 빠져나가는 언니의 문화가 무척 궁금하기도 했답니다.
 "철장문이 닫히는데 어떻게 나갈수가 있어?"
 "나도 몰랐는데 언니땜에 알았어. 개구멍같이 이용되는 작은 창문이 있어. 그곳을 통해 빠져나가면서 나보고 문닫으라고 부탁해. 나는 문을 닫고 방에 와서 잠들어. 그러면 어떤 날은 새벽에 문자가 들어와 문열어달라고... 또 어떤날은 내가 잠에서 깨어나 보면 언니가 언제 들어왔는지 침대에서 자고 있어. 홍길동이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듯이 룸메언니가 꼭 그래. 엄마, 언니는 그 시간에 나가서 어디서 뭘할까?"
 "글쎄, 엄마도 되게 궁금하다. 우린 캄캄하면 집에 들어와야하는 걸로 알고 있어서."
 "언니가 나한테 너 되게 범생이다 고 했어."

객지에서 기숙사생활을 하는 당신의 자녀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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