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댁에 조카 둘이 결혼하여 질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서랑 저는 주방에서 벗어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이 모습을 본 친지 형님께서
"질부도 있는데 이제 주방에서 해방해도 안되나? 나는 우리큰댁에 질부가 들어온 후로는 주방에 잘 안들어가."
"형님, 우리는 주방이 편해요^^"
"우리질부는 내가 주방에 들어가면 숙모님은 방에 계세요... 하면서 질부가 밀어내. 이제 일도 안해도 되고 명절날 아침에 큰댁에 가도 되고.. 참 좋더라. 자네들도 이제 질부한테 맡겨라. 언제까지 주방에 머물거야?"
".....^^....."
우리 큰댁이 친지들이 모이기 좋은 장소가 됨은, 집이 좀 넓을 뿐만 아니라 형님들보다는 젊은 저희가 주방일을 돕기 때문에 일손에 대한 부담감이 적다는 점과, 항상 대기자세를 취하면서도 절대 지친표정 짓지 않는 주방분위기의 즐거움이 느껴지기 때문이랍니다.(큰댁에 질부를 맞이하기 전부터)
저희부부 삶의 터전이 떨어져 있는 관계로 자주 볼수는 없지만, 명절이나 집안행사로 만나게 되는 아랫동서와의 사이는 참 좋습니다. 작은 질부가 우리사이를 보면서 자신도 형님(큰질부)과 사이좋은 동서가 되고싶다는 소망을 갖고 부러워할 만큼... 그러나 큰질부는 부부간의 갈등을 핑계로 시댁행사나 명절때 나타나지 않아 작은질부의 꿈과 울동서의 꿈은 이루어지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한때는 큰댁의 주방에, 저를 비롯하여 동서와 큰질부 작은질부 이렇게 넷이 존재하기도 했습니다. 주방이 좁지만 여자 넷이서 일하며 떠드는 수다가 재밌어서 힘든줄 모르고 일을 하고, 상을 차립니다. 오히려 방에 홀로 계신 형님이 심심해서 주방에 나올 정도였으니까요.
그리고 다른 집은 명절 전날모여서 차례상 올릴 음식준비를 다 마치고 나면, 같은 고장에 살고 있는 사람은 집으로 돌아갔다가 아침에 다시 오는데 비해, 울형님은 전날 다함께 일하고 지내기를 바라셨기 때문에 불편하지만 큰댁에 머물러야 했습니다.
큰질부를 맞이하여 일손이 늘어나자, 자연스레 제가 빠져도 될 상황이 되었지만 일을 거들어 빨리 일을 마치는게 좋겠다는 생각에 저는 주방에 머물렀습니다. 그러다가 작은 질부를 맞이했습니다. 그 당시 울동서는 이제 질부가 둘이 되었으니 큰질부가 작은 질부를 잘 이끌어 일을 잘하게 되면, 명절이나 집안 행사시 큰댁의 주방일에서 빠져도 되겠다고 생각했답니다. 그러나 동서의 소망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큰질부가 시댁일을 외면하는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지요.
큰댁 주방에서 제가 하는 일은 대부분 설거지입니다.
음식을 잘 만드는 동서가 주방장이 되고, 보조는 작은질부가 합니다.
큰질부에게서는 희망이 보이지 않습니다. 더구나 아들없이 딸만 둘이다보니 명절이나 기일에 대한 의무감조차도 못느끼는 것 같습니다. 이점은 예전부터도 많이 느꼈던 부분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작은 질부에게 아들이 있고, 큰질부와는 달리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아 안심이 됩니다. 그래도 가끔 동서는 제게 푸념을 합니다. 동서나 저는 친정에서 제사지내는 모습을 보고 자랐기 때문에 울형님이 쉽게 주방일을 물러줬지만, 질부 둘은 그렇지 않았기에 큰질부에게 가르칠 때 수고를 많이 했던 동서입니다.
작은 질부를 또 다시 가르치자니 힘이 빠져 굳이 가르치고 싶지 않답니다. 어차피 작은 질부 홀로 일하게 둘 상황은 아님을 아는 동서에게.
"동서, 내 위치가 되어도 주방에서 벗어남이 편하지 않아."
"아이고 그건 작은형님 성격때문에 그런거잖아, 나 같으면 주방일 외면한다아^^ 졸병이 둘이나 되는데..."
"나는 동서가 안쓰러워서 그렇지."
"내가 독한 마음먹고 큰댁일에 소홀하려고 해도, 작은형님 때문에 못 독해진다니까^^ 내가 안하면 작은형님이 큰형님앞에서 안절부절할 것 같아서."
"나는 동서가 있어 늘 든든하고 고맙다아이가.^^"
어르신들이 내리사랑이란 표현을 사용하시기도 하지만, 저와 동서는 좀 다릅니다.
큰댁의 작은 질부가 안쓰럽긴 해도, 시부모없이 큰댁의 형님시집살이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동서와 나의 동지애는 그 누구도 근접할 수 없는 측은지심으로 엮어놓아, 동서는 내가, 나는 동서가, 우리 서로 안쓰러워하며 큰댁 주방을 지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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