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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생각

택시바퀴에 깔릴뻔한 카메라, 그 아찔한 순간


분명히 카메라 가방끈을 어깨에 메고 택시를 탔다. 그런데 가방끈이 어느새 아래로 내려와 있었나 보다.
택시에서 내렸는데 어깨가 가볍다. 그순간, 현기증을 느끼며 두리번 거렸다.
택시안에는 카메라가방이 보이지 않고... 숨이 멎는 줄 알았다. 하마터면 택시바퀴에 깔려 박살이 났을 지도 모를 (?) 카메라가방이 택시 바퀴에 물려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떨어진 카메라가방을 주우려는 순간, 차문도 닫히지 않았는데 바퀴가 움직이고... 나도 모르게 날카로운 비명으로
 "아저씨, 돈!!!"
하고 외쳤다. 영문을 모르는 아저씨는 그순간 멈추었고,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아저씨~ 택시문도 안닫혔는데 출발하면 어떡해요 ㅜ.ㅜ"
나는 울상이 되어 부르짖었다.
 "미안해요. 어디 다쳤어요?"
멈춘 택시 바퀴에 끼인 카메라가방을 겨우 끌어낸 후
 '휴우~'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 몇초만 늦게 봤더라면 아마도 택시 바퀴아래 깔린 카메라 모습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하다. 그런데? 왜 난 카메라를 돈이라고 외쳤을까? 사람이 급하면 진실이 보인다고 했나? 고액을 들인 카메라가 내 의식속에는 돈메라로 자리잡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카메라가방을 찾느라 잠깐이지만 두리번거리느라 미처 택시문도 안닫은 상태였는데, 출발을 감행한 택시기사가 원망스러우면서도 그쯤에서 멈추었음이 고맙기도 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외관상으로는 카메라가방에 흠집이 조금 생겼을 뿐, 별탈은 없는 듯했다. 이후 몇달간 몇차례 사용했음에도 별이상을 못느꼈으니까.
그런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살금살금 아픔을 호소했나본데 익숙하지 않았던 DSLR카메라의 민감함을 눈치채지 못했던 나는, 카메라를 목에 걸고, 혹은 손에 들고 뛰기도 했다. 이 모든 행동이 카메라를 더 힘들게 했나 보다.
최근 제천한방엑스포 행사장에서 사진을 찍을 때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조리개탓인지 자꾸만 앞에 뭔가가 가로막으려했다는 것을 느꼈고, 빛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가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의 화면을 보여주면서 나의 무지를 나무랐다. 결국 카메라는 수리점에 맡겨졌다.

내 카메라 상태를 점검한 전문가에게서 전화가 왔다.
바디는 바디대로, 렌즈는 렌즈대로, 충격에 의한 자그마한 이탈이 일어난 증세라고 하면서, 수리비용을 알려주었다. 예상했던 비용보단 적은 지출이라 다행스러우면서도, 억울한 생각이 스친다.
분명 나의 부주의로 일어난 일이긴 하지만, 문도 닫히지 않은 상태로 택시가 움직였던 그 순간이 자꾸 떠올려져서.
만약에...
그 아찔했던 순간, 택시바퀴가 완전히 한바퀴 굴러 내 카메라를 덮쳐 망가뜨려 놓았다면 조금이나마 보상을 받을 수 있었을까?
아마도...
난 나의 실수가 창피해서 아무말도 못하고, 망가진 카메라를 껴안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을 게 뻔하다. 지금은 나혼자 좀 억울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아~ 그날의 아찔함이 나에게 교훈을 준다.
'꺼진불도 다시보자'는 표어처럼,
'방심하면 큰일난다'
백만원이 넘는 수표가 아차!순간에 못쓰게 된 것같은 상상으로, 카메라를 돈이라고 외쳤던 그 긴박했던 순간을 회상해 보았다. 아찔함에 소름이 돋는다. 수리를 거친 카메라를 볼때마다 난 이 일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