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익은 가을에 각 고장마다 특산물과 색다른 자연환경을 내세운 축제의 장이 다투어 마련되듯이, 선남선녀들이 가정을 이루는 결혼식장도 무척 붐비는 시즌입니다.
제 친구는 예비부부의 신부측 대모로 성당에서 치른 결혼식에 다녀와, 일반적으로 떠올려지는 시장터같은 결혼식과는 다른 분위기를 전하며 눈물을 흘리는 바람에, 듣고 있던 우리도 경건해지면서 눈시울이 붉어졌던 사연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결혼식을 올린 부부는, 성당에서 만나 사랑을 키웠답니다. 신랑은 다리가 불편해 보이는 장애인으로, 신부는 비장애인으로... 우리가 시끌벅적한 장터같은 시중의 예식장에서 흔히 보던 그림이 아니었던 점이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신부아버지도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는지? 아니면 흔쾌하게 결혼승낙을 하지 못하고 딸과 몇차례 충돌했던 일이 미안해서인지?.... 신부아버지는, 예식을 치르는 내내 얼굴을 들지 않아 분위기를 숙연하게 만들었답니다.
결혼을 결심하면서 신부는 대모(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장애인 청년을 사랑하게 되었는데 아버지로부터 인정받기가 쉽지 않을 것을 염려하였답니다. 엄마는 신앙심이 깊을 뿐만 아니라, 같은 성당에 다니고 있는 청년에 대해 잘 알기때문에 딸의 사랑에 대해 처음엔 충격을 받겠지만, 아버지보다는 설득하기가 쉽다고 했습니다. 예상대로 아버지의 반대가 무척 심했답니다.
무남독녀로 애지중지하며 키웠던 아버지는, 딸이 장애인 사위를 소개시켰을 때 충격을 받았고, 이후 부녀지간은 서로 설득하느라 충돌을 빚었으나, '자식 이기는 부모없다'고 아버지는 딸의 사랑을 꺾지 못하고 결혼식에 참석하여 예식이 진행되는 동안 얼굴을 줄곧 숙이고 있었던 것입니다.
시중의 흔한 예식장이 아니라, 성당이란 특별한 장소인 점도 경건하게 만들었지만, 머리숙인 신부아버지의 모습이 애잔하게 전달되어 가슴이 더 뭉클했던 결혼식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다는 친구의 참관기는 우리들 마음도 찡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20대 자녀를 둔 엄마로써, 남의 일로 여기고 외면할 수만은 없는 일임을 너무나 잘 알기에, 혹시모를 자녀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장애인 청년을 사랑한 신부가 대견스럽게 여겨지면서도 솔직한 심정은, 비장애인인 내 자녀 일이라면, 과연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과제가 되어 마음 한켠을 짓누르며, 얼굴을 들지 않았다는 신부아버지의 심정이 헤아려져, 친구가 전하는 분위기를 100% 다 알수는 없지만, 대충 그 분위기가 어땠을지는 상상이 되기에 우리의 눈시울이 붉어졌던 것입니다. (더구나 딸사랑은 엄마보다도 아빠가 대체로 더함을 알기에)
어느 결혼식을 막론하고, 신부입장을 지켜보는 엄마들은 남의 딸 결혼식에서도 알수없는 눈물을 흘리곤 하는데... 아들을 장가보내는 일보다, 딸을 시집보내는 일은 아무리 흡족한 배우자를 만났다고 하더라도 왠지 모르게 눈시울을 붉히게 됩니다. 더구나 아버지의 반대를 무릎쓰고 장애인 신랑을 맞는 신부의 대모로써 제 친구는 예사롭지 않은 신부의 선택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기특하게 여기면서도, 신부도, 신부의 아버지도, 모두 안쓰러워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감추느라 애를 먹었답니다.
우리모두 기원했습니다. 부모입장에서 자식마음보다는 신부아버지의 마음이 더 이해되는 비슷한 또래의 우리는, 신부아버지의 걱정과 그 애틋한 마음이 어떤 것인지 알 것 같기에, 부부가 된 그들이 행복하게 잘 살기를 진심으로 축복하며 간절하게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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