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12월, 허리디스크 진단을 받은 후 꾸준히 하던 운동을 접은 결과가 금년 여름에 절정을 이루자, 이번에는 딸이 저에게 체중과 뱃살을 줄이라는 반격이 시작되었습니다. 기숙사생활 약 4개월만에 무려 7kg이나 체중을 불려 저를 놀라게 했던 딸은, 또다시 수험생이 되면서 자연스레 감량이 되어 예전 모습을 회복하고는,
"엄마, 가을이야. 어쩔거야?"
"머어얼?"
"시치미는? 살 안뺄거야?"
"빼야지..."
"말로만 뺀다 뺀다 하지말고 진짜로 빼야하는 거 아냐"
"알았어. 뺄거야."
"어떻게?"
"운동 등록해서 꾸준히 할거야."
"언제?"
"9월부터, 진짜로 한다니까"
"꼭 해. 안하면 계속해서 괴롭힐거야^^"
그동안 허리디스크 치료를 위해 병원으로...활기원으로... 다녔건만 기대만큼 좋아지지 않은채, 방심한 틈을 타고 체중이 늘어 모처럼 보는 반가운 이들을 만날때면, 한결같이 얼굴좋아졌다는 안부인사를 할 정도니 저의 중부지방은 얼마나 편해졌겠습니까^^
"엄마~ 얼굴 보기 좋다는 말을 순진하게 칭찬으로 들은 건 아니겠지."
제가 나잇살을 핑계로 조금씩 나태해져 두리뭉실한 아줌마 체형으로 변해가는 것을 가만두고 볼수가 없다며 강하게 몰아부쳤습니다. 딸의 성화가 아니더라도 제 스스로 심각함을 깨닫고는 운동으로 체중조절을 해야겠다고 맘먹고 있었는데... 딸이 재촉하니 한편 얄밉기도 했습니다.
ㅣ. 뚱뚱한 엄마가 싫다.
뚱뚱하다고는 할수 없으나 통통하게 변해가고 있는 저를 보는게 딸은 싫답니다. 나름 관리를 잘하는 엄마로 알고 있던 딸입장에서는, 나이 쉰을 핑계로 나잇살 운운하며 펑퍼짐한 아줌마로 변하고 있는 엄마를 봐줄수가 없답니다. 나태함을 드러내고 있는 것 같다네요. 저 자신도 못견뎌했었는데 어느새 체중이 불면서 제 성격도 느긋하게 변했나 봅니다.
ㅣ. 젊은 감각의 옷을 입는 엄마가 좋다.
키는 딸이 크지만 같은 사이즈 옷을 입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신경이 쓰인다고 합니다.
딸옷과 엄마옷으로 따로 구분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때론 재킷이나 이너웨어같은 셔츠종류는 함께 입을 수 있기에 절약되는 점도 있습니다. 옷사이즈가 달라질 위기에 놓인 저를 더 이상 방치하면 안되겠다고 생각한 딸이 아주 강하게 다그치며 체중조절(체형조절)에 압박을 가하는 이유도 됩니다. 제 스스로도 옷맵씨가 예전같지 않아 싫은데 이런 변화를 딸도 받아들일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나이와 체형에 따라 옷 고르는 시선이 달라지는 저의 감각을 지적하며, 엄마인 제가 아직 더 젊은 감각을 유지해주기를 바란답니다.
ㅣ. 복부비만은 건강에 좋지 않다.
나이들어 찌는 살은 대부분 뱃살이 되기 십상입니다. 건강에 대한 염려도 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울딸 나잇살을 핑계대지 말라며 함께 지내는 동안 철저하게 잔소리하겠노라며 큰소리치네요.
함께 늙어가는 울남편 입장에서는, 두리뭉실하고 후덕하게 변해가는 제 모습을 만족하며 미소짓지만, 딸못지 않게 저도 제 모습이 너무 싫기에 딸의 잔소리가 싫지 않은 것입니다. 그래서 8월말부터 운동을 시작했고,
우리몸에 비축된 지방과는 다른, 셀로라이트라는 물질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된다는 홍보의 유혹에 이끌려 제품까지 구입했습니다. 예전같으면 이런 것 믿지 않았을 텐데...'뭐 쉬운 방법이 없나?' 하는 생각에서 효과를 기대해 봅니다.
체중과 체형만 간섭하는 게 아닙니다.
50대에 진입한 엄마를 보는 딸의 눈에는 엄마의 나이는 보이지 않는가 봅니다. 언제나 친구같은, 언니같은 엄마이기를 바라는 희망사항이 있음을 엿볼수 있는데,이제는 머리모양까지도 간섭하기 시작했습니다.
몇달전 머리를 조금 잘랐더니 왜 자기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머리를 잘랐느냐며 따지면서, 아직은 짧은 머리하지 말라며 기를 것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야~ 엄마머리 엄마 마음대로도 못하냐?"
"나이든 아줌마처럼 이게 뭐야. 보기 싫잖아."
"엄마가 나이든 아줌마지 그럼 새댁이야? 엄마친구중에는 할머니된 친구도 있는데..."
"일반적으로 많이 하는 아줌마 머리모양을 할려면 엄마가 예순쯤 되면 그때 해. 그전에는 절대로 안돼."
"너 참 웃긴다. 내가 너를 간섭하지 않는데, 너는 나한테 왜 이래?"
"간섭안한다구? 엄마도 나한테 하는 거나 마찬가지야. 생각해봐. 내가 기숙사생활하면서 살이 좀 쪄서 돌아왔을때, 엄마의 반응..."
"ㅎㅎㅎ 그거야 젊은 네가 이뻤으면 하는 마음때문이지."
"나도 마찬가지야. 내가 바라는 엄마 모습이 있거든. 아무튼 따라줘."
"아빠도 암말 않는데 네가 왜그래. 이제 엄마도 나이에 맞게 느긋하게 살고 싶어."
"엄마, 펑퍼짐한 아줌마가 좋아? 세련된 아줌마가 좋아? 예전모습 회복해!"
젊게 사는, 젊어보이는 엄마가 좋다는 딸의 희망사항을 외면하지 못함은, 저를 위한 딸의 애정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이어트로 예전 몸매 회복을 위해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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