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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교육

전국적으로 실시한다는 일제고사에 대한 단상

며칠전 중학교에서 치른 일제고사에 이어 초등학교도 오늘, 전국적으로 일제고사를 치른다고 뉴스가 되어 찬반론에 얽히었느니 어쩌니 하면서 관심이 쏠리지만 아이들의 학습을 돕는 저로써는 그리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샘, 우리 내일 진단평가 본대요."
 "진단평가, 고거 학기마다 보는거잖아. 평소실력으로 부담없이 보면 되는거야^^"
 "정말이죠^^ 따로 공부안해도 된다는 말씀이죠."
 "그럼, 당연하지."
 "우리를 너무 믿으시는거 아니세요?"
 "너희 중에 전국 1등이 나올리도 없겠지만ㅋㅋㅋ 행여나 전국 1등이 나온다고 해도 알려주지도 않을 테니까 모를수밖에 없고...ㅎㅎㅎ 걱정할 정도의 점수는 아닐테니까 괜찮다는 거야. 부담갖지 말고 아는 문제 틀리는 실수나 하지 않도록 주의해서 문제 꼼꼼하게 잘 읽고 풀길 바래^^"
 "샘, 집에서 엄마가 공부하라고 시키면 어쩌죠?"
 "엄마가 하라고 하면 해야지. 샘이 뭐 힘이 있냐?"
 "샘이 말씀하신 대로 평소실력으로 하는 거라고 할까요?"
 "그려~~ 너희가 6학년이니까 한두번 치른 것도 아니고 작년봄에도 가을에도 시험봤잖아. 그리고 부담없이 지나갔잖아."
 "그래도 점수가 나쁘면 어떡해요? 전국적이라는데요..."
 "거참 녀석, 새삼스럽게 왜 그래. 한두번 본 것도 아닌데. 네말대로 점수가 나쁘다? 그러면 너도, 나도, 너희엄마한테 혼나는 거지 뭐.ㅋㅋㅋ"
 "새앰~ 농담아니거든요."
 "OO아~ 샘도 농담아니거든요. 걱정안해도 된다니깐.^^"

요즘 아이들은 자신을 위해서 공부한다기보다는 부모님께 혼나지 않기 위해서 공부한다는 표현이 딱 맞습니다. 아빠가... 엄마가...를 내세우면서 공부방에 다니고, 학원에 다니고, 시험을 치르고 나면 점수때문에 기뻐하고 고민하는 것도 자신보다는 부모님을 먼저 떠올리는 아이들... 참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우리가 학창시절때는 적어도 나를 위한 공부라고 생각했었는데 말입니다^^

『전국의 초등학교 4학년에서 6학년 전체를 대상으로 국가수준의 진단평가가 폐지 10년 만에 오늘(11일) 다시 실시된다. 전국 초등학생을 상대로 치러지는 진단평가는 지난 96년 폐지됐고 그동안은 1% 정도만 표집해 치러졌지만 올해 전체로 확대되는 것이다.
이번 시험은 국어와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 5과목에 대해 5지 선다로 출제되며 영어는 듣기평가가 포함된다. 시험은 전체를 상대로 치러지지만 1%만 표집해 성적을 평가하고 개인에게 별도의 성적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이번 시험에는 처음으로 영어가 듣기평가로 추가되었다는 것이 새로울 뿐, 다른 지역은 모르지만 그동안 이곳에서는 일년에 두번, 진단평가형식으로 시험을 치루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새삼스러운 듯 중앙뉴스에서 이렇게 보도되어 학부모나 아이들에게 긴장감(?)을 주었던 것입니다. 저 개인적으로 국가수준의 진단평가? ←요 문구가 마음에 걸렸지만, 진단평가는 평소실력으로 보는 거라고 부담갖지 말고 편하게 보라고 아이들에게 말해 놓고는 사실ㅎㅎㅎ 쪼꿈 마음이 쓰이긴 합니다.

이곳에서 그동안 실시하고 있었던 지금까지의 모습에서는 과목별 점수는 아이들에게 가르쳐주지만 석차공개는 없었으니까 별로 문제 될것이 없다고 봅니다. 그리고 진단평가를 보게 된 이유로는 "점수가 낮은(50점) 학생을 방학 때 따로 모아 지도한다"는 명목이 있었지만, 부모님과의 상담을 통해서 가정에서 알아서 지도할 수 있는 환경일 경우에는 부모님께 위임하고, 사정상 부모님이 해줄 여건이 안되는 경우 학교에 남겨서 지도에 힘써보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별로 효과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시험을 치러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시험이 없으면 아이들은 왜 공부를 해야하는지 알려고도 하지 않으며 지식에 관한, 지혜에 관한 습득의 길을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에게 부담없이 그러나 알려고 하는 재미, 그 재미에 빠지는 공부가 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지만 기똥찬 방법이 없음이 늘 안타깝습니다.

경제적으로나 부모님의 열의로나 문제 될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학습부진아였던 아이를 맡아서 지도해 본 경험이 있는 저로써는 아이에게서 한계를 느꼈던 적이 있습니다. 나이상의 학년에 아이의 정신적인 두뇌가 따라오지 못하는 경우로... 우리 나라 학교의 사정상, 탁월한 두뇌를 가진 아이의 월반이나 부진한 아이의 경우 유급이 되는 환경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진단평가는 그저 명목상 진단평가일 뿐... 평범한 자녀이며 더구나 초등학생일 경우 학습에 대한 부담감으로 힘겨움을 경험하지 않도록 부모님께서 너무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대학입시의 수능고사를 앞두고 치르는 고교생들의 모의고사 점수나 석차에서 내자녀가 최고여야한다는 착각만 하지 않는다면 부모나 자녀에게 그리 부담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만... 부모는 그 착각의 늪에서 헤어나질 못하니까 항상 서열상의 문제에 압박을 느끼며 아이의 능력은 고려하지 않은채, 사교육으로 자꾸만 내모는 현상을 만들게 되는 것입니다.

내아이가 최고여야 한다는 착각.
우리 부모가 먼저 그 착각에서 깨어나야 함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요?
저도 한때는 그런 착각속에서 우리 아들을 괴롭혔던 엄마입니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