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딸 생리불순이 극에 달해 제손에 이끌려 간 산부인과에서 어렵사리 진찰을 받아 약에 의지하여 생리를 두번할 동안, 두번의 피검사(생리전, 생리중)로 마음고생이 심했지만 속시원한 대답을 듣지 못하고 세번째(생리끝나고 이틀후)의 피검사를 권하기에 응하려고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접수했습니다. 그러나 여고생의 외출시간에 대한 예약을 배려하지 않은 접수원의 불친절로 거부하고 돌아서면서도 은근히 걱정하고 있던 엄마임을 아는 딸인지라 넉달만에 생리가 시작된 그저께,
"엄마, 이제 걱정안하셔도 되겠어요. 드디어 생리해요.ㅋㅋㅋ"
"우와 축하해. 파티라도 해야겠네^^"
"엄마~ 축하할 정도로 걱정스러웠어요?"
"암. 내딸이니까 당연히 걱정되지."
"저는 매달하지 않으니까 편하다고 생각했는데요^^"
"OO아, 규칙적으로 해야 건강한 줄 아는 엄마니까.ㅎㅎㅎ"
피검사는 보험도 되지 않는 분야인데, 딸의 생리불순에 대한 원인을 명확하게 밝혀주지 않은채 의사선생님은 피검사만 요청했습니다.
'시키는 대로 하면 원인이야 밝혀지겠지'
하는 맘으로 끝까지 해보려다가 포기했었는데... 딸의 자연스런 생리현상이 고맙기까지 했습니다.^^
'아 이제 한시름 놓아도 되겠구나.'
학교에 다녀온 딸이
"엄마, 1학년때 담임선생님을 복도에서 만났는데요. 저보고 살짝 생리하니? 하고 물으셨어요.ㅋㅋ"
"아~ 1학년때 산부인과간다고 외출증 몇번 끊었던 것을 기억하셨나 보네^^"
"예. 그래서 넉달만에 오늘 시작했어요. 그랬더니 선생님께서 엄마하고 똑같은 말씀을 하셨어요. 파티해야겠다고.ㅎㅎㅎ"
"ㅎㅎㅎ 선생님께서도 생리불순인 너한테 마음이 쓰이셨나 보네."
"무얼 사줄까? 나 점심시간에 은행에 갈 예정인데... 먹고 싶은 거 있니? 하고 물으시더니 참 과일이 좋겠구나 하시면서 귤을 사올테니 나중에 교무실로 오너라 하시는 거예요^^"
"내가 알기로는 그 선생님은 과일 별로 안좋아하시는 걸로 아는데..."
"맞아요. 우리선생님은 과일 별로 안좋아하시죠^^ 그래서 제가 괜찮아요. 선생님께서 좋아하시는 걸로 사오시면 한개 얻어먹을께요. 그랬는데요. 이걸 저한테 주시는 거예요."
"뭔데?"
"푸근한 덩치의 선생님으로 친근감이 가더니만 우리 딸은 복도 많네. 매년 너한테 관심가져주시는 선생님을 만나니 말이야^^"
"ㅎㅎㅎ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감사하게 여겨요."
학창시절 제 얼굴은 여드름으로 난리가 났었기에 혹시라도 우리딸, 저를 닮아 사춘기에 여드름이 날까봐서 비타민제를 꾸준히 먹이고 있습니다만 선생님께서 주신 요것은 사랑과 관심인지라 우리딸은 아까와서 먹지도 못하는 눈치입니다. 그래서 제가 시범으로 하나 먹었습니다.
"엄마, 선생님의 마음을 생각하면서 졸업할 때까지 두고두고 먹을려고 했는데..."
"엄마가 사준 것도 있잖아. 그리고 선생님의 뜻은 네가 건강하기를 바라시는데 그림의 떡처럼 두고두고 보기만 하고 아끼면 되겠니. 얼른 먹어야지.ㅎㅎㅎ"
따스한 선생님의 관심에 우리딸, 졸업할 때까지 덜 스트레스 받으며 생리도 자연스럽게 잘 이루어지기를 빌면서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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