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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교육

새앰~! 아는 아저씨랑 엘리베이터타는 것도 무서워요.

이웃에 사는 여자어린이 둘을 납치하여 성폭행을 한후 살해한 사건에 이어, 엘리베이터에서 어린이를 납치하려고 폭행을 한 CCTV에 찍힌 화면을 본 사람이라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경악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예전부터도 아들보다는 딸키우기가 험한 사회였기에 딸키우는 엄마들 사이에는 우스운 표현같지만 '자는 딸도 다시보자'는 구호까지 있을 정도니까요. 저희때는 그나마 성숙한 시기에 마음쓰였던 것과는 달리, 몇년전부터는 그 연령대가 낮아져 어린이까지 성폭행의 대상이 된 세상이다보니 딸을 곱게 키우기가 더 힘들어지는 세상이 참 답답합니다.

저와 함께하는 우리공부방에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저랑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동수나 라인이 틀리는 정도임에도 불구하고 일찍 마치는 저학년의 경우, 아무도 없는 집에 혼자 들어가야 하고 또 언니가 마치고 집에 돌아올 때까지 혼자 집에 머물러야하는 시간이 무서워서 가게에서 일하고 있는 엄마에게 도움을 청하는 전화를 걸어 아이엄마가 달려와서 아이를 데려가는 환경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우리공부방 시간표상 마지막에 마치는 아이들 경우도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엘리베이터 혼자 타기가 무섭다, 아는 아저씨랑 타는 것도 무섭다느니 하면서 어제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새앰~ 저희 집까지 데려다 주세요^^"
 "왜그래? 넌 남자가^^"
 "무서워요. 엘리베이터 타는 것도 무섭단 말이예요."
 "2층에서 아래로 내려가면서 무슨 엘리베이터는... 계단으로 내려가면 되잖아."
 "샘집에서 나갈 때말고요. 우리집에 올라갈 때 말예요.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하거든요."
 "늘 사용하던 엘리베이터잖아. 왜 갑자기 그래?"
 "CCTV도 못보셨어요? 아저씨가 아이를 납치하려고 마구 때리잖아요."
 "아~ 그거..."
딱히 할말이 없어서 멈칫거렸더니
 "거봐요. 샘도 무서워서 그러죠. 데려다 주세요. 이제는 아는 아저씨랑 타게 되는 것도 무섭단 말이예요."
그리하여 저는 아이들을 가로등이 환하게 비치는 곳까지 데려다 주면서 같은 라인의 아이들은 함께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것을 당부하면서 참 난감했습니다.
이제 이웃집의 아저씨도 의심되고 무섭다고 느낀 아이들의 하소연을 들으며 불쌍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른들의 사회가 너무 혼탁하여 아이들에게 퍼지고 있는 이 안타까운 환경에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마지막시간에 마치는 아이들은 집에 가면 부모님이 계실 시간대며 고학년의 경우, 저랑 함께하는 시간을 마치고 바로 이어서 영어학원으로 가는 상황인지라 마치고 집으로 향할 때면 이 또한 집안에 부모님이 계시기에 아파트입구 현관까지 마중나올 수 있는 환경인 아이들인지라 조금 안심이 되긴 했으나...
친구랑 꼭 붙어서 함께 다니라는 주의와 함께 불안해진 부모님은 자녀에게 휴대폰을 사주면서 나름대로 예방책을 강구하고는 있지만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어서 걱정이 큽니다.

여고생 딸은 둔 저나, 초등학생을 어린딸로 둔 엄마는 근심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어쩌다 우리 사회가 이토록 침울하게 변했는지... 성폭행범들은 잡히는 대로 이 사회와 격리시키는 강한 처벌로 다스렸으면 좋겠습니다. 부모들의 근심못지 않게 아이들 스스로도 불안해하는 그 마음이 너무 안쓰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