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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교육

규제속에서도 우열반은 존재했습니다.

공교육 자율화~ 어디까지 가나 두고봅시다.
O교시는 조는 아이들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졌습니다만 우열반은 공교육 자율화를 발표하기 훨씬 이전부터 시행하고 있는 학교가 한두군데가 아니었는데 그나마 규제를 푼다니... 차라리 학교를 다 없애고 학교를 학원화하여 검정고시로 학력을 대신하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하게 되는군요^^ 이중의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되니까요.

이곳은 중학교 성적순으로 고교가 정해지는 비평준화 지역으로 우리 딸이 작년에 진학한 여고는 우열반이 존재합니다. 11반 중에서 앞의 3반까지는 우열반이었고, 그중에서 또 30명을 추려서 더 우열한 아이들로 구성한 '심화반'은 야자시간에 자습하는 장소까지 바꾸며 최대한 좋은 환경이 되도록 학교에서 힘을 쏟는(?) 학교입니다.
1,2,3반에 들지 못한 아이를 둔 학부형이라면 아이들 못지않게 기분 엄청 나빴을 것입니다. 이러한 폐단은 학교일에 무관심으로 일관하여 앞의 세개반 엄마들이 부담해야 할 몫이 더 늘어나기도 했으며, 아이들에게는 절대로 잘난척 하지 말라고 강조하시고선 뒷반 선생님께서 도리어 차별을 두는 바람에 내신에서는 앞의 세개반 아이들이 더 분리한 상황을 맞이하기도 했습니다.
그리하여 경험있던 현재의 2학년 학부형들이 학교에 건의를 했습니다. 잘하는 반과 못하는 반을 따로 구분짓지 말고 공평한 환경을 만들어서 아이나 학부형이 다함께 학교에 관심을 갖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과목에 따라선 어떤 선생님이 공부못하는 아이들이 불쌍하다고 시험문제도 슬쩍 가르쳐주고 앞반아이들에게는 잘난 너희들은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빈정대는 선생님도 계셨으며 또한 담임선생님들간에도 불화가 있었음을 알렸지만...
금년 일학년들 사정을 들어보니 비슷하게 반을 이루었더군요. 이번에는 과목별로... 1반을 국어잘하고 2반은 수학잘하고 3반은 영어잘하고... 이런식으로 말예요. 어차피 3반까지는 우열반이라는 뜻이죠.ㅋㅋㅋ
아이들 간에도 삐죽거리는 모습을 보게 되지만, 선생님들 간에도 잘하는 반을 맡은 선생님과 못하는 반을 맡은 선생님 사이에 미묘한 감정이 흐르고 있음은 면담자리에서 눈치챌 수가 있습니다. 1년을 그렇게 보내고 2학년이 되니 이과와 문과로 나뉘고 제2외국어로 또 나뉘면서 우열반이 사라졌습니다. 우리 모녀 마음고생 조금 했습니다. 특출나지도 않은 우리딸이 겨우 우열반에 들어간지라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같은 학교에 보낸 엄마는 저를 볼때면 딸에 대한 부러움반, 학교에 대한 불만반... 만나게 될 때면 불편했는데 이제 편하게 대할 수 있게 되어 다행입니다.
야자시간에 환경이 더 나은 공간으로 이동하는 심화반은 1,2,3학년에서 계속해서 존재하고 있지만 이런 경우야 반으로 나뉜 게 아니니까 부모나 아이들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환경이 되었습니다.

중학교 재학당시에 나름대로 공부 좀한다는 아이들이 모인 학교인데, 예민한 여고시절에 우열반에 들지 못한 화풀이를 공부를 더 하면서 풀기보다는, 더 안하는 쪽으로 화풀이를 하는 아이들이 많아서 분위기에서 확실하게 차이를 느꼈다고 합니다.
우열반? 열등반? 이런 표현은 사용하지 않지만 이 학교에서는 앞반과 뒷반으로 표현하는 묘한 분위기가 존재합니다.
수업진행시 알아듣고 못알아듣고의 차이는 분명히 있습니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임은 틀림없습니다만 중학교에서는 고등학교 진학시 좋은 학교에 가기 위한 발판이 되고, 고등학교에서는 좋은 대학교를 가기 위한 발판으로 삼으려고 발버둥을 칩니다. 곰곰히 따져보면 당사자인 아이들보다는 부모들이 사교육으로 포장을 하는 것이지요^^
그러다가 대학교에 가면 몽땅 자율이 되니... 자율을 모르고 지냈던 아이들의 방황은 술에 의지하게 되는... 묘한 세상을 맛보다가 대학졸업을 앞두고는 취업하기 위한 과외는 없을까? 하고 혹시라도 생각하게 되지나 않을까? 심히 염려되는 세상입니다.
 
정말 난감한 시대입니다... 학교파괴! 학년파괴!로 자신이 알아들을 수 있는 곳으로 자유롭게 이동수업하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을 해보게 되네요. 너무 무질서할까요?

교육에 관한 소식은 엄마들도 아이들도 다들 빠르게 반응이 옵니다.
오늘 공부방아이들간에도 우열반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며 혹시라도 우열반에 못들면 한마디로 '쪽팔려서 어찌 학교 다니냐?'는 반응이었습니다. 엄마에게 들은 이야기나 뉴스를 통해서 들은 내용에 미리부터 겁을 먹고 푸념을 쏟아내는 아이들의 모습이 가여웠습니다.
 "아무 걱정말고 그냥 하던대로 하면 돼. 별일 없을테니까"
 "진짜요?"
 "변한다고 해도 서서히 변할테니까... 준비는 해야지. 고등학교에는 예전부터 있었으니까..."
궁색한 변명을 했습니다.

요즘 초등학생들 계속해서 걱정거리가 늘어납니다.
영어몰입수업에... 이어서 나온 우열반 어쩌구...
학교따로? 학원따로? 하지 말고 한군데로 몰아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꾸만 듭니다.
학교의 학원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