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께 혹은 어르신께는 존댓말로 해야한다고 가르친 적 없었던 우리아들은 다섯살무렵까지 반말을 했으나 저는 귀엽기만 했고 말투를 고쳐야겠다는 생각조차도 하지 않았을 때 둘째인 딸이 태어나면서 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아들 또래의 꼬마소년은 예의바른 엄마를 통해서 일찌기 존댓말을 사용하고 있었고 아들은 그 소년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우리 부부에게 존댓말로 바뀌었음이 너무 이쁘고 감사했습니다. 이어서 딸은 말을 배우는 시작단계부터 존댓말? 반말? 개념도 없이 아주 자연스럽게 존댓말로 시작하는 바람에 환경이 참 중요함을 느끼며 무척이나 기특하게 여겼었는데...
여고 2학년 우리딸, 드디어 사춘기의 절정에 이르렀나 봅니다. 느닷없이
"엄마, 제친구들은 엄마한테 대부분 반말로 한다는데... 저도 엄마한테 반말로 하면 안될까요?"
"딸~ 그친구들도 너처럼 반말해도 되느냐고 엄마한테 허락받고 반말하기 시작했대?ㅋㅋㅋ"
"글쎄요? 그건 잘 모르겠네요."
"그런데 왜 갑자기 반말? 존댓말타령이야? 너 최근에 슬그머니 반말과 존댓말로 혼용하잖아^^"
"헤헤헤 그렇긴 해요^^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제가 엄마한테 존댓말사용하는 것이 거리감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거참 이상하네. 말배우기 시작하면서 사용한 것이 왜 갑자기 거리감으로 느껴졌을까?"
"친구들은 부모님께 대부분 반말한대요."
"친구들이 부모님께 반말사용하는 것이 더 가깝게 느껴져서 좋다는 뜻인가본데... 왜 그걸 고등학생인 지금에서야 느꼈지? 하하하 진작에 느꼈어야지. 초등학생인 공부방아이들 중에 부모님께 존댓말 사용하는 애도 없다시피한데 말이여."
"그러게 말이예요.^^ 제가 초등시절이나 중학생때는 부모님께 존댓말하지 않는 친구들이 예의가 없어보여서 '참 철이 없구나~' 하고 느꼈는데 말이죠. 이제는 오히려 존댓말사용하는 것이 거리감으로 느껴지니 아마도 제가 변하고 있나봐요^^"
"알긴 아네. 변한 것ㅎㅎㅎ 최근들어 아빠한테는 엄마한테 사용하는 말보다도 더 심하게 애기처럼 구는 것 알고 있니?"
"예 알아요.헤헤헤"
"그러면 엄마한테도 아빠한테 하듯이 니맘대로 하면 되지 왜 반말할까요? 말까요? 식으로 묻는대?"
"하하하^^ 엄마한테는 허락받아야할 것 같아서요.ㅋㅋㅋ"
"아하~ 지난번 빨간악마 사건때문에 엄마한테 겁먹은게로구나^^"
"그땐 제가 죄송했어요^^*"
"엄마도 잘한 것 없는데 뭐.ㅋㅋㅋ 딸~ 반말이던 존댓말이던 네 편한대로 하렴. 엄마가 너한테 존댓말하라고 가르친적도 없었는데 분위기타고 네 스스로 존댓말 했으니까 반말사용도 네가 어색하지 않다면야 괜찮아."
"^^"
아들과 딸의 차이인가 봅니다. 아들은 나이가 들수록 더 예의바른 언행으로 든든한 반면에, 딸은 성숙할수록 엄마랑 동급이 되고싶은가 봅니다. 더 가까이 더 친구같은 엄마가 되어주기를 바라는 딸의 뜻대로 조만간에 우리모녀는 반말로 주고받는 대화로 허물없음을 자랑스럽게 여기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존댓말 사용하지 않는다고 예의없다고 할 수는 없으나, 저랑 함께하는 초등학생 아이와 부모님과의 통화내용을 듣노라면 아이가 부모님께 하는 반말이 때로는 함부로 덤비는 듯해서 아찔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만, 부모와 자식간에 격식을 너무 갖춰도 어색하다는(요건 최근의 우리딸 불편사항^^) 여고생 딸의 의견을 듣고보니 예의바름의 잣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해서 제가 혼란스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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