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아이들의 여름방학이 이번주로 끝이 납니다.
아이에 따라 다르겠지만 5,6학년 정도만 되어도 부모님과의 나들이보다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울공부방에 한 아이가 오전수업을 마치면서 푸념을 합니다.
"샘, 오늘 우리가족이 어디 간다고 해요. 제가 따라가서 동생도 잘 돌보고 잘 지내면 오늘 오니까 낼 공부방에 올수 있구요. 만약에 엄마가 보기에 제가 불만스럽게 행동하면 하루 더 있다 올수도 있으니까, 어쩌면 내일 공부방에 못올수도 있다고 막 협박했어요. 휴우 정말 따라가기 싫은데...."
"왜 그래? 다른 애들은 못가서 서운해 하는데... 잘 놀다와."
"재미없어요."
"왜 재미가 없어? 아빠엄마는 네 생각해서 다니는 걸텐데"
"제 또래가 있으면 그래도 놀만한데 동생을 돌봐야 하는 경우에는 재미 하나도 없어요. 스트레스만 쌓여요. 따라가기 싫어서 아침에 친구집으로 피하려고 했는데 엄마가 눈치채는 바람에 도망도 못가고..."
"도망을 간다구? 그러면 엄마가 너를 찾을 거잖아."
"그러니까 이친구 저친구 집으로 돌아다니는 거죠. 그래야 엄마가 저를 못찾죠.^^"
"그러면 그런 날은 너를 두고 부모님이 동생만 데리고 떠나니?"
"아뇨. 저 때문에 못가죠. 하지만 다른날 또 계획해요. 그런 날을 잘 눈치채야 되는데... 엄마가 요즘은 떠나는 날 일러주기 때문에 도망 못갈 때가 더 많아요."
"너 행복한 고민하는 거 알지^^ 어떤 애는 방학때 한번도 나들이 못가는 애도 있는데... 넌 수시로 계곡으로... 어디로 다니는 걸 감사해야돼. 그리고 한때야. 부모님께 협조 잘 해라."
"샘도 한번 따라가보세요. 얼마나 귀찮은데요......"
무더운 여름날 오후에 잠깐이라도 근처 계곡에 나가서 물놀이를 시켜준다거나, 지인들과 좋은 시간을 가져보려고 여행계획을 잡는 부모님의 노력과는 달리, 아이는 동행하는 일행을 먼저 파악한 후 재미없을 것 같으면 친구집으로 일찌감치 숨어버리고, 재밌을 것 같으면 따라가게 된다는 속마음을 들으며 황당함에 웃음이 났습니다. 또래의 다른아이에게도 물어보았더니 비슷한 생각을 털어놓더군요. 자녀의 이런 마음을 아이엄마도 어느정도 눈치챈 것 같습니다. 그러니 협박(?)아닌 협박으로 아들의 협조를 바라는 거겠죠. 모자간의 두뇌싸움이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아이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부모님이 계획하는 일방적인 여행이나 나들이에 억지로 따라가야한다고 여기니 귀찮을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사춘기에 접어든 초창기증세에 민감해진 엄마는 이 아이를 더 데리고 다니려 애를 씁니다. 점점 더 힘들어 질 것을 아니까요.
시기적으로 보면 6학년 여름방학이 마지막이라고 여기면서 부모님의 마음도 초조해지나 봅니다. 6학년 겨울방학때면 예비중등시절을 대비하면서 공부를 시켜야할 시기라고 여기며... 유독 6학년 여름방학때 아이를 많이 데리고 다니려 하는 경향을 나타내고, 아이는 피하려 노력함을 엿봅니다.
'혼돈의교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녀의 대입전형을 위해 수상경력을 만들었던 지인의 솔직 토크 (1) | 2010.10.01 |
---|---|
재수고민하던 딸, 결국 휴학계 내다 (8) | 2010.09.06 |
혼내는 것을 재탕하는 가정교육에 멍드는 아이 (2) | 2010.08.08 |
초등생 일제고사에 감춰진 진실은 뭘까? (8) | 2010.07.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