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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교육

혼내는 것을 재탕하는 가정교육에 멍드는 아이


 "샘, 저는 아빠랑 친한 친구가 부러워요."
 "너도 아빠한테 애교쟁이가 되면 되잖아."
 "어릴적부터 아빠한테 혼난 기억밖에 없어서 아빠가 무서워요."
 "혼날 때는 혼나지만, 딸은 아빠한테 애교쟁이가 되어야지..."
 "샘, 저는 그게 안돼요..."

이쁘게 생겼습니다. 그리고 애교가 있습니다. 그런데 A양은 아빠에 대한 기억은 혼난 기억밖에 없어 무섭기만 하다니... 안타깝습니다.
요즘 A양은 고등학생인 오빠의 반항적인 사춘기를 감당하느라 무척 괴롭다며 제게 하소연을 했습니다. 오빠는 나름대로 공부한다고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부모님의 눈에는 양이 차지 않아 엄마는 오빠를 대할때마다 잔소리가 심해진답니다.
 "오빠의 사춘기는 이제 곧 끝날거야. 조금만 참으면 돼. 네가 좀 봐주라. 사춘기때의 감정은 오빠 자신도 조절이 되지 않아서 그런거니까."
 "언제까지요?"
 "중학생때부터 그랬다니까... 고1이니 금년까지만 봐주면 될 것 같은데... 내키지는 않겠지만 시키는 대로 들어줘. 투덜거리거나 말대꾸하면 너만 손해잖아."
오빠는 화가 나면 여동생도 막 때린다고 하니, 대들지 말고 고분고분하게 오빠말을 들어주라는 조언밖에 달리 해줄 처방이 없어 난감합니다. 오빠의 화풀이만 감당해야하는 것이 아니고, 오빠로 인해 속이 상한 엄마의 넋두리까지 들어줘야하는 초등생 6학년 A양의 입장이 너무 딱하고 안쓰럽습니다.

A양은 엄마의 잔소리가 지나치다고 생각합니다.
오빠가 하는 공부방법과 공부시간의 양이 엄마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오빠도 밉지만, 엄마가 바라는대로 따르지 않는다고 일방적으로 화를 내며 잔소리하는 엄마는 더 싫답니다. 특히 엄마의 잔소리는 지나간 과거의 일까지 들추며 자극하므로 모자간의 대립은 더 팽팽해지고, 심기가 불편해진 엄마는 퇴근한 아빠한테 이르고, 이어서 또 오빠와 부모님간의 2차전이 벌어지는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너무 괴로워서, A양은 집이 점점 싫어지고 혼자 살고 싶다는 심정을 드러내니 이를 어쩌면 좋습니까.

 "샘, 엄마는 우리의 잘못을 아빠한테 말하고, 아빠는 엄마말만 듣고서 우리를 혼내요."
A양이 어릴적부터 기억하는 집안 분위기입니다. 낮에 있었던 일을 퇴근한 아빠에게 엄마는 일일이 보고를 하는데, 칭찬은 없고 대부분 엄마를 속상하게 했던 일이 아빠에게 전해진답니다. 엄마말을 들은 아빠는 하루의 잘못을 점검하는 식으로 아이를 대하면서 주의를 주거나 혼내는 것을 담당했나 봅니다. A양의 남매는 아빠와의 즐거운 추억보다는 항상 혼난 기억밖에 없다면서 고민과 슬픔을 털어놓으며 눈물을 보이는 아이...

도와주고 싶지만 그럴수도 없으니 저도 답답합니다.
A양의 엄마와 아빠도 자녀를 올바르게 이끌고자 세운 교육철학으로 이해되기에, 엄마가 제게 직접 이야기를 꺼내 놓은게 아니기 때문에 아는척 할수가 없습니다. 괜스레 아는척 했다가 엄마의 기분을 상하게 할수도 있고, 또한 A양이 엄마한테 혼날 수도 있기 때문에 우린 서로 하소연으로 끝맺음을 하자고 약속했습니다.
A양의 부모님이 아이의 입장이나 심정을 헤아리는 이해심을 발휘한다면,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아들이나 A양의 마음이 편안할 것 같은데 말이죠. 어른들의 일방적인 시스템으로 말미암아, 이중고를 겪던 남매가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는데... 전혀 변화가 없다니... 아이의 긴장된 나날은 스트레스가 되고 있습니다.

혹시 이런 교육방법을 추구하는 가정이 있습니까?
아빠가 집안의 어른으로써 위엄이 있는 것도 좋습니다. 다만 어떤식으로 혼을 내고 혼을 낸 후에는 아이의 마음을 잘 쓰다듬어야 하는 절차를 놓치면 안됩니다. 혼낼 때는 혼내더라도 잘한일에는 칭찬도 반드시 따라야합니다. 엄하게 키운 가정일 수록 저지르기 쉬운 실수는, 잘한 일은 당연한 거라서 칭찬이 없고, 잘못한 일은 반드시 지적하는 것이 아이에게 상처가 될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아이의 생각은 없고, 어른들만의 일방적인 훈계로 말미암아 부모님과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친구들이 아빠랑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몹시 부러워하면서도 감히 다가서지 못하고 있는 A양의 외로움이 느껴져 너무 안쓰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