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혼돈의교육

일제고사 준비시킨 학교가 아이들에게 한 거짓말?


공부방을 하고 있으면서도 나는 '전국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에 대해서는 무신경했다. 평소 실력으로 보는 것이니 부담갖지 말라고 했을 정도로 태평했다. 학교에서도 그다지 예민하지 않았던 만큼 아이들도 편했고 학부모도 편했다.
그런데... 금년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학교에서 난리다. 6교시 수업이었던 6학년 시간표에 1교시가 늘어나 7교시가 되더니, 이미 지나간  4.5학년 학습범위를 상기시키려 엄청난 양의 문제지로 부담을 주는 것도 부족했는지... 진실인지 아닌지 거짓말(?)까지 아이들에게 했나 보다.
 "새앰, 우리학교가 작년에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꼴찌를 했대요. 선배들이 공부못해서 우리가 열심히 준비해서 꼴찌를 면해야 된대요."
 "어, 너희학교가 꼴찌래? 우리선생님이 우리학교도 꼴찌해서 우리가 더 열심히 해야한다고 했는데..."
 "꼴찌가 무슨 자랑이라고 다들 꼴찌라고 서로 그러냐^^"
 "야 도대체 진짜로 꼴찌한 학교가 어느학교야?"
 "너희학교야? 우리학교야?"
 "우리 공부시키려고 괜히 꼴찌라고 하는 건가?"
 "우쨌든 선배들이 못했으니까 우리가 잘해야한다는 거 아냐. 우리가 잘해야 내년에 6학년되는 후배가 덜 고생하는거고..."
아이들끼리 나누는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웃음이 났다. 정말 꼴찌한 학교의 독려일수도 있고, 다른 학교는 비록 꼴찌는 아니었지만 혹시라도 꼴찌를 하게 될까봐서 불안했을 수도 있을 것이며, 또 어떤 학교는 더 나은 성적을 얻기 위해 꼴찌라고 거짓말 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설마 모든 학교가 몽땅 공동 꼴찌를 했을리는 없을테니 말이다...

예년과는 달리 금년에는 기말고사 일정이 빨라져 좀 당황했다. 진도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기말고사라니... 이유인즉, 기말고사를 빨리 끝내고 오늘과 내일(13,14) 치르게 될 일제고사를 대비하려고 그랬던 것이다.
7월초 기말고사를 마치면 초등생은 여름방학전까지 단축수업으로 변하는데, 금년 6학년은 단축수업의 여유로움을 느낄 틈도 없었다. 도리어 늘어난 7교시 수업에다 일제고사 대비하여 준비된 문제지에 매달리느라고...
중간고사나 혹은 기말고사처럼 상세한 개별성적으로 공개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별로 우수학력, 보통학력이상, 기초학력, 기초학력미달의 4단계로 공개되기 때문인지, 엄마들의 무덤덤한 반응이 그나마 다행스럽다.
 '학교측의 예민한 대응에 학부모까지 합세하게 된다면...?'
상상도 하기 싫다. 아이들이 숨쉴수도 없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나까지 애들을 잡았을 테니까^^

지난 두해는 학교도 무덤덤했던 것으로 안다. 그냥 애들 실력이 어느정도인지 알아보는 정도로 여겼으니까.. 그런데 왜 금년에는 학교에서 애들한테 꼴찌라는 거짓말(?)까지 해가면서 준비시켰을까?
알고보니 애들 실력을 알아보는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작년에 치른 결과물로 지역교육청 순위와 더불어 전국 시도간 순위를  공개하므로 하위권으로 드러나는 학교는 곤란해졌기 때문으로 드러났다.
일제고사로 말미암아 학교간 서열세우기가 되는 바람에, 학교에서도 어쩔수없이 저기 모초등학교가 7교시한대 하면 다른 학교도 따라하고, 문제지로 수업한대 하면 그것도 따라하더니 급기야는 대부분의 초등학교에서는 작년 선배들이 꼴찌를 했다는 거짓말까지 하게 된 것 같다. 아이들은 공부는 하기 싫어하면서도, 꼴찌하는 것은 정말로 더 싫어하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