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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교육

친구에게 왕따당할까봐 불안해 하는 아이


오후에 저랑 함께 하는 공부방 아이중에 부모님 직장따라 일년간 인근의 다른 고장으로 이사갔다가 새로 온 아이가 있습니다. 작년에 다른 고장으로 이사를 해야하는 상황에 놓였을 때, 그 아이엄마는 5학년이 된 딸과 중학생인 아들을
 '전학시켜야 하나? 아니면 친척에게 부탁해서 그냥둬야하나?'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그러다 내린 결론은 아이들의 밝은 성격을 믿고 주거지따라 학교도 옮겼습니다. 이때 조건이 있었습니다. 1년 후엔 다시 돌아온다는... 그때 저는 말렸습니다. 그 아이 엄마는 가족이 함께 살기를 바랐지만 확실하게 1년 후에 제자리로 다시 돌아올거면, 친지들도 많으니 차라리 아이를 친지에게 맡기고 전학을 시키지 않는 것이 아이에게 좋겠다는 생각에서.
먼거리도 아니고 가깝다면 가까운 인근 고장으로 잠시 이사를 해야하는 어쩔수없는 상황을 아이도 이해하긴 했지만, 새학교에서 친구를 사귀었다가 또 다시 돌아와야하는 상황임을 아이 자신도 조금 걱정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 엄마는 이사와 동시에 아이들을 전학시켰습니다.

이후, 그 아이오빠는 전학간 학교에서 교우관계의 불편함을 느끼고 부모님께 말씀드려 원래의 학교로 돌아갈 것을 주장하게 되었고, 부모님이 들어주지 않자 원래 살던 고장에 계시는 할머니댁으로 홀로 가출을 시도하는 사태를 벌였습니다. 아들의 사춘기반항에 당황한 부모님은 아들만 원래의 학교로 또다시 전학시켜 할머니가 손자를 돌보게 되었고, 딸은 부모님곁에 남았다가 1년뒤인 금년에 6학년이 되는 학기초에 돌아왔습니다.

1년간 여자아이들 사이에는 알게 모르게 많은 변화가 있었나 봅니다. 1년이라는 공백기간동안 아이들이 어떤 성장을 보였는지 자세히는 알수 없지만, 지금 그 아이는 심하게 혼란을 겪고 있음을 제게 호소했습니다. 단짝이 없는 친구, 마음편히 함께 할 그룹으로 이룬 친구가 없는 심정을 털어놓는 그 아이가 몹시 안타까웠습니다.
내용인즉, 예전에 알고 지내던 그 친구들이 자신을 경계하는 듯한 태도를 취함으로 친구들로부터 왕따를 당하게 될까봐서 불안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4학년까지만 해도 아이들은 둥근 공처럼 아무하고나 잘 놀고 허물없이 잘 어울려 지내다가... 5학년 무렵부터 여자아이들은 서서히 마음맞는 친구끼리 단짝을 이루거나, 혹은 집단으로 몰려다니는 형태를 이루게 된답니다. 그러다가 6학년이 되면 절정을 이루나 본데... 이런 무리에 들지 못하게 되면 스스로 왕따된 기분을 느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딸이 새내기 대학생이 되었을 때 느끼게 된 그 기분(제 블로그에 올렸음)하고 똑같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문제해결을 위해, 이야기의 주인공(O)과 겉으로는(?) 친하게 지내면서 우리 공부방에 함께 오는 다른 아이(ㅁ)의 의견을 들어보면 어떨지 O에게 물어보니 좋다고 해서 우리 서로 대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먼저 ㅁ에게 O이 느끼는 기분을 이야기했더니 공감되는 분위기라고 전합니다. 그래서 제가 ㅁ에게 부탁을 했습니다. O이가 왕따된 기분이 들지 않도록 친하게 지내면서 다른 아이들과도 잘 지낼 수 있도록 감싸주면 좋겠다고...
 "샘~, 그런데 O이 한테도 문제가 있어요. 다른 아이들은 6학년같은데 O이는 성장을 덜한 저학년같은 느낌이 들어서 친구들이 좀 싫어하는 것 같아요."
 "어... 잠깐."
너무 솔직한 답변에 제가 당황스러워서 이야기를 잠깐 멈추었습니다. 그리고 O의 눈치를 보며
 "O아, 괜찮아?"
 "뭐가요?"
 "ㅁ이가 하는 이야기 다 들었잖아. 그래도 괜찮냐구?"
뜻밖에도 아이는 아무렇지도 않은 양 웃으며
 "ㅁ이는 저랑 잘 놀아줘요."
 "놀아주는 이야기말고 말이야. 저학년같다는 말..."
 "괜찮아요. 제가 가끔 기분이 좋으면 엉뚱한 행동을 진짜 하거든요^^"
ㅁ이랑 O과의 대화를 통해 저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이와 학년은 같지만 생각의 성장속도에는 차이가 있다는 것을...
 "ㅁ아~, 예전에는 안그랬잖아. 다들 친했잖아."
 "예전하고 애들이 달라요. O이가 없는 동안 우리들도 컸잖아요. O이도 우리들처럼 6학년답게 행동을 해야하는데... 키도 작은데 생각이나 행동이 우리들하고 다르다보니 친구들이 O이를 낮게 보는 편이예요."
 "낮게 본다니 그게 무슨 뜻이야?"
 "저학년 보듯이 낮춰본다는 뜻이예요."
 "동생같단 말이니?"
 "예, 좀 비슷해요^^"
 "6학년이라도 O이처럼 키작은 아이들도 있잖아. 그런 애들은 어떠니?"
 "키가 작다고 안어울리는 게 아니라... 샘은.. 아까 O이도 말했지만... O이가 가끔 엉뚱한 행동을 하는 것도 좀 그렇고... 그리고... O이는 좀 예민한 편이예요. 자기하고 관계없는 이야기를 하는데도 끼어들어서 고민하고... 좀 그래요."
 "O아 정말 그러니? ㅁ이가 하는 말처럼."
 "ㅎㅎㅎ 예. 제가 좀 그런 편이예요."
 "그러면 친구들과 비슷한 태도를 취해야지 네가 덜 소외감을 느낄텐데... 네가 좀 변해야겠네."
 "근데 그게 잘 안돼요."
 "잠깐, ㅁ아~ 그럼 넌 친구로써 O이한테 어떤 말을 해주고 싶니?"
 "O이는 1년간 다른 곳에 전학갔다 와서 그런지 몰라도 우리랑 떨어져 지내는 동안 성장을 멈춘 아이같아요. 그러니까 O이도 6학년다워지면 괜찮을 것 같아요."
 "6학년다워진다? O아, ㅁ이가 하는 이야기가 무슨 뜻인지 알겠니?"
 "예. 알긴 알겠는데...요..."
아마도 그 아이는 1년간의 공백기간을 성장으로 채우기엔 아직 세월이 더 걸려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아이들마다 성장속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그 아이는 자신의 생각과 비슷한 친구들과 어울리면 문제가 해결될 것 같은데 이 또한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전학가기 전 친하게 지내던 아이들과의 추억이 있기 때문에 그당시 친구들과 예전처럼 지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데 비해, 친구들은 이미 같은 장소에서 생활하며 또래들과 비슷한 성장을 한 결과, 이질감을 느끼게 된 것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왕따될리 없다고!
불안해하지 말라고!!
ㅁ과 함께 격려하고 안심을 시키지만, O는 자신만이 외톨이가 된것같은 기분에 휩싸여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너무 안쓰럽습니다. 친구들과 어울리긴 해도 언제 왕따될까? 불안해 하면서 눈치보는 심정이라는 고백을 들으며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해 답답했습니다. 아이의 엄마도 지금 자녀가 겪고 있는 심정을 알고 있습니다.
차라리 돌아오지 말고 그곳에서 뿌리를 내려야하는 상황이었다면 전학간 학교에 정을 붙였을 텐데... 1년만에 원래의 학교로 돌아오는 과정으로 인해 전학간 학교에서도 적응하기 힘들었다고 털어놓는 아이의 눈물을 보니 가슴이 막막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