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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교육

추억으로 남겨둔 울아들의 초등시절 주제일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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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이 되어 집을 떠난 우리 아이들의 책꽂이 한켠에는, 초등시절 열심히 썼던 일기장이 꽂혀있습니다.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이 일기장은 울아들 초등 3학년시절부터 6학년까지 썼던 일기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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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경우, 일기에 대한 첫 기억이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숙제로 써서 검사를 받아야 하는 것으로 시작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처음 접하게 되는 것이 그림일기로 글보다는 그림이 주를 이루다가 나중에 글로 자신의 생각을 채우게 되는 과정을 거치지요. 세월이 흘러도 어쩌면 이리도 변하지 않았는지요^^ 울아들도 누구나 거치는 과정을 밟았네요.

저는 언제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했는지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초등시절에 그림일기로 선생님께 칭찬받았던 일이 생각나며 고학년때는 학교신문에 실렸던 추억도 있습니다.
 '일기내용이 신문에 실리다니...ㅎㅎㅎ'
초등시절에나 가능한 일이지요. 사춘기를 거치는 중.고등시절에는 비밀일기로 변하는 시기므로, 쓰던 안쓰던 간섭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초등시절 쓰게 되는 일기는 과제물같은 부담을 느끼게 되는 시기입니다.
대학생이 된 아들의 마음을 훔쳐보는 일기는 초등시절에서 멈추었습니다. 아들이 중학생이 되면서는 일기를 볼수 없었습니다. 아마도 아들은 일기 쓰는 것을 멈추었을 지도 모릅니다.
 
초등시절 3학년이 될 무렵 겨울철에 썼던 아들의 일기 일부를 옮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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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머리카락 (1996년 1월 29일 토요일 맑음)

오전에 어머니께서 내 머리를 보시며
 "머리 좀 깎아라."
하고 말씀하시자 내가
 "아니예요, 나중에요."
하고 대답했다. 어머니께서 보기싫다고 하셨다.
그래서 머리를 깎고 왔다. 어머니께서 나를 보시고 멋있다고 하셨다. 기분이 참 좋았다.
머리를 깎기를 잘 했다고 생각했지만, 갓난 아이들만 머리가 자라고 아이들은 머리가 자라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도 했다.

아들은 머리깎는 일이 싫었나 봅니다. 일기날짜를 보니 1월이네요. 겨울철이라 추워서 그냥 두고 싶었는데 제가 강요한 듯한 느낌이 듭니다. 오죽하면 머리카락이 더 자라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나타냈을까요^^ 현재의 아들은 절대로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일기를 쓰던 당시를 아찔하게 생각할 것입니다. 대학생이 된 지금, 길러도 보고, 염색도 해보고, 짧게도 해보고, 파마도 해보는... 자유로운 시기에 두발자유의 변화를 즐기는 녀석이 지금 이 일기장을 보면 어떤 생각을 할련지요?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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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되는 첫과정으로 초등생때는 선생님 말씀을 잘 듣고 따르는 시기입니다. 이 시기에 비록 강제적이긴 하나, 검사받기 위해 쓰는 일기가 의무로? 부담으로? 느껴질지라도 꼭 써야하는 일기장으로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것을 교육받은 시기인 것이 참 좋은 듯합니다.
울애는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지도를 일기를 통해서 받았던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글씨 쓰는 정성도 곁들여져서 학창시절에 한석봉을 비유한 조석봉으로 불리기도 했으며, 일기쓰던 일을 바탕으로 글짓기대회에 나가 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런 일은 중학생이 되면서 귀찮아하더니 일기는 고사하고 학교대표로 글짓기 대회에 나가는 것조차 싫어하며 회피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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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학년이 되는 시기를 앞둔 1월 겨울방학때는 글씨 쓰는 것을 무척 싫어했습니다. 그래서 컴퓨터 자판을 이용했음을 알수 있습니다.

1999년 1월 20일 수요일 맑음
제목:일기
새해에 들어서부터 일기를 모두 컴퓨터로 쓰니 더 편리하고 밀리는 날이 한결 더 없어지게 되었다.
어머니 말씀에 의하면 일기의 내용이 더욱더 좋아졌다고 하시는데, 가끔씩 종이가 모자라서 내용을 조금 더 줄일 때는 나도 그것을 느낀다.
아무리 일기가 쉽고 내용도 좋게 써진다고 하지만 걱정 거리가 또 있다. 바로 일기가 며칠 밀려있다는 것이다. 일기도 쓰기 싫은데 또 밀린 일기까지 써야한다니! 나에게는 보통 걱정이 아닐 수가 없다.
일기도 나의 일생에 주어진 사명이니 앞으로 최선을 다하여 열심히 써 나가야겠다.

성장할수록 일기가 매우 부담스러워졌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명으로 여기며 열심히 써 나가겠다로 마무리된 아들의 일기는 웃음을 터뜨리게 하네요. 일기 쓰는 일을 일생에 주어진 사명으로 여기기까지 했다니 말입니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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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이나마 일기 쓰는 것을 사명으로 여겼을 만큼 부담으로 느꼈던 아들은, 6학년이 되면서 바로 변함을 알 수 있습니다. 줄간격도 좁아졌고 써야할 양도 늘었지만, 6학년이 된 이 시기부터 아들의 일기에는 도 등장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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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채운 일기도 등장하다가 점점 일기 쓰는 날의 간격이 멀어지다가 1999년 가을에 일기는 멈추어졌고, 저는 더 이상 아들의 일기를 보지 못했습니다.
중.고교시절에 아들의 책상을 정리하다가 아주 가끔 연습장 귀퉁이에 자신의 심정을 드러낸 아주 짧은 글귀를 보거나, 상상했던 소설을 쓴답시고 걸적거린 메모를 볼수 있는 정도였습니다.
지금은 제대 후 복학했지만, 군생활중에 여친과 주고 받았던 편지로 군시절의 아들심정을 조금이나마 가늠할수 있었지요.

아들의 초등시절 일기를 통해 내가 썼던 일기에 대한 추억을 떠올려보면, 성장시기나 생활환경이 변할때마다 변화했던 거 같습니다. 사춘기시절에는 세상의 고민을 다 끌어안은 것처럼 고뇌하며 일기와 꽤 친했던 시기였고, 직장생활할 때는 스트레스 분풀이를 일기장에 했으며, 결혼후의 삶에는 시집살이로 힘들어하며 일기장에 하소연했던 시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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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아이가 태어나면서 짧은 메모식의 육아일기로 변했던 메모는 아이의 앨범에 끼워지고, 학부모가 되면서 저는 일기와 잠시 멀어졌던 거 같습니다. 아이들 지도하느라고...
그러다가 컴퓨터 보급의 물결을 타고 자판익히기에 익숙해지면서 블로그를 이용하여 일기 아닌 글쓰기로 감각을 잃지 않으려고 애쓰는 아낙이 된 현재의 저를 봅니다.

우리아들과 딸이 초등시절에 썼던 일기장은 제가 추억하고 싶어서 간직하고 있지만, 그동안 제가 썼던 일기장은 다 없애버렸습니다. 왜냐구요? 짐이 되더군요.ㅎㅎㅎ
삶의 과정이 수많은 일기장에 채워졌던 흔적중에는 떠올리기 싫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도 기록되어 있는 일기장이 좋지 않은 짐이 된 까닭입니다.

성장기에 있는 자녀의 일기를 보는 것은 흥미롭고 뿌듯합니다. 그래서 제가 보관하는 것입니다. 아이에게는 과거가 되었지만 부모에게는 품에 둘수 없는 아이의 성장을 대견스러워하면서도 아쉬운 감정이 남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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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뷰 메인에 자리잡았군요.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