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내 방역으로 실내에 머물지 말라는 지시에 따라 주말에 딸이 집에 왔습니다. 집에 도착한 딸이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다짜고짜로
"엄마, 아빠 들어오셨어요?"
딸의 숨소리가 거칠게 헐레벌떡거립니다.
"너 왜그래? 누가 쫓아오니?"
"아니 그게 아니고..."
"어서 들어와."
"아빠는..."
"아직 안오셨어."
"아~ 안심 ㅋㅋ 도착해서 아빠랑 통화했는데 오시는 길이라고 해서 저랑 부딪힐까봐 무지 걱정하면서 왔거든. 내가 아빠보다 먼저 도착하려고..."
"왜? 무슨 내기라도 했니?"
"그게 아니고 집앞에서 정말 옷을 갈아입어야하나? 걱정하면서 왔다니까^^."
"집앞에서 옷을 갈아입다니...?"
"내가 저번에 말했잖아. 아빠랑 옷차림에 대해서 이야기했다고..."
"아~ ^^"
생각났습니다. 울딸이 아빠보다 먼저 집에 도착하려고 했던 이유. 반바지(핫팬츠)를 입고 왔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입이 벌어집니다.
까만 스타킹을 신었기에 제 눈에는 괜찮아 보였지만, 남편이 걱정하면서 주의 준 차림새로 나타난 것입니다. 가디건을 걸치니 반바지가 보이지 않아 더 염려스런 느낌...
"딸~ 얼른 들어와."
"아빠가 보시면 놀라겠죠?^^"
"알면서 왜 이렇게..."
"엄마 보기엔 어때?"
"좀 심하다. 가디건이 길어서 다 덮어버리니까 반바지 입은것 같지도 않고..."
"앞에서 보면 바지 보여요^^"
"울딸도 유행따라가야지 뭐 어쩔거야. 하지만 아빠가 보면 좀 놀라겠다^^"
대학생이 되어 객지로 나가는 딸을 염려한 아빠가 딸에게 여러가지 주의사항을 이야기 하던 중, 아빠의 시선으로 보는 딸의 복장에 관한 생각나눔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딸~ 너도 배꼽티나 미니스커트 같은 거 입을거니?"
"......"
"아빠는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은 딸을 상상할 수가 없으니 될수 있으면 안입었으면 좋겠어. 네 생각은 어떠니?"
"아빠, 배꼽티는 나도 싫어. 하지만 반바지는 괜찮잖아."
"난 싫은데... 내딸이 허벅지 다 드러내놓고 다닌다고 상상하면 머리가 아파. 그러니 안입었으면 좋겠어."
"스타킹 신는데 허벅지가 드러나나 뭐. 아빠 나는 어느 정도는 유행을 타고 싶어. 아빠 안보는 데서 입는 것도 안돼?"
"정 입고 싶으면 그렇게는 해라. 하지만 모처럼 집에 올때는 그런 복장으로 나타나서 날 놀래키면 안된다아."
"ㅎㅎㅎ 아빠 안 놀라게 집앞에서 다른 옷으로 갈아입고 들어올께."
"그거야 뭐 내가 알수없으니까..."
"근데 아빠, 내또래의 다른 애들이 입고 다니는 거는 어때?"
"보기 좋아. 내딸이 아니니까^^"
"ㅎㅎㅎ"
남자는 자신의 애인이, 혹은 아내가, 딸이, 노출이 과한 옷차림을 하는 것은 몹시 싫어하면서, 뭇여성의 노출에는 넋놓고 시선을 던지는 양면성을 보이지요. 울남편도 그렇더군요.
딸은 아빠와 나누었던 위의 내용을 제게 옮기면서 엄마인 제 의견도 물었습니다.
저는 괜찮다고 했습니다. 젊은 날의 유행도 한때니까 소화시킬 수 있으면 마음껏 입어도 된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비약해서 배꼽티는 어떠냐고 묻더군요. 배꼽티 입을 정도의 용기있는 딸이 아님을 알면서도 또래의 분위기타고 딸의 생각도 변할수 있을 것 같아서
"자신있으면 입어. 대신에 뉴스의 주인공이 되지 않길 바래^^"
"ㅎㅎㅎ"
"딸, 아빠가 왜 걱정하는지 그 뜻은 알제."
"당근^^"
"그럼 됐어."
여대생이 되면 아무래도 또래집단의 유행에 민감할 수 밖에 없을 딸의 입장을 우리부부가 이해하면서도 염려하지 않을수가 없었습니다.
남편은 안된다는 핫팬츠와 미니스커트외 등등...
그러나 저는 무작정 안된다는 생각이 아니라 부분적으로 주의를 준 패션이 있습니다. 핫팬츠의 경우, 밑단이 단정해뵈는 반바지(사진왼쪽)는 괜찮지만, 요즘 유행중인 빈티지 느낌으로 지나치게 올이 풀린 옷(사진오른쪽)은 보기에 좋지 않지요.
그리고 아주 짧은 미니스커트나 배꼽티 같은 것을 입을 아이가 아닌줄 알지만, 혹시 울딸의 생각도 바뀌어서 입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면서, 남과 더불어 묻히는 경우는 괜찮지만 지나쳐서 남의 눈에 띌 정도의 복장은 하지 않도록 주의를 시켰고 걱정되는 마음을 전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같은 바람은 우리부부의 생각일 뿐이고... 일일이 볼수 없으니 딸 스스로 알아서 하리라고 믿을수 밖에 없겠지요.
따뜻한 날씨를 뒤로 하고 점점 더워진 어느날 집으로 귀가하는 딸의 옷차림은 또 어떻게 변해있을지 걱정반 기대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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