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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교육

제 생일날, 코끝을 찡하게 만든 딸이 보낸 감동

어제가 제 생일이었습니다.
어느 해 부턴가 제 생일이 되면 남편이 손수 쇠고기와 미역을 구입해서는 아침에 미역국을 끓여주기 시작했는데... 금년에서야 제 맛을 살린 미역국을 먹었습니다.
 "여보 맛이 어때?"
남편이 제게 묻습니다.
 "어~ 맛있어. 당신도 먹어봐요."
 "그냥 인사치레로 하지말고 진지하게 말해봐"
 "음... 진짜 맛있어."
 "정말? 맛없다고 하면 내가 안해줄까봐 괜히 맛있다고 하는거 아냐?"
 "끓이면서 안먹어봤어? 맛있다니까^^"
 "냉정하게 평가해. 맛없다고 해도 당신생일날 미역국은 내가 책임질테니..."
 "ㅎㅎㅎ 이번엔 진짜야. 진짜로 맛있어"
 "그동안도 맛있다고 했잖아."
 "내가 그랬나. 히히히 오늘은 정말로 맛있어요. 내말을 못믿겠으면 다음에 애들 있을 때 미역국 끓어서 애들한테 평가받아봐요. 그럼 되겠네.^^"
 "......"
미소띤 얼굴로 남편의 질문에 대답하는 제 말이 미심쩍은지 남편은 자꾸만 물었습니다. 정말 맛있냐고? ㅎㅎㅎ
그동안은 제가 겉치레인사였던 적도 물론 있었겠지만, 어제는 정말로 남편이 끓인 미역국이 맛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남편은 솔직한 평가를 바란다면서 몇차례 똑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생일이라고 따로 만든 음식은 없었지만 남편이 차려준 밥상을 받는 것은 기분좋습니다. 설거지까지 마쳐주니 더 고맙지요.

오전에 딸에게서 문자가 들어왔습니다. 엄마생신 축하드린다고... 좀 있으니 아들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울아들 군대가기전 대학객지생활에서는 한번도 제 날짜에 챙긴적 없었기에 기대도, 아니 아예 바라지도 않았는데, 군대다녀온 후 처음으로 제 날에 챙기주니 기특했습니다. 저의 이런 마음을 표현하니 아들은 선물도 못사드리고 말로만 하는데 쑥쓰럽게 왜그러냐며 민망스러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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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모임에 나가다가 우편함에 들어있는 이쁜 봉투를 보았습니다. 딸이 보낸 것이었습니다. 며칠전부터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해보라고 하던 딸, 없다고 했더니 적은 금액이지만 편지와 함께 현금을 보내왔더군요. 코끝이 찡했습니다.
낮에 아들과 통화하면서 딸의 마음을 전해들었던 휴유증이 채 가시기전에 딸이 보내온 편지와 현금을 보노라니 눈물이 핑돌았습니다.

대학생활과 객지생활의 선배인 오빠한테 딸이 친구없음에 대한 하소연을 했나 봅니다. 아들은 점심시간이나 저녁시간을 이용하여 과친구나 동아리친구 혹은 선배들과 함께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면서 친해지더라고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했고, 이에 부족한 용돈에 대한 둘(아들과 딸)의 마음을 서로 주고 받았나 봅니다.
아들도 참 알뜰한 편입니다.(스스로 용돈조달을 안하는 점이 우리부부는 약간 불만스럽지만^^) 용돈이 떨어지면 참을만큼 참아보고 어렵사리 요청하게 된다는 자신의 처지를 이야기하면서, 울딸의 속내를 아들이 대신 전하는 내용에 의하면, 딸은 사립대에 진학함으로 등록금과 기숙사비용이 오빠의 두배이상이 소비됨을 미안해함과 동시에, 부모님께 용돈신세까지 지기에는 너무 불효녀같은 느낌이 들어서 용돈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리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답니다. 그동안의 용돈은 지난 고3 겨울방학때 과외알바해서 벌었던 돈을 절약해서 사용하고 있는 중이라고 전해들으며, 또래의 아이답지 않게 너무 일찍 철들어버린 우리딸의 마음이 헤아려져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자취하는 아들에게 날아든 공과금을 보내고 딸에게도 용돈을 보내면서, 지나친 어른스러움은 또래의 발랄함을 잃게 되니까 아빠엄마입장을 너무 고려하여 해야할일, 하고싶은 일을 심하게 자제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전했더니 대답하는 딸의 목소리가 떨립니다.
 '야~~ 딸!! 네가 엄마냐? 내가 엄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