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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교육

객지생활을 통해 본 아들과 딸의 차이점

아들은 제대후 복학해서 대학교에 다니고 있고, 딸은 금년에 대학생이 되어 집을 떠났습니다. 둘은 각각 다른 타지에서 학교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아들은 첫 객지생활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적응을 너무 잘 한 탓인지? 아니면 집을 떠나 홀로 누리게 된 자유로운 생활이 너무 좋았는지? 아니면 저의 잔소리가 없는 곳이라 너무나 행복했는지?... 알수 없지만 안부전화가 자주 오지 않았습니다. 저도 될수 있으면 자제했습니다.
아들은 제가 하는 말을 잔소리로 여기는 경향이 아주 강하였다는 것을 제가 깨달은 후부터는 될 수 있으면 관심이 간섭으로 비치는 것을 고려하여 제가 자제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혼자서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 생기면 연락하겠지...'
하는 베짱(?)을 저도 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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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대학생활 2년동안 아들은 안부전화도 뜸했을 뿐만 아니라 명절때나 얼굴보는 정도였을 만큼 손님같은 아들이 되었습니다. 소식 뜸했던 울아들 입대하니 신병시절 훈련기간을 제외하고는 일주일 혹은 이주일마다 꼭 한번은 안부전화를 스스로 걸어와서 참 고맙기도 했고, 기특하기도 하면서 굳이 군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아들의 외로움을 눈치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아들~ 군에 보내놓으니 좋은 점도 있네.^^"
 "ㅎㅎㅎ 제가 전화를 자주해서 그런가요?"
 "그려. 너도 아네^^"
 "제대하면 예전하고 똑같아질테니 기대하지 마세요.ㅋㅋ"
 "암만. 엄마도 그정도 눈치는 있다^^"
 
제대후 복학하니 그야말로 철저하게 원상복귀된 아들입니다. 안부전화 일절 없습니다. 용건이 있어야만 전화하면서 안부를 묻습니다. 보고싶다 뭐 이런 감정은 아예 없나 봅니다. 제가 가끔
 "아들 집에 한번 다녀가지."
하고 운 떼우면
 "엄마 제가 보고싶은가 보네요. 아들 보여주러 갈테니 차비는 꼭 주세요^^"
하면서 능글거립니다. 아들 나름대로 핑계는 있습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며 전화요금과 차비를 아낀다는 취지입니다. 이해합니다. 왕복차비의 부담스러운 점도 있고 왔다갔다하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점을.
그리고 성격탓도 있겠지만 보고싶다 외롭다 뭐 이런 감정 절대로 나타내지 않을 뿐더러 혼자서도 잘 지내므로 부모님이 걱정하지 않아도 됨을 강조하는 아들입니다.

집을 떠나 대학생활을 하게 된 딸도 아들처럼 그렇게 지낼 줄 알았습니다. 왜냐하면 오빠가 아주 가끔 집에 다녀갈 때면 제가 손님맞이 하듯이 반찬에 신경쓰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도 오빠처럼 귀한(?) 대접받는 딸이 되겠다며 부러워했거든요. 그래서 우리부부는 각오했습니다. 어차피 독립시켜야하는데 일찌감치 마음을 비우자고... 그리고 신혼시절에 가져보지 못한 자유로운 우리 둘만의 시간을 즐기자고...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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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울딸은 달랐습니다. 입학 후 처음 맞이하던 주말에는 빨래감을 가지고 집에 왔습니다. 기숙사내에 있는 세탁실에는 세탁기가 마련되어 있고 동전을 넣고 사용하면 되도록 되어 있습니다. 제가 기숙사에 데려다 주면서 가르쳐줬음에도 불구하고 빨래감 핑계로 다녀갔고, 두번째 주말은 여고동창생 모임이 이곳에서 있으므로 다녀가야 한다면서 다녀갔습니다. 그때마다 남편은 집나가 있을 때 돈 떨어지면 그만큼 서글픈게 없다면서 챙겨줍니다. 이에 울딸은
 "ㅎㅎㅎ 남는 장사네. 아빠 고마워요^^"
애교를 섞습니다. 남편은 딸이 이런저런 핑계로 집에 다녀가는 것이 안심이 되어 좋다고 합니다.
세번째 주말엔 집에 오지 않은 딸, 남편이 오히려 기다렸나 봅니다. 왜 오지 않았느냐고 안부전화를 합니다. 이번에 맞이한 네번째 주말, 의논할 일이 생겨서 다녀갔습니다. 이렇게 주말마다 다녀가면서도 수시로 문자 아니면 전화를 자주하는 딸의 휴대폰사용료 고지서를 보고 제가 깜짝 놀라 자제하라고 했습니다. 사용료에는 친구들과의 통화도 꽤 많았겠지만^^

딸은 다녀갈때마다 소요되는 차비에 대한 걱정을 하긴 합니다. 우리애들 절약정신이 너무 투철해서^^ 그리고 자신의 용돈으로 충당되니까 안줘도 된다고 합니다만 부모마음이 어디 그렇습니까. 없으면 몰라도 주고 싶지요.
 
아들은 교통편이 좋지않아 차비가 더 많이 드는 단점이 있습니다.
위에서 밝혔듯이 융통성이 없는건지?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마음인지? 아마도 후자쪽 같긴 하지만, 야속할 만큼 안부전화도 없을 뿐더러 다녀가는 일이 드뭅니다. 이런 태도는 남편도 똑같습니다. 아들의 근황이 궁금하면 직접 전화 해보면 될 것을.. 저한테 묻습니다. 아들한테 소식온거 없냐고?
 "여보, 아들한테 전화받고 싶으면 돈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면 돼^^"
 "그게 무슨 소리야?"
 "ㅎㅎㅎ 녀석은 나름대로 효도한답시고 용건이 있을 때만 전화하거나 문자하거든. 그러니까 돈떨어지거나 부탁할 일이 있어야 전화하니까 무심한 척 그냥 있어요.ㅋㅋ"
 "정말 그래?^^"
 "그렇다니까. 그래서 내가 미리 돈 보내주지 않잖아.ㅎㅎㅎ"
아들쪽에서 보면 우리부부의 처신이 참 유치하게 느껴질 정도로 치사해 보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언젠가 물어본 적이 있었지요.
 "아들, 엄마의 처신이 치사하지?"
울아들 대답,
 "괜찮아요. 저는 용건없이 전화하는 게 좀 어색하게 느껴져서 잘 못하겠던데요. 차라리 돈이라도 떨어지면 그런 용건이 핑계가 되니까 오히려 편해요."
아들이 이렇습니다. 착하기는 한데 다정다감한 성격이 못되지요. 손님같은 사이가 된 듯합니다. 저의 관심을 부담스러워하던 아들로부터 철저하게 해방되어 가고 있는 제가 안부전화를 자주하지 않으며 무심한 척 지낼 정도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되기까지 저 자신을 다스리기가 쉽지 않았지만 성공했습니다. 저도 모르게 안테나가 자꾸만 아들한테만 향해서 신경과민이 되어 힘들었던 시기를 극복했거든요.

아들과 딸이라는 성별의 차이라고 할까요?
성격탓이라고 할까요?
아니면 딸이 적응이 더디어서 그런걸까요?
우리부부가 낳고 기른 울집의 아들딸인데 이렇게 다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