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젊은이가 입대를 하게 되면 대중교통인 기차나 시외버스를 이용하는게 당연했고, 간혹 가족이 부대까지 동행하기도 했으나 부대앞에서 이별을 했으며 대부분의 경우는 홀로 집합장소에 가거나 아주 친한 친구가 따라가서 배웅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현대는, 젊은이가 나홀로 부대에 가는 풍경이 오히려 이상하게 여겨질 정도로 부모님을 비롯하여 친지들까지 입대하는 청년을 따라 부대까지 동행하는 것이 일반화된 풍경일 뿐만 아니라 부대에서는 자녀와의 이별을 슬퍼하는 부모들을 위해 송별식 행사까지 치뤄주는 모습으로 바뀌었습니다.
울아들 이미 제대하여 복학했지만, 저희부부도 2007년 12월에 입대하는 아들을 위해 부대까지 동행했습니다. 입대전날까지 기말고사를 치른 아들은 서둘러 막차를 탔기에 망정이지, 그 막차를 놓쳤다면 집에 들르지 못하고 홀로 입대했을지도 모를만큼 아슬아슬했답니다.
일반사회와는 확실하게 다른, 군대라는 낯선 환경에 아들이 잘 적응하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은 되었으나 잘 하리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이미 대학생활로 홀로 2년을 객지생활해 본 경험이 있는 아들이었기에.
그리고 24개월이 채 안되는 군복무기간 동안 우리부부는 면회를 한번 갔으며, 진급될때에 주어지는 정기적인 휴가와 한번의 포상휴가를 다녀갈 때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홀로 다녔는데, 우리부부는 이런 모습이 대부분의 군인들이 행하는 평범한 행동으로 여겼습니다.
그런데, 최근 어느 모임자리에서 우리부부는 뜻하지 않은 공격을 받았습니다. 아들을 군에 보내고 뒷바라지하는 군부모로써 너무 무심했다는 것입니다.
우리부부를 무심한 부모로 여기며 요즘세상에 보기드문 특이한 부모로 몰고가는 비슷한 또래의 군부모가 자신의 아들에게 행한 행동을 나열함을 듣고 보니 정말 대조적이었습니다.
ㅣ.주말마다 외출이나 외박을 원한다.
안부전화도 시도때도없이 자주 할 뿐더러 갑갑한 부대에서 주말만이라도 벗어나는 자유로움을 만끽하고자 부모님께 전화걸어 주말에 외출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부탁을 한답니다. 이에 아버지는 먼길을 달려가 아들을 부대에서 나오게 한 후에 돌아온답니다.
ㅣ. 부모님께 용돈청구를 자주 한다.
적은 액수지만 부대에 있는 군인에게는 월급이란게 주어집니다. 알뜰하게 절약한 청년들 중에는 오히려 저축을 해서 제대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늘 용돈이 부족하답니다. 집으로 전화해서 용돈 보내달라고 수시로 부탁한답니다.
울아들도 두번정도 용돈이 부족함을 호소한 적이 있긴 있었습니다. 상병되었을 때랑 병장되었을 때, 같은 소대원들에게 한턱내고자 하는데 돈이 좀 부족하다면서.
ㅣ. 휴가나 귀대시 반드시 부모님과 동행한다.
휴가받았다는 소식을 집안에 알립니다. 이후 부모님은 아들이 부대에서 나오기를 바라며 부대앞까지 달려가 기다렸다가 집으로 데리고 오고, 부대로 돌아가는 길에도 부모님이 부대앞까지 배웅했답니다.
ㅣ. 아픔을 이유로 자주 휴가나온다.
어디가 그리 아픈지 수시로 아픔을 호소하며 시내 병원을 자주 이용하는 경우도 있답니다. 부대내에서는 진찰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여기에 맞장구를 치는 또 다른 부모는, 아들이 보고싶으면 면회를 수시로 갔으며 군생활이 힘들고 불편하다고 호소하는 아들이 군복무기간을 잘 견딜 수 있게 하는 방법으로 용돈을 풍족하게 보냈다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이 두집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니 당연하다고 여겼던 울아들이 너무나 의젓하게 군생활을 잘했음을 새삼 깨닫게 되면서 아들이 참 고맙게 여겨지더군요.
우리부부는 군에 있는 아들이 원하는 만큼 뒷바라지 한 셈이고, 우리부부를 무관심한 부모로 몰아간 부부는 그 아들이 울아들과 달랐기 때문에 원하는 대로 뒷바라지 한셈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행동으로 뒷바라지 하지 않았다고 해서 우리부부를 이상하게 몰고가는 바람에 조금 불쾌하기도 했던 자리입니다.
아들이 군에 있는 동안 부모로써 적어도 이 정도는 해줘야하지 않냐면서 자랑스럽게 떠들어대는 분위기로 말미암아 졸지에 우리부부가 요즘 세상에 보기드문 무관심한 방관자? 이상하게 생각되는 특이한 부모?가 되고 말았지요.
훈련기간을 마치고 자대배치를 받은 아들을 보러 면회를 간다고 했을 때 울아들 무척 놀랐습니다. 부모님이 면회오리라는 기대를 하지 않았던 탓에^^ 그래서 저는 적어도 일년에 한번씩해서 두번은 면회를 가겠노라고 했었는데... 이듬해 한번 더 면회를 가려고 했을 때 아들은 아빠의 피곤함을 배려하며 굳이 오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 바람에 우리부부는 아들의 말을 전적으로 믿었기에 가지 않았습니다. 울아들이 배려를 많이했던 것임은 나중에 깨닫고서는 아들이 더욱 더 기특하고 대견스러웠습니다.
시외버스정류장에 보면 가끔 군인들을 보게 됩니다. 아들을 너무나 귀하게 여기며 휴가와 귀대시 반드시 동행하는 부모도 있겠으나, 저희부부처럼 아들 스스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군인들이 아직은 더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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