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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생각

유아용의자에 달린 판이 식탁인가? 식판인가?



집안에 머물며 아이를 돌봐줄 시어머니나 친정엄마가 계시다면 맞벌이로 아이를 직접 보살필 수없는 엄마에게는 그나마 안심이 됩니다만, 사정상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아이를 돌봐줄 사람을 구하게 됩니다. 타인의 아이를 돌보는 사람을 '베이비시터'라고 하지요.
우리나라에서는 자격증이 있어야만 베이비시터를 할 수 있는 게 아니기에,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할수 있으며 서로간의 믿음과 안면으로 아이를 맡기고 돌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며칠전 모임으로 우리일행이 식당에 머물며 본 광경을 옮겨보려 합니다.
우리일행과 가까운 자리에 아주머니 너댓명과 유아용의자에 앉아있는 어린아이가 있었습니다. 제가 우리애들 키울시기와는 달리, 요즘에는 유아용의자를 휴대하고 다니면서 사용하기 좋도록 만들어져 보급되었더군요.
장점
유아용 의자에 앉혀놓으니 한 공간에만 있으니 밥을 먹이기도 좋고 식당내 돌아다니지 않으니 다른 손님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 좋아보입니다.
단점
좁은 공간에 갇혀있는 듯한 인상을 풍겨서 답답해보였으며, 더구나 남의 손에 자라는 아이의 경우는 행동에 제약을 받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 가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식사를 하면서 무심코 옆자리에 시선을 던졌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음식이 나왔습니다. 아이를 돌보던 아주머니가 밥그릇에 국을 말더니 유아용식탁의자에 앉아있는 아이의 식탁(?)위에 주저없이 그밥을 덜어놓는 것입니다. 얼마나 놀랐는지...
더 놀란 점은, 아이에게 숟가락을 주지 않아
아이는 손으로 그 밥을 먹게 그냥 두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으로 아주머니는 아이에게 해야할 책임을 다한양 함께 온 일행과 수다를 떨며 식사를 하는 것입니다.

이 광경을 본 우리일행 중에 아이를 돌보는 아주머니와 비슷한 연령대의 언니가 그 아주머니를 향해 대뜸,
 "아줌마, 친손자예요? 외손자예요?"
하고 물었고, 그 아주머니는 답을 하지 않고 우물쭈물거렸습니다.
 "......"
우리일행 중 다른 언니가 질문을 던진 언니의 팔을 끌어 목소리를 낮춰
 "야~ 뭘 물어봐. 보면 모르겠어. 할머니가 아니고 남의 집 애봐주는 사람같은데..."
 "아이고.. 저게 뭐야. 남의 아이를 돌보는 사람이라면 더 위생적으로 해야지. 저 판대기가 얼마나 깨끗한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렇지 세상에... 그릇채로 밥을 주지도 않고 더구나 숟가락도 안주다니... 아이가 거지야? 손으로 먹으려고 하면 숟가락으로 먹을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할 사람이... 아이엄마가 저 모습을 보면 얼마나 속상하고 화가 나겠어?"
언니의 질문을 받은 아주머니는 잠시 당황한 기색을 보이긴 했으나, 언니가 왜 친손자냐 외손자냐?고 물었던 의도를 눈치 못챘는지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아이를 거의 방치하다시피 두고는 일행과 떠드는 일에 몰두하고 있었습니다.
친손자라고... 혹은 외손자라고... 더 소중한 존재거나 소홀한 손자로 여기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언니가 이같은 질문을 한 이유는, 그런 아주머니 손에 보살핌을 받고 있는 아이가 너무 딱하게 보인 나머지 그 아주머니에게 제대로 아이를 돌보라는 뜻의 충고라도 하고 싶은 솔직한 표현을 애써 참으며 경각심을 일깨워주려 했던 것이었는데, 아주머니에게는 소용이 없었습니다.
아이가 손으로 그 밥을 집어먹고 있어도 개념치 않고 아주머니는 일행과 떠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식당에서 본 그 아주머니의 행동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아서 혹시라도 우리가 유아용품에 대한 오해가 있었는지 확인해보고 싶어서 집에 돌아와 인터넷으로 찾아보았습니다.
제품에 따라서는 유아용의자에 아이가 앉은 앞에 식판을 끼웠다 뺐다 사용할 수 있는 제품도 있었습니다만 우리 정서상으로는 식탁으로 보일 뿐, 식판으로 받아들이기엔 아무리봐도 무리입니다. 칸이라도 나눠있으면 식판으로 여겨지겠지만. 그리고 아이에게 숟가락도 주지않고 그냥 손으로 집어먹게 한 점은 도저히 납득하기 힘들었습니다.

과연 자신의 혈육이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