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지방선거를 앞두고 묵직한 우편물이 일주일 전에 도착했습니다.
이 우편물을 본 남편이 한숨을 내쉬며 하는 말이
"이거 수운 낭비야. 국민들 세금으로 이런 거 만드는 거잖아. 그런데도 이걸 누가 꼼꼼하게 다 읽어보긴 하나.."
"당신같이 바쁜 사람을 위해 만들어서 보낸건데 당신이 그러면 안되지^^"
"당신은 읽어봤어?"
"나? ㅎㅎ 아니. 하지만 나는 이미 길거리에서 선거운동에 나선 후보를 한두번은 봤잖아."
"후보봤다고 결정이 돼?"
"히히 그건 아니지만..."
"당신이 시간날 때 꼼꼼하게 읽어보고 나한테 이야기 해주면 안되나?"
"여보, 나 봉투 열어봤다가 식겁했어. 너무 많은 사람이 쏟아져 나오잖아. 그래서 그냥 넣어 둔건데 나더러 읽어보고 알려달라면 이건 완전 숙제야. 당신이 하루에 한명씩 시간날 때마다 읽어보고 결정해. 정리는 구분해서 해놓을께."
봉투에서 내용물을 꺼내던 남편, 저처럼 놀라기부터 합니다. 20명이 넘는 후보의 홍보물을 본 남편,
"구분해서 읽어보기도 힘드네. 도지사랑 시장후보는 알겠는데...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들이네... 어 핸드폰으로 본 이름때문에 그나마 덜 낯설군."
"도의원 시의원 교육감 교육의원... 내가 최소한 분류는 해놓을께.^^"
"인물을 찍는 것은 여섯번이고, 두번은 비례대표로 당 맞지?"
"응."
"번호가 있는 후보도 있고, 번호가 없는 후보도 있네. 당신은 알고 있었어?"
"그럼 알고 있지. 번호없는 후보는 교육감과 교육위원이야."
"6명을 뽑는데 20명이 넘는 후보라..."
"여보, 20명은 많은 것도 아니야. 대도시엔 40명이 되는곳도 있대. 그런곳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우와 그렇게 많대. 그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머리가 좋아야겠다. 어떻게 그 많은 후보를 구분해서 외운대? 지방자치제도도 좋지만, 도대체 이런 돈낭비는 왜 하는 건지 원. 나같이 바쁜 사람은 홍보물 읽어볼 시간도 없고, 선거하러 가는 것조차 어렵사리 짬을 내야하는데..."
"......"
울남편 최근들어 무척 바쁩니다. 장거리가 많아서 집에 못들어올 때도 있고 집에 머물때면 밀린 잠을 보충하느라 잠시 휴식시간에 이 홍보물책자를 읽는다는 것은 정성이 아니면 거의 불가능... 그러나 짬짬이 읽어보고 생각에 잠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후보에게 투표를 해야할지 마음에 결정을 하지 못했나 봅니다.
선거가 내일로 다가왔습니다. 남편이 대뜸
"여보, 당신은 누굴 찍을지 결정했어?"
하고 묻습니다.
"응"
"나는 이거 아무리봐도 모르겠어. 머리만 아프다. 당신이 결정한대로 나도 따라할테니 누구찍는지 가르쳐줘."
"ㅎㅎㅎ 내가 찍는 후보한테 찍는다구?"
"그려."
"그러지 말고 당신 소신대로 하셔^^"
"아는 사람이 없어서 그래."
"그럼 후보를 나열해놓고 코카콜라아저씨~~~ 한테 물어봐.ㅋㅋ"
"그게 뭔데?"
"학창시절에 시험보다가 모르는 문제 나오면 찍신이 내리기를 바라며 번호 찍는 것과 같은거야^^ 요즘 초등생들은 코카콜라아저씨~ 노래부르며 찍는대. 그렇게라도 해."
"^^"
후보가 우리부부의 대화를 들으면 기가 막히겠지요. 유권자를 찾아다니며 인사로 얼굴알리며 한표 한표 모으기 위해 밤낮으로 고군분투한 수고에 비해 유권자로써 너무 쉽게 한표행사를 하려고 하니 말입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지역의 일꾼을 제대로 파악했습니까?
우리 부부 오늘밤, 더 많이 생각하고 고민해서 투표권을 행사할 것입니다만, 누가 어느 직책에 도전했는지 헷갈릴 경우 번호와 이름이 혼란스러워 뜻하지 않은 곳에 날인이 될수도 있을 것 같아서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찍신이야기를 해본 것입니다.
따로 구분하긴 했지만 네장을 한꺼번에? 기억되는 번호, 기억되는 이름으로 말미암아 로또에 당첨되는 것처럼 여겨질 후보가 당선의 기쁨을 맛보게 되는 일도 발생하지 않을까? 상상해 보게 되더군요.
울남편 과연 마눌 따라쟁이 할까요.ㅎㅎㅎ
절대로 그럴 사람이 아닙니다만 제가 생각하고 있는 후보는 알려줬습니다. 남편이 생각을 정리하는데 조금은 도움이 될테지요.
두번으로 나뉘어서 한번에 4번 찍고, 또 다시 표받아서 4번찍고... 이거 참, 억지로라도 똑똑한 국민이 될수 밖에 없는 상황이니 정신 바짝 차려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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