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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TV

[YES24블로그축제]영화 '하녀'가 실망스럽고 불쾌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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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평과 혹평으로 나뉜 영화 '하녀'를 보고나니 관객들의 엇갈린 반응이 이해되었다.
내 소감은... 실망스럽고 불쾌하다로 요약이 된다.
뭘 기대했는가?
소재가 신선하지 않음은 미리 알았기에 별로 기대도 안했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선배하녀 병식(윤여정)의 아.더.메.치.유의 불평을 통해 뭔가 반전을 기대한 것이 내 실수였다.
대저택의 주인부부가 간섭을 심하게 하는 것도 아니고, 병식의 아들이 검사됨을 축하하며 돈을 건네는 친절함까지 베푸는 주인임에도 불구하고, 이 집안에 오래 머문 베테랑 하녀가 불평함으로 인해, 나는 병식이가 훈(이정재)이나 혹은 훈의 집안에 대해 한맺힌 무슨 사연(아들과 관계 된)이 있는 것으로 착각하기에 이르렀고, 급기야는 언제쯤 병식의 고백으로 이런 비리가 밝혀질까? 하는 나의 앞선 추측이 무너지므로 실망하게 되었다.
 "이 집안사람들이 어쩌구..."
할 때마다 뭐가 있나? 하고 상상한 내 탓이다.
흔한 공식처럼, 부와 권력을 쥔 쪽은 강자가 되고, 약자는 한없이 약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이미 전제하고 보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병식의 불평이 그저 자신의 처지에 대한 넋두리가 아니라 그 집안과 관계된 이유있는 아더메치유로 여기며, 나는 병식의 연기에 몰입되었다. 왜냐하면 병식역을 맡은 윤여정씨의 연기가 꽤 인상깊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화속의 병식은 그저 자신의 이익을 채우기 위한 몸짓에 지나지 않았음에 실망했다.

두번째, 따져보면 유산의 아픔을 겪은 은이만이 피해자는 아니지 않는가. 아무리 주인집 남자가 자신의 방에 찾아와서 관계를 맺었다고는 하나, 유부남의 유혹에 거절없이 받아들인 은이에게 실망했다. 그리고 한약으로 강제낙태시킨 안주인에 대한 복수로 선택한 방법도 몹시 불만스러웠다.
복수를 꿈꾸며 다시 집안으로 들어와 미친사람처럼 행동할 때 나는 또 뭔가를 기대했다가 낭패를 보았다. 어쩌면 그리도 빨리 사라져야 했는가? 이왕에 미친사람 연기를 할려면 좀 더 오랫동안 그들 곁에 머물며 괴롭히던지... 뜻밖의 복수에 충격을 받긴 했으나 은이가 선택한 방법이 허무하여 실망했다.

재력에 의해 새로 생긴 현대판 신분계급 사회가 형성되고 있음을 몰랐던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최상위급 재력가의 집안에서 일하는 사람을 하녀로 그려진 점은 씁쓸했고, 은이의 복수는 어린 나미의 시선을 의식한 듯했지만 과정이 지나치게 생략되어 많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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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이를 진심으로 친절하게 대하고 불쌍하게 여긴 훈의 딸 나미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던 은이가, 어린 나미가 보는 앞에서 자살을 감행한 행동은 무척 잔인하고 충격적이었다.
친절했던 나미에게 배려는 커녕 은이는 불친절한 기억으로 자신을 남기고 만 점도 실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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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하녀'가 불쾌했던 이유
먼저,
대저택의 남자주인 훈(이정재)을 표면적으로 너무 멋지게 그려놓은 점은 함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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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저택의 남자주인 훈(이정재)
어쩌면 이리도 완벽하게 다 갖춘 자가 될 수 있을까?
물론 영화니까 가능할 것이다. 아무리 가진자라 하더라도 사업상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 아쉬운 소리를 해야할 때도 있을 것이지만, 영화에 등장한 훈에게는 그런 모습을 볼 수가 없다. 잘 생겼고 돈많고 그렇다고 거들먹거리는 것도 아니고, 화가 난 모습이 잠깐 비치기도 했지만 대체적으로 온화한 표정과 매너갖춘 사람처럼 보이고 당당하다. 아침이면 피아노연주까지 멋지게 하는 훈은, 꽃밭(?)에 날아다니는 나비같은 존재로 그려지고 있다.

첫째, 이 저택에 살고 있는 여성들은 훈의 시선에는 다 하녀로 보인다?
은밀한 관계를 맺은 훈의 흔적이 은이의 몸속에 나타났다. 이 일로 장모가 불만을 드러내자 오히려 장모를 나무라기까지 하는 훈의 뻔뻔하고도(?) 당당한 태도로 말미암아 장모는 물론, 비록 아내이긴 하나 해라도 훈의 시선에는 '하녀'로 비쳐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 다 가진 남성의 우월감에 여성들이 하찮게 그려짐이 불쾌했다. 아무리 물질만능시대에 살고 있다고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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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은이(전도연)는 왜 훈을 거절하지 않았나?
분명한 꿈이 있는 것도, 그렇다고 비관적으로 사는 것도 아닌, 마냥 해맑아 보이는 은이는 약간 맹해보이기도 한 이혼녀다. 이혼녀였기 때문에 남정네에 대한 그리움이 있었단 말인가. 아니면 자신의 삶에서 보기 힘들었던 부류의 남자였기 때문에 가슴이라도 설랬단 말인가. 거절함없이 수동적인 척하면서도 능동적인 행동을 보인 은이로 말미암아 그집 남자가 여자를 쉽게 넘보는 시선에 동조를 한 여인처럼 그려진 점이 불쾌했다.
 '난 주인이고 넌 하녀잖아.'
 '예 주인님 저는 당신의 소유물이옵니다.'
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셋째, 하녀탈출을 꿈꾸는 병식(윤여정)
은이와는 대조적으로 저택에 오래 머문 선배하녀 병식은 늘 불만스러운 듯 푸념을 한다. 아더메치유로 중얼중얼 거리며 스트레스를 풀고, 주인처럼 와인을 즐겨 마시며 때론 은이를 자신의 하녀로 취급하기도 한다. 충성스럽게 일을 하면서도 뒤에서는 불평하는 병식의 양면성을 보고 있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불편했다.
싫으면 하녀생활을 청산하면 될 것이지, 고자질할 것 다하고 돈챙길 것 다 챙기면서 왜 저러고 사나. 이왕에 하는 일이라면 은이처럼 군말없이 하면 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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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안주인 해라(서우)
젊고 이쁘다. 미모로 훈의 아내가 된 것 같고 남편의 사랑을 갈구하지만, 훈은 아내라고 특별한 애정이나 존중을 나타내는 남편은 아닌 것 같다. 해라는 많은 자녀를 두려하는데 남편의 관심을 사기 위한 방패같은 느낌을 풍겨서 불쌍해보이는 여인이다. 남편으로 인해 누리게 된 부의 울타리를 지키려 애쓰는 것이 훈의 눈에도 비쳤을 것이다.
 '넌 내가 뭔짓을 해도 내곁을 떠나지 못할거야. 이미 돈맛을 봤으니까...'
 강자인 훈의 속내가 들려오는 듯 하다.

다섯째. 해라 친정모(박지영)
위선이 눈에 보인다. 교양있는 척 귀부인처럼 굴지만 싼티를 줄줄 흘리는 해라모친은 사위앞에서 꼼짝을 못한다. 아니 사위가 지닌 부의 권력에 기생한다고나 할까. 이런 수를 훈이 다 알고 있기에 장모라고 어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황에 따라서 하인이 되고 하녀가 된 삶을 살면서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며 살아가는데 비해, 영화속의 훈은 절대권력자처럼 누릴 것 다 누리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를 둘러싼 여인들 간의 난투극을 보는 것이 서글프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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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를 마치며.
대부분의 여성관객을 불쾌하게 만든 이 영화가 친절을 베푼 것이 있다면?
→배우 이정재씨의 멋진 몸매를 보여준 것이라고나 할까 ㅋㅋㅋ
그리고 윤여정씨의 인상깊은 연기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