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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TV

동성애자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한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



가족들이 자신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를 두고 내내 고민하며 노심초사하던 태섭이는 경수(이상우)를 좋아하는데, 경수 어머니의 협박을 받고 가족들에게 알려질 위기감을 느끼고 경수를 피하던 중, 엄마의 요리를 담는 사진작업을 하러 온 경수의 힘찬 포옹의 장면을 동생 초롱(남규리)에게 들키자, 미안함과 괴로움으로 밤을 새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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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집을 따로 두고 가까운 곳에 함께 모여살고 있는 4세대가정의 배경이 된 집안의 장손인 태섭(송창의)은 여자가 아닌 남자를 좋아하는 동성애자다.

사회적 편견을 감당하기 힘들어 정상적인 사람처럼 결혼하여 아이까지 둔 유부남으로 살다가 도저히 견딜 수 없어서 이혼한 경수가 먼저 겪은 선배로써 태섭에게...
"자신에게 정직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나도 알아.  세상에, 주변사람들에, 부모형제에... 진짜아닌 가짜 나를 믿게하면서 한평생 사느냐, 가면 벗어던지고 발가벗은 나 자신으로 사느냐. 잠자면서도 회의하고 갈등하는 고통 그 자체가 저주야. 어느쪽을 선택하든 그건 자유, 그런데 충고하면 너는 나처럼 세상 눈가림으로 여자랑 아이까지 낳고 살면서 치사하고 비겁한 사기치다 들통나서 더러운 놈에 나쁜 놈까지는 안됐으면..... "

자신과의 갈등으로 괴로워하는 태섭의 심정.
"사회도 두렵구, 부모님 동생들한테도 미안하고, 끊임 없이 아니다. 나는 아니다 버텼었어. 나를 부정하는 건, 인정하는 것 만큼 많이... 그것보다 더 힘든 일이었어. 우리 집 식구들이 알았을 때 파장 감당할 자신도 없고, 부모님께 그렇게 결정적인 타격을 드릴 수가 없어서 한때는 아주 최근까지도 그냥 나 자신과 세상 속이고 평생 정상적인.... 정상적으로 살아볼까 끊임없이 갈등했었어"

자신이 정상적인 남자와 다른 감성을 지녔다는 것을 알게 된 후, 태섭은 무척이나 고민했다. 더구나 결혼을 서두르는 가족들을 대할 때마다 더 괴로웠던 태섭은 그동안 알고 지내던 여자친구에게 어렵사리 고백함으로 양해를 구했지만, 역시 문제는 가족들이었다. 그런데... 막내 여동생 초롱이에게 들키고 말았다.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동생이 받았을 충격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가졌던 태섭은 밤을 지새우며 고민하다가 엄마에게 고백한다. 이에 엄마는 "나 때문이냐?"고 물으며 "미안하다"고 한다.

미안하다...
태섭엄마인 김민재(김해숙)여사는 놀라움과 충격에 눈물을 참지 못하면서도 꽤 침착한 태도를 보이며 아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내가 이런 상황을 맞으면 난 어땠을까? 자식 둔 엄마이기에 예사롭게 보이지 않아 자꾸만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게 되던 장면이었다.

태섭엄마와 아버지
상상도 못한 아들의 고백에 충격을 받아 놀라긴 했지만, 자신의 탓으로 돌리며 서로가 미안한 마음을 드러내는 모자간의 모습이 너무나 애처롭고 감동적이어서 눈물이 마구마구 흘렀다. 태섭의 엄마는 눈물을 보이긴 했지만, 곧 마음을 가다듬고 그동안 심적 고생이 많았던 태섭을 위로하는 엄마모습을 보였을 뿐만 아니라, 남편에게 태섭이 힘들지 않도록 가족이 보듬어야 함을 강조하며 이해해 줄 것을 간청한다. 그리고 아버지(김영철)는 태섭을 찾아가 정상인처럼 될수 없느냐고 한번은 물어보고 싶다고 한 후에 이해를 구하고 용서를 구하는 모습을 보이며 부자간의 애틋한 포옹을 했다. 가슴이 찡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이 너무나 안쓰러웠다.
경수엄마와 아버지
아들의 고민과 갈등에 대한 이해는 커녕, 아주 강력하게 부인하는 집안의 아들이 경수다. 더구나 집안과 남편의 체면을 내세워 아들을 몰아부치며 평범한 사람으로 회복하기를 바라는 경수엄마의 끈질긴 설득으로 말미암아 집안에서는 아주 몹쓸 아들이 되어버린 경수의 팍팍한 삶이 불쌍하다.

자식을 보듬는 엄마와 버리는 엄마
어느 부모가 내 아들이 여자가 아닌 남자를 사랑하는 동성애자라는 것을 알았을 때, 충격받지 않을 부모가 있겠는가?
태섭엄마 김민재(김해숙)여사가 보인 태도는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나는 흉내조차 내지 못할 이론속의 행동으로 그녀의 침착함이 부럽다. 가족들이라도 그를 이해하고 감싸안아야함을 강조하는 엄마, 진심으로 아들의 고민과 아픔을 이해하는 듯한 지혜롭고 현명하게 대처법이 존경스럽다.
나는, 일단은 경수엄마쪽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동성애자인 아들을 향해 비난하지는 못할 것 같다. 나쁘다고 몹쓸 인간이라고 몰아부치며 의절하는 경수엄마와는 달리, 나름대로 끊임없이 설득하고 또 설득하다 아들과의 냉전을 힘들어하며 아파하다가 서서히 아주 느리게 태섭엄마와 비스무리한 태도를 취하기는 할 것 같다. 하지만 마음속에서는 포기하지 못한채 끙끙앓으며 아들을 몹시 안쓰럽게 바라보는 엄마가 될 것같다.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를 통해서 나는 동성애자에 대한 생각이 바뀌고 있음을 느낀다. 그들의 고민과 고통을 들여다 볼수 있는 계기가 되어 그동안 무작정 이상하고 부정적인 선입견을 가졌던 것에 미안한 마음이 생긴다. 동성애자 역할을 맡아 연기하는 배우들의 애잔함이 너무나 잘 표현된 탓도 있겠지만, 역시 김수현작가님이 풀어가는 가족애에 대한 특별하고 소중한 교훈의 힘이 무척 컸음을 깨닫게 된다.

마무리하며, 내 이웃의 고민을 엿보며 함부로 선입견을 가지면 안된다는 것과 생모 아닌 계모입장에서 아들의 고백을 접하게 된 민재여사의 절제된 아픔과, 어렵사리 고백하는 태섭의 안쓰러운 심정이 헤아려져 눈물 많이 흘리며 본 드라마다. 그리고 가족들에게조차 아니 자신을 태어나게 한 부모님한테 조차 이해를 받지 못하는 존재가 되어버린 경수는 태섭보다 더 가여워 또 눈물이 났다.
괴물취급 받는 또 다른 계층의 아픔을 이해하게 된 좋은 드라마이기에, 시간이 흐르면 경수가족에게도 변화가 일어나리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