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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생각

집안행사에 홀로 다니면서 느끼게 되는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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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치른 친지분의 자녀 결혼식에 다녀왔습니다.
남편과 동행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여느때와 같이 무너져 실망감으로 변하고 말았지만, 남편대신에 여대생 딸이라도 동행할수 있었던 것은 다행스러웠습니다.

남편이 하는 일은 휴일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 남편이 조절하지 않으면 부부동반이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 저 홀로 참여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제는 편할 때도 되었건만... 시댁으로 집안행사때나 가끔 보게 되는 많은 친지들 틈바구니에서 누구의 처로 인사나눔과 식사시간은 언제나 낯설고 어색하여 동행하지 못하는 남편에게 살짝 불만을 나타냅니다.
 "이번에도 나 혼자 가?"
 "미안해. 대신에 OO(딸)이 불러서 함께 가."
 "과부도 아니고... 혼자 참석하면 얼마나 벌쭘한줄 알아? 더구나 시댁행사에... 한번도 그런적 없지만 당신더러 친정쪽 행사에 혼자가라고 하면 기분 어떨것 같아? 내 기분 이해할수 있겠지^^"
 "알아. 하지만 일 때문에 그런 걸 어떡해. 미안해."
 "일 때문에 그런줄 알지만... 좀 심하잖아. 한두번도 아니고... 당신이 조절을 했어야지..."
푸념해봐야 소용없는 줄 알면서도 또 했습니다. 남편은 일이 최우선이고, 집안행사에는 제가 대신에 참석하면 된다는 생각을 너무 쉽게 하고 있음이 얄미울 정도로 싫습니다.
이제는 아이들이 다 자랐기에 제 몸만 움직이면 되지만, 두아이가 어렸을 때는 한명은 등에 업고, 한명은 손을 잡고서 먼 타지까지 다녔던 일이 생각납니다. 그 당시는 얼굴도 제대로 익히지 못한 친지분들이 더 많은 상태라서 아무리 울형님이 도와주시긴 했어도 그 쑥쓰러움과 무안함은 어쩔 수가 없더군요.

아빠를 대신해서 엄마가 참여함을 어릴 때부터 봐온 딸이, 제가 겪는 심적 부담을 덜어주고자 자진해서 동행해주겠다고 하니 고마웠습니다. 더구나 등에 업힌 어린애도 아니고, 이제는 엄마의 길안내까지 맡을 정도로 자란 딸로 성장했으니 든든하고 위안이 되었습니다.

딸이나 저나, 자주 뵙던 친지분들에게 인사를 하는 것은 편했습니다만, 못 알아보는 분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소개를 하는 과정을 직접 경험한 딸,
 "엄마, 재밌을 것 같았는데 그게 아니네. 엄마가 느끼는 심적부담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알아주니 고맙네."
 
소극적이고 조용했던 저, 결혼으로 시댁의 가족이 되고, 누구의 아내가 되어, 일로 바쁜 남편대신에 집안행사에 나서다 보니, 저의 속마음은 낯설고 어색함이 무척 부담스러움에도 불구하고... 결혼전 제 모습과는 달리, 시댁쪽에서는 어느새 적극적인 여성으로 인식되어 있음이 때론 더 부담이 되어 서글프기도 합니다. 저도 사실은 부부동반으로 남편이 인사를 나누는 동안 옆에 서서 미소띠며 조신하게 서 있고 싶은 아내거든요.
 '부부중에 누구라도 하면 되지'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울형님댁에서는 아주버님이, 동서네에선 서방님이 나서주는데 비해 울집은 제가? 싫은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