녀석한테 큰엄마가 둘이니 지역을 따져 부르는데요... 저는 제천에 살고 있으니 제천큰엄마가 됩니다.
"제천 큰엄마, 저 OOO인데요."
"으 그래..."
"저 오늘(어제) 입대합니다."
"너두 참. 오늘 입대하면 미리 얘기 좀 하지... 용돈 좀 챙겨줄낀데... 나중에 훈련끝나면 연락해라."
"죄송합니다."
"네가 원하는 곳으로 가는거니?"
"예"
"합격하려고 노력 좀 했겠네.^^"
"좀 했어요^^"
"모두들 걱정하는 마음 너도 알지? 몸조심하고 고생해라."
"예, 나중에 전화드리겠습니다."
아랫동서네 큰아들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군에 입대한다고... 제가 그동안 참 무심했네요. 조카가 군입대를 앞두고 있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으니...
울아들 제대후 복학하고, 새내기 대학생이 된 울딸까지 타지로 보내느라 다른일은 마음쓸 틈이 없었네요. 시간이 흘러 조카는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입대를 하게 되었답니다.
지난 설날에 친지들이 모인 자리에서 오늘 입대한 조카는 해병대 수색대대에 지원하여 군생활을 할 것이라고 보고했고, 그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놀랐습니다.
조카는 자랑스럽게 여겼지만 그 당시에 갓 군생활에서 벗어난 울아들은, 제대하면 예비군아저씨모습은 다 비슷한데 왜 굳이 지원해서 힘든길을 선택하느냐고 말리는 빛을 보였습니다. 이에 우리 동서는 울아들의 말에 맞장구를 치면서 조카에게 경험자인 형의 말을 참고하라고 힘을 주어 말했고 저도 동조를 했습니다만, 그래도 조카는 자신의 뜻은 꼭 해병대! 그것도 수색대대!로 결정했으니까 남은 두어달정도 몸만들기 할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고 동서를 설득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3월 해병대모집에 지원하려고 했다가 미룬 사연은, 아무리 합기도 유단자로 전국대회에서 입상한 경력이 있더라도, 혹시라도 모를 불합격으로 말미암아 수색대대로 뽑혀가지 못할지도 모를 만약에 대비하여, 좀더 확실하게 몸도 만들고 체력도 더 다진 후에 지원하여 합격할 것을 다짐하며 5월로 미루게 되었음을 알렸던 것입니다.
이 소식을 들은 집안 여자들은 다 말렸고, 남자들은 걱정하면서도 조카의 판단과 결정이 중요하니 하고 싶은대로 하라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예비군모습은 다 비슷하다고 하던 울아들까지도!
힘든줄 알면서도 왜 굳이 그곳에 지원하려고 하니?
(그 무렵 텔레비전에, 해병대 수색대원들의 며칠간의 동계행군 장면이 나왔습니다. 저는 이 장면을 상기시키면서 반대했는데... 조카는 이 장면속에 자신도 포함되고 싶었다고 해서... 제 꼴이 혹떼려다 혹붙인 꼴이 되어 어이없는 웃음을 흘렸습니다.)
사나이로 태어나서 딱 한번 뿐인 군생활이니 힘들더라도 알차고 보람되게 보내고 싶습니다. 사회인이 되었을 때 군생활을 상기해보면 뿌듯할 것도 같고, 힘든 일이 생기더라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길러져서 무척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대학생활 1년을 멋대로 보냈으니 정신무장도 필요하구요. 힘들게 훈련받으면서 제 삶을 어떻게 설계해야할 지 유용한 시간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에고, 그런 것은 현역의 어떤 자리에서도 할수 있는 생각이잖아?
그럴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나중에 제가 어떤 인물이 되어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사회에서 군생활은 필수고, 이왕에 하는 것, 사나이로써의 해병대 수색대대출신은 남다른 자부심이 있을거예요. 참 멋지지 않겠습니까^^
군생활이 멋질 것 같다구ㅎㅎㅎ 착각이야.
아무나 가는 곳이 아니잖아요. 신체건강은 기본으로 체력적으로도 강인해야만 버틸 수 있는 곳인데 더구나 제가 자발적으로 지원해서 가니까 더 멋지잖아요. 아무리 그려서도 소용없어요. 저는 기필코 꼬옥 해병대 수색대대로 갈테니까요.
내동생이 해병대 훈련병 지도한 조교출신이잖아. 그래 네말대로 자부심하나는 끝내주더만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 그런데 사회에서는 별 소용없더만^^
큰엄마눈엔 그렇게 보일지 몰라도 그분은 남다른 자부심이 분명히 있을겁니다.
암 있고말고, 잘난척 무지하지.ㅋㅋㅋ
큰엄마 그러지 마세요.ㅎㅎㅎ
엄마도 설득못하면서 갈수 있겠니?
ㅎㅎ 엄마라는 벽이 있을 줄 진짜 몰랐어요. 항상 엄마는 저를 믿어주고 격려해주신 분이라서 당연히 대견스러워하시면서 찬성할 줄 알았는데... 엄마설득하기가 쉽지 않네요. 하지만 뭐 걱정없어요. 아빠도 설득했는데 뭐 엄마쯤이야 헤헤헤^^ 아빠가 조금만 거들어주면 엄마도 제편이 될겁니다. 그라고 반대하셔도 소용없어요. 저는 꼭 지원할테니까요.
지원하면 다 합격시켜준대? 그건 네 생각이지.
체력면에서 조금 밀리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되니까 몸만들기 한 후에 지원하려고 하는거예요. 엄마도 나중엔 제 마음을 이해하시고 찬성해 주실거예요.
엄마는 아빠하고 달라. 나도 아무렇지도 않은척하고 형의 군생활을 지켜봤지만 얼마나 불안했다구? 네가 원하는 군생활을 하고 있을 때 느낄 엄마의 심정을 한번 헤아려봐.
저는 울아들 평범한 육군으로 군복무하였지만 그래도 약간은(?) 불안했던 마음이 있었던 엄마의 심정을 나열하면서 아들(조카)이 되어 엄마(동서)의 마음도 조금은 헤아려야함을 호소했지만 조카의 결심은 단단했습니다.
어느 집안이던 위험하고 힘들어보이는 곳을 지원하고자 하는 아들을 적극적으로 밀어주는 부모는 드물것이라 생각됩니다. 조카의 결심이 기특하고 대견스럽기도 했으나, 솔직히 내 가족에 대한 위험성을 염려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이기심이 발동하여 말릴수 밖에 없었던 것인데... 녀석은 결국 자신이 원하던 군생활을 선택했고 입대를 했습니다.
25년전, 제 친정동생이 갑자기 해병대 지원해서 입대할 때도 우리가족은 깜짝 놀랐고, 걱정많이 했습니다. 지나고 보면 지나친 걱정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알수 없는 미래에 대한 염려는 누구나 하게 되잖아요.
조카말대로 지원한다고 누구나 다 받아주는 곳이 아니기에 더욱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다는 조카가 갖는 자부심을 이해하고, 건강하게 잘 자란 청년으로 합격점을 받은 조카의 군생활이 무고하기를 기도합니다.
'잡다한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집안행사에 홀로 다니면서 느끼게 되는 단상 (2) | 2010.05.11 |
---|---|
눈물로 쓴 편지들고 시어머니 산소찾아간 사연 (3) | 2010.05.08 |
아줌마가 혼잣말을 잘하게 된 이유 (7) | 2010.05.01 |
천안함침몰사고, 아들같은 청년들의 주검을 보며... (7) | 2010.04.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