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첫면회를 하고 돌아와서는 뒤척거린 며칠이 지나고 평상심을 찾으려 노력중입니다. 입대하던 날도, 사복이 도착하던 날도, 그리고 처음 편지를 받던 날과 전화목소리를 처음 듣던 날에도 울지 않았던 강한 어미였는데... 면회가서 아들을 두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그만 울음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우찌 그리 짜안하던지요 ㅠ.ㅠ
경험있는 선임들이 1박2일 외출로 하지 말고 하루 면회로 알차게 사용하라고 했지만 멀리서 가는 아빠와 엄마는 하루밤을 함께 보내고 싶어서 아들에게 그리 시켰고, 돌아오는 시간을 감안하여 군부대에 들어가야할 시간까지 함께 있지 못하고 좁디 좁은 그곳에 외출나온 군인들로 바글바글한 면소재지에 홀로 두고 돌아서며 안쓰러웠던 마음이 차를 타면서 결국에는 터지고 말았던 것이지요. 아들은 괜찮다고 괜찮다고 웃으며 배웅했지만 그녀석의 마음인들 편했겠습니까?
"엄마, 그 많은 군인아저씨들 어디에 다 살고 있는지 학창시절에 참으로 궁금했었는데 이곳에 다 모여있었나 봐요. 굉장히 많아요^^"
"그래. 엄마도 놀랐어. 어디쯤에선가 도로변에 방호벽이 보이기 시작하더니만 조금만 가면 군부대 또 군부대 계속해서 이어져 있더구만. 강원도 산간에는 군부대가 참으로 많음을 보고 긴장되더구나."
소속된 군부대의 위치에서만 외출이 가능하기에 고만고만한 군복을 입은 청년들이 옹기종기 모여 다니는 거리는 10분만 돌아보면 더이상 구경할 것도 볼 것도 없는 작은 곳으로 주민들보다 군인들이 더 많은 곳이었으며 같은 사단이라도 중대별로 소속별로 각기 다른 표시와 더불어 이등병과 일병 그리고 상병, 하늘같은 병장들이 저마다의 계급을 모자와 군복에 달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들이 차에서 내리기를 꺼려합니다.
"선임이 사제모자로 하나 장만해 준다고 했는데요. 군부대 안에 있는 상점이 며칠째 문이 닫혀 있어서 저는 여태껏 이런 모자를 쓰고 있어요."
"그 모자가 어때서?"
"자세히 보시면 약간 달라요. 각이 더 잘 세워진 모자는 사제품인데 선임이 선물해준다고 했거든요."
"엄마는 잘 모르겠는데..."
"잘 보세요. 저 군인은 선임이 선물로 바꿔준 모자예요. 제가 쓰고 있는 모자랑 약간 다르게 뒤에도 각이 있잖아요."
아들의 설명으로 모자 디자인에 대한 이해는 되었습니다만 정작 아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모자차이는 이제 알았어. 그런데 왜 차에서 안내리려고 그래?"
"군대서는 서열을 무시못하거든요. 지금 제가 쓴 모자는 신병일 때나 쓰는 건데... 같은 이등병일지라도 자대배치 받은지 한달이 지났는데 이런 모자를 쓰고 다니면 갓배치받은 신병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아무리 모르는 군인들 속에 있다고 해도 군인들끼리 느껴지는 뭐 그런 게 있다는 거죠.ㅎㅎ"
그러면서 아들은 설명을 덧붙입니다. 상병 정도 되면 나름대로 군복에 힘(몸에 맞게 수선가능)을 줄 수 있는 시기로 부러운 대상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부러우면 너도 몸에 맞도록 수선해서 입어?"
했더니
"아닙니다. 이등병이 겁도 눈치도 없이 그러면 안되구요. 상병정도 되면 자유롭다는 거죠. 누가 뭐라고 하는 것은 아닌데 무언의 질서같은 게 있는 곳이 군대라서 계급만큼이나 군대밥 먹은 세월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거죠. 제가 경험하기 전에 대학 선배님들이 하시던 말씀을 이제사 이해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어서 상병되고 병장되고 싶은 마음이지요.ㅎㅎㅎ"
일반인이 보면 차이점을 느끼지 못하고 그냥 지나칠 군복에 대한 시선... 계급별로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지만 자제해야하는 부분을 아들 나름대로 깨달아 구분지어 놓고 부러운 시선을 던지는 아들의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졌습니다. 세월이 가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을...
"그럼 엄마가 너희 선임대신에 지금 사줄테니 바꿔라^^"
"그래도 돼요?"
녀석, 늘 검소함을 강조하던 엄마의 변화에 좀 놀랐나 봅니다.
"그래, 바꿔. 엄마가 선물할께."
"감사합니다."
그리고는 근처의 군인백화점으로 들어갔습니다. 군인백화점?
이름은 백화점, 규모는 자그마한 상점으로 군부대가 많은 곳에만 존재하는 곳일테지요. 군인아저씨와 연관된 모든 물품들이 다 있는 곳이더군요.
"얼굴은 작은데 두상이 크다고 다들 놀라더군요ㅋㅋ"
"아빠와 엄마가 잘 만들었지ㅎㅎㅎ"
얼굴을 보면 55를 권하는 데 짱구인 아들은 60이 맞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은 꽉 조이게 59를 쓰면서 선임이 60이라고 우겼기에 자신은 꼭 59를 쓰야한다면서 밝게 웃는 아들의 모습이 순간, 너무 천진스러워 무척 귀엽게 보였습니다.
새모자를 쓴 후에야 비록 좁은 거리였지만 우리부부에게 소개한다며 나란히 걸어 주었던 아들, 남편의 군대경험보다도 아들의 경험이 더 절실하게 와닿는 '계급이 곧 세월'임을 실감하면서 군생활에 적응중인 안쓰러운 아들이 건강하기를 바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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