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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생각

지역간의 격차, 여고생 성형과 화장에 관한 단상

설날을 보내기 위해서 온가족이 대구의 큰댁에 모였습니다. 서로가 떨어져 사는 관계로 명절때라야 얼굴이라도 볼수 있으며 아이들관계까지 포함하면 오촌까지 만날 수 있는 시간입니다. 조카의 큰딸로 저한테 할머니라고 부르는 제 딸과 연령이 같은 손녀(?/소녀)가 쌍거풀수술한지 며칠 지나지 않아 부기있는 눈으로 등장하였습니다.
사는 곳이 경기도라서 그런지 확실히 지방에 사는 우리의 환경하고는 많이 다르기에 생각의 차이를 느끼고 있었는데... 안경을 쓰고 있어서 잘 알아보지 못하니까 손녀가
 "제천할머니, 저 이번에 쌍꺼풀수술했어요."
 "어~~ 정말! 안경쓰고 있어서 몰랐네. 그런데 지금해도 괜찮은거야?"
제가 아는 상식으로는 성인이 된 후에 해야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에 걱정스레 물었더니 그애는 자신이 들어서 알고 있는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쌍꺼풀수술은 17세무렵에 하는 게 가장 이쁘다고 합니다. 그래야 20세 넘어서 자리잡은 눈이 자연스럽게 이뻐보인대요. 그러면서 덧붙이기를 자신이 다니고 있는 학교의 학급아이들도 여고 2학년 올라가기전 이번 겨울방학을 이용하여 쌍꺼풀수술을 많이 했다고 전했습니다. 우리딸도 똑같은 시기로 외모에 관한 불만을 토로하면서 대부분 실천에 관한 기간은 수능끝나고 겨울방학을 이용하겠다는 식의, 일반적으로 알려진 그무렵으로 미루어 둔 상태의 아이들이 많은데(희망하는 애들은 많지만 실제로 성형을 실행에 옮길 아이는 몇이나 될지 모르지만요^^) 경기도에서 실업고를 다니고 있는 소녀의 말을 통하면 이쪽보다는 2년정도 빠른 감각임을 느끼게 되었으며 딸을 포함한 요즘의 소녀들은 성형함을 아주 자연스럽게 여기는 환경이긴 했으나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그만두는 아이들이 더 많은 이곳의 풍경하고는 많이 달라서 약간 놀라긴 했습니다.

소녀는 작은 눈의 처진 속눈썹으로 인해 눈이 찔러 가끔 눈물을 흘리던 아이였기에  
 '성인이 되면 당연히 쌍꺼풀수술을 해야겠구나'
하고 인지하고 있었고 더불어 이런 경우에는 의료보험혜택까지 주어진다고 하니 소녀에게는 참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쌍꺼풀시기는 앞당겨졌고 앞트임(그렇게 표현하더군요)도 겸하느라 번거로운 의료보험혜택은 누리지도 않았다니 이왕에 하는거 미용에 더 관심을 가지며 실행에 옮겼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화살표부분을 앞트임했으며 나이들면 눈꺼풀이 처질 것을 염려하며 지방제거도 겸한 쌍꺼풀수술을 했답니다.

(그림은 참고하기 위해서 제가 마우스로 어렵사리 그렸음ㅋㅋ)
수술도중에 마취에서 깨어난 이상체질로 아픔을 감수하느라고 고생했다는 경험과 함께 1,700,000원의 비용이 들었다고 아주 자세하게 설명하는 싹싹한 소녀^^ 마취부작용이긴 했으나 큰사고가 없었으니 얼마나 다행입니까. 요즘엔 마취사고도 많이 일어나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야기 도중에 그 또래들은 등교나 외출을 하면서 얼굴에 화장까지 한답니다. 요즘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도 화장하는 애들이 가끔 있으나 극소수였던지라 그냥 그런가보다 했는데 여고1년생인 소녀의 화장으로 인해 사실임을 확인하고 놀랐는데 소녀의 동생인 중학생 애까지도 고운피부에 화장을 하고 있었다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질부(두소녀의 엄마)는 내내 이르더군요.
 "젊다는 것은 고운피부만 해도 얼마나 큰 아름다움인데 나는 우리딸이 조금 더 커서 화장했으면 좋겠어."
 "엄만 요즘 애들은 다 이정도는 한단 말이예요."
 "숙모님, 그곳 아이들도 화장하나요?"
 "글쎄..."

시골사는 아낙네 정보가 어찌이리 늦은가요? 를 깨닫고는 역시 지방(지방이나? 시골이나? 비슷하구마는 우리딸은 시골이라고 표현하지 말랍니다.ㅋㅋㅋ)에 사는 우리딸을 불러 대화의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딸~ 네 주변의 친구들도 화장하고 다니니?"
 "아뇨. 중학교때 좀 잘나간다는 소수의 애들이 화장하고 다니긴 했지만 여고에 들어와서는 보질 못했어요."
 "큰댁 오빠네 OO이가 다니는 학교아이들은 화장안하고 다니는 게 도리어 이상한 애 취급받는 분위기래. 아주 당연한듯이 말이야... 그리고 지금 시기에 쌍꺼풀수술도 많이 한대."
 "그학교하고 우리학교 같나요? 대도시는 아니지만 그래도 수도권이고 우린 지방이잖아요."
 "그게 무슨 이유가 되니?"
 "우리가 사는 곳엔 성형수술을 맘놓고 맡길만한 병원이 없으니까 수능후의 시간으로 미루었다가 서울가서 성형하겠다는 애들이 있는거구, 또하나 실업고생과 인문고생의 차이가 이런 데서 느껴진다니까요. 일단 공부에 대한 부담이 덜하니까 그 시간을 외모에 관심을 두고 투자하는 모양이네요^^"
 "그런건가? OO이가 쌍꺼풀수술한거 보니까 우리딸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이제부터 구체적으로 논의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저야 뭐 왼쪽에만 있는 짝지눈이니까 엄마가 가르쳐주신 방법대로 생각날 때마다 그려서 자리잡게 하는거죠 뭐. 피곤하면 양쪽 다 생기니까 나중에 저절로 자리잡겠지요. 아빠도 엄마도 다 쌍꺼풀있는 눈이니까 저도 성인이 되면 자연스럽게 생기겠지요. '임신해 있을 때 먹고 싶은 거 못먹으면 짝지눈 된다'는 어른들의 말씀도 있던데 엄마책임인거 아시죠^^"
 "두고보다가 한쪽이 안생기면 그 눈만 쌍꺼풀수술 시켜줄께.ㅋㅋㅋ OO이는 수술도중에 마취가 풀려서 무지하게 아팠다니까 아픔만큼 이뻐진 눈을 다음 추석때 볼 수 있겠지. 그때 OO이의 눈을 모델삼아서 우리딸 눈과 비교해본 후에 다시금 이야기해도 되겠지."
 "괜스레 엄마가 왜 그러세요? 저는 괜찮은데요."
 "우리딸도 이뻤으면 하는 엄마의 바람? 욕심? 같은거지^^"
 "엄마보다는 그래도 제가 나으니까 걱정마세요. 그리고 얼굴에서 눈만 보나요. 전체적인 분위기가 중요하죠."
 "ㅋㅋㅋ^^ 도토리 키재기지만 우리딸의 자부심은 칭찬하고 싶네."
 "ㅋㅋㅋ"

어느새 저도 외모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행하는 성형수술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엄마가 되어 그야말로 여고생인 딸의 수능이 끝나면 저를 닮은 외모로 불만이 있는 우리딸의 외모에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해줘야하는 게 아닌가? 책임을 느끼는 어미가 되었습니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