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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생각

워싱 데님바지는 젊은이의 전유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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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딱 달라붙는 스키니바지 세력이 강할 때 하체가 두꺼운 우리 모녀는 감히 입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딸을 기숙사로 떠나보내기 전, 우리모녀 옷을 분리하노라니 서로의 옷가지수가 줄어듦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을만큼 공유한 옷이 많았음에 난감함을 맛본 후, 앞으로는 공유한다는 생각을 버려야함을 실감하고 쇼핑을 하러 나갔다.
스키니바지와 함께 공존했던 통이 넓은 카고바지나 세미판타롱바지는 사라지고, 스키니바지에서 약간 벗어난 일자바지가 요즘 트랜드로 자리잡고 있는 매장에서 우리모녀 함께 feel이 꽂힌 바지를 찾았다. 일명 '복고풍데님바지'
더구나 스판소재가 들어간 바지라서 참 편했다. 많은 바지 사이로 워싱처리가 독특해서 눈길을 끄는 바지를 보는 순간, 딸의 손이 바지를 잡고 있었다.
 "ㅎㅎㅎ 그래 내딸이다^^"
같은 바지가 맘에 든 것이다.
 "똑같은 바지라도 이제 각자 구입하자. 함께 살지 않기 때문에 공유할수가 없잖아."
하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그동안의 습관이 있어서. 내 품에서 떠나는 딸은 딸대로, 나는 나대로... 같은 바지에 feel이 꽂혔다면 똑같은 바지를 2개구입해서 나눠야하는데, 우리모녀는 서로 다른 옷을 사서 바꿔입었던 그동안의 습관으로 말미암아 망설여졌고, 결국 각각 다른 바지로 1개씩 구입했다.
feel이 꽂혔던 이 바지의 주인은?
고맙게도 우리딸이 양보했다. 이유는, 나이들어 가고 있는 엄마는 기회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바로 입어야하고, 딸은 또 다른 젊은 감각의 옷은 얼마든지 입을 수 있는 기회가 더 많기 때문에 서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아이고 어쩜 내딸이 요로코롬 기특한 생각을 하는지 원^^)
우리모녀의 대화를 들은 매장직원이 언니처럼 구는 딸을 보고 대견스러워한다.
 "야, 딸~  네가 어른스럽게 굴면 엄마가 뭐가 되니?"
 "히히히 그래도 난 엄마딸이고 엄만 엄마야. 딸로서 난 엄마마음을 너무 잘 알쥐^^"
우리 모녀 옷을 나누면서 서로 아쉬움을 맛보았다. 지난번에 집을 다녀간 딸에게
 "딸~ 이 바지 너 줄께 가져갈래?"
 "왜 그래요. 엄청 맘에 들어하더니..."
 "이 바지가 엄마한테 안어울리니?"
 "누가 뭐라 그랬어?"
 "나보다 젊은 엄마가 이 바지입은 나를 보더니 딸바지 입고 왔냐고 해서..."
 "에고, 그래서 울엄마 상처받았구나. 누가 그랬어? 옷에 나이가 있는 것도 아닌데 엄마답지 않게."
 "그렇게 말하지 말고. 엄마또래의 다른 아줌마가 이 바지 입었다고 상상하고 냉정하게 한번 생각해봐."
 "다른 아줌마랑 엄마하고 비교하면 안되지. 엄마는 옷을 젊게 입기 때문에 내 눈엔 익숙해서 괜찮은데..."
 "냉정하게 다시."
 "엄마친구 중에 올이 나간 데님바지(찢어진 청바지) 입는 친구도 있다며... 엄만 올나간 바지 입고 싶다고 하면서도 못입었잖아. 사람마다 생각이 달라서 그렇지 이런 옷은 젊은이옷, 저런 옷은 아줌마옷이라고 뭐 정해놓은 것은 아니잖아."
 "그렇지 그지. 어쩜 엄마생각하고 똑같니^^"
 "엄마, 평소하던대로 해. 그게 엄마야. 아줌마들이 한결같이 짧은 머리에 아줌마파마하는 것처럼 엄마도 그러고 싶어? 난 엄마가 엄마다운게 좋아. 옷도 마찬가지고. 엄마가 옷을 야하거나 과장되게 입는 것도 아닌데 뭐."
 "......"

옷에도 나이가 있는걸까?
아니면 우리가 나이따라 옷을 구분해서 입기 때문일까?
때와 장소, 그리고 어떤 모임이냐에 따라서 분위기에 맞는 복장으로 갖춰입어야함은 예의기에 신경을 쓴다.

한때는 청바지가 젊은이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시기도 있었지만, 이젠 연령대가 허물어진 바지로, 입어서 불편하다고 느끼는 경우는 입지 않을테고 편하다고 느낀 사람은 나이와 관계없이 입는 바지가 되지 않았는가.
최근 트랜드가 된 워싱 데님바지~ 이 바지가 젊은이들만의 전유물이란 말인가?
스판소재가 가미된 이 바지는 입으면 참으로 편하다. 그래서 올봄 가장 즐겨입는 바지가 되었는데... 나와 생각이 다른 아줌마의 시선에 낯설게 느껴진 이유를 생각해 보게 된다.
나와 이 바지의 부조화?
아니면 나이에 따른 옷의 부조화?
어느쪽일까?
타인이 인식하는 통상적인 시선은 각기 다르기에 개의치 않으려고 하지만, 마음이 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