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혼돈의교육

오티참석했던 딸, 왕따느낌 받은 사연

금년에 대학생이 된 딸이 2월말 오티를 다녀와서는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감으로 오티에 참석한 딸의 생각으로는, 대부분의 신입생들이 자신처럼 낯선 환경이긴 해도 새친구를 만나게 되는 설렘같은 것을 상상했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오티에 참석해보니 딸의 생각이 완전 빗나갔음에 대한 실망감과 외지에서 온 이방인같은 느낌을 받으며 홀로 외로웠다고 그날의 느낌을 전하는 딸에게서 쓸쓸함이 전해져 마음이 짠하다.
윗쪽지방의 신입생들은 오티를 앞두고 자신들끼리 이미 소식을 주고받으며 자발적으로 한차례 정모를 통하여 얼굴을 익힌 상태였다는 것이다. 이 소식은 오티자리에서 홀로 서먹했던 딸이 누군가에게 들어서 알게 되었다고 한다.
여고 친구들도 전국적으로 뿔뿔히 흩어진 상태로, 같은 지역 출신자도 없는 상황에 울딸은, '낙동강에 오리알'신세가 되어 아는이 하나 없고, 더구나 이미 안면을 튼 아이들끼리 아는척하고 있는 환경에 끼어들 틈도 얻지 못한 채로 홀로 서먹한 자리에 있느라고 심적으로 몹시 힘들었다고 한다.
익숙하지 않은 자리라서 불편했던 게 아니라, 자신의 존재감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게 투명인간 된듯한 소외감을 맛본 딸의 푸념을 기억하는 나로써는 기숙사에 홀로 두고 돌아오는 길이 편하지가 않았다.

지방에서는 in서울을 동경한다. 하다못해 수도권이라도 들어가야겠다는 분위기다. 정작 서울이나 경기쪽에서는 반기지도 않는 상황이지만.
in서울은 못하고 수도권으로 진학한 울딸은 전철을 이용하여 서울로 진학한 친구만나는 것에 더 열중하는 눈치라 안쓰럽다.

적극적인 성격이라 시간이 지나면 좀 나아지겠지만, 혹시라도 먼저 알고 지내던 그들의 기세에 눌려서 소극적으로 변하지는 않을까? 염려되어 동아리에 들어 열심히 활동할 것을 권했다. 같은과 같은 또래속에 끼어들 수 없을 정도로 그들의 결속력이 단단해 보이면 차라리 선배한테 잘 보이라는 충고를 곁들였더니
 "엄마, 안그래도 오티에서 오히려 선배가 저를 챙겨줬다니깐. 내가 얼마나 불쌍해 보였으면...^^"
 "네가 불쌍해 보인다구? 그건 아닐거다. 고슴도치도 지자식은 이쁘다고 하지만 엄마의 객관적인 눈으로 볼때에 네 말투만 조심하면 지방출신 같아 보이진 않거든."
 "ㅎㅎㅎ 그말은 맞아. 나를 챙겨준 선배가 그랬어. 서울출신인데 공주병이 살짝 곁들여져서 아이들하고 안어울리는 건가... 라고 생각했대^^"
 "그 선배한테 네가 왜 못어울리는 지 상황이야기 했니?"
 "응. 걱정하지 마래. 시간이 좀 지나면 변화가 온다구..."
 "그래 그럴거야. 첨엔 다들 낯설어서 먼저 알게 된 사람과 붙어 지내지만 시간이 흘러 진심을 알게 되면 너도 수월해질거야. 내딸이라서가 아니라 넌 배려심도 있고 괜찮은 애거든.^^"
 "그럴까요? 오티에서의 분위기가 하도 충격적이라서..."
 "그럼 학교 안갈래?ㅎㅎㅎ"
 "뭐 그렇다고 내가 학교를 안갈 것 같아요. 보란 듯이 더 잘 다닐거야."

여자애들은 친한 아이들끼리 몰려 다니면서 자신들만의 세계를 만들어 다른 아이가 끼어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경향이 좀 있는 것 같다. 나도 학창시절에 이런 분위기 너무 싫어했으니까. 남자형제속에 자랐던 나는 마음 맞는 여학생들끼리 붙어다니면서 다른부류의 급우들을 험담하는 무리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신입생 시절에 홀로 지내는 아이가 눈에 띄면, 내가 알고 있는 친구들에게 소개하고 함께 할수 있도록 이끌어주려고 애를 썼던 나의 이런 성향이 울딸에게도 있다.
여고시절까지 그렇게 지냈던 딸이었기에 낯선 환경에 대한 두려움같은 것은 없었다. 오히려 설렘과 기대감이 더 컸다. 그런데 먼저 알았다고, 아니 그보다는 같은 지역출신이라고 안면트고 지들끼리 아는 척하는 분위기를 경험하는 일은 처음이었던 딸이었기에, 누가 '너 왕따다'고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 분위기가 왕따당한 기분처럼 느껴졌다는 것이다.
선배말대로 공주병이 있어서가 아니라 아이들끼리 똘똘 뭉쳐있는 분위기에 감히 끼어들수가 없어서 공주가 되어볼까? 하며 웃던 딸.

기숙사 명단을 보던 딸의 표정이 어둡다. 그래서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룸메를 정해서 신청하면 그렇게도 해준다고 해서 오티가서 말을 튼 아이한테 함께 하자고 했거든. 그 친구말이 자신은 롬메같은 거 안하고 학교에서 정해주는 데로 할거라고 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그런데 아니네. 나한테는 그렇게 말해놓고 다른 아이와 이미 롬메하기로 결정해 놓았었나봐. 여기 명단 보니까 느낌이 와."
 "그 친구도 웃긴다. 그러면 이미 정해놓았다고 그러면 될 것을..."
 "엄마도 대구살다가 아빠만나 다른 고장으로 시집와서 사람들 성향 파악하는 데 힘들었다고 했지. 그때 엄마심정이 어땠는지 이제사 좀 알것 같아. 지역따라 성향이 좀 다른 것 같다고 말한 엄마말을 이해할 것 같아."
 "성격좋은 우리딸의 학교생활이 즐겁고 활기찼으면 좋겠는데......"
 "ㅎㅎㅎ 왜요? 걱정되세요? 아주 잘 정말로 자알 지낼테니까 걱정하지마. 나, 엄마딸이잖아^^"
 "암만. 울딸 잘 지내리라 믿어. 그라고 안믿으면 어쩔거야 물러?ㅎㅎㅎ"
 "ㅋㅋㅋ 엄마, 내가 안 물러."

전국구로 모여드는 대학생이긴 하지만 학교위치상 아무래도 지역적으로 경기와 서울이 많다보니 생소한 느낌이 들수 밖에 없을 것이다. 지역끼리 뭉쳐진 환경을 보고 울딸은 충북출신이라도 있나 하고 찾아보게 되더란다.
 '에고ㅡ.,ㅡ 이런 걸 두고 지역차별(?)이란 정서타령을 해야하나'
우리딸의 나홀로 여백이 너무 크지 않기를 바라며, 오티에서 느꼈던 왕따된 기분을 이해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딸이 대학생활을 알차게 잘 보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