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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교육

졸업식 뒷풀이, 알몸 행위를 본 초등생의 한마디

한마디로 기가 딱 막히는 장면이었습니다. 뭐라고 표현하기 힘들정도로..
아무리 표현에 자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건 아니다 싶네요. 중학교 졸업식에서 이런 일을 벌였다면 3년 후, 고등학교 졸업식에서는 어떤 모습과 행동을 보이게 될지 심히 걱정됩니다.

저랑 함께 하는 초등생들에게 물었더니 저의 경상도 억양과 사투리를 흉내내며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미쳤다아이가~"
 "장난으로 말고... 진심으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말해볼래?"
 "미친짓이죠. 정상인이라면 어떻게 홀닥벗고 다닐 수 있습니까? 경찰이 잡아가지 않나요?"
 "밀가루나 계란을 깨어서 교복에 묻히는 것은 어떻게 생각해?"
 "그것도 지금 생각에는 별로 좋아보이지 않아요."
 "그마음이 중학교때에도 변하지 않을 것 같니?"
 "글쎄요. 친구들 분위기에 따라 약간 달라질 수는 있겠지요."
 "아니, 난 절대로 그런 짓 못하게 할거야. 화날 것 같아."
 "나는 장난으로 재밌어 보이던데... 하지만 내가 원하지도 않는데 밀가루 뿌리면 짜증은 날 것 같아."
 "홀딱벗자고 친구들이 부추키면 어떡할건데?"
 "우리반 친구들 사이에도 잘나가는 애(?-날라리)들이 있긴 한데... 졸업식때 밀가루나 계란 혹은 케첩을 뿌리는 형이나 누나들도 아마 학교에서 날라리일 것 같았어요."
 "맞아 맞아, 날라리아니면 대개는 조용히 졸업식을 치루고 점심먹고 헤어지는 것 같던데..."
 "아니야, 날라리들이 범생이들 놀리려고 졸업식날 일부러 밀가루 뿌리고 그러는 사람들도 있대."
 "됐구요. 이제 너희들도 6학년이니까 내년에 중학교 들어가고 4년후면 중학교 졸업생이 될건데 어떤 모습으로 졸업할 것 같은지 말해보라구..."
 "홀딱벗고 다니는 짓은 절대로 안할거구요. 밀가루도 지금은 기분나쁠 것 같아 피하고 싶어요."
 "그 마음 변치 않기를 바래^^ 사춘기시절 겪다보면 생각도 많이 바뀌게 되고 자유를 부르짖으며 이상한 행동도 보이곤 하는데... 울 공부방 아이들은 착하고 바르게 자라주길 바래^^"
엉뚱한 녀석,
 "샘도 졸업식때 밀가루뿌리고 그랬어요?"
 "아니, 우리때는 여고생이나 중학생은 그러지 않고 남자고등학생들이나 했던거야."
 "헤헤헤 혹시 우리 중에 뉴스에서 본 것처럼 알몸으로 다니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샘한테 연락할까요? 취재해서 블로그에 올리게요ㅋㅋㅋ"
 "아휴 녀석아 장난치지 말아라. 뭐 볼게 있다고 내가 니 고추보겠다고 추운날 쫓아가겠냐^^"
 "ㅋㅋㅋ 그런데 그 형이나 누나들 경찰서에 붙잡혀 가지 않나요?"
 "글쎄..? 홀딱 벗었다고 경찰서에서 잡아가는가? 모르겠네..."

밀가루, 계란, 케찹 등등... 제발 그러지 말라고 선생님들께서 졸업을 앞둔 제자들에게 신신당부하지만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는 모습입니다. 우리 학창시절에는 남학생, 그것도 고등학교 남자졸업생들에게서나 볼수 있었던 일이었는데 요즘은 남녀 중학생들까지 동참하고 있으니 '소귀에 경읽기'밖에 되지 않는 광경을 안타까운 심정으로 바라봅니다.
 '오죽하면 저럴까?'
하는 해방감을 이해하며 또한 오래동안 전해온 관습으로 여기고 체념하고 바라보게 되지만... 나중에는 초등생들도 흉내내게 될까봐서 걱정이 되는 요즘아이들의 공부에 대한 압박이 안쓰럽기만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이 지역에는 알몸뒷풀이는 없었으니 그마나 조금 안심이 되면서도 금새 퍼지는 아이들의 희귀한 뒷풀이?... 어느새 전파(?)되어 이러한 일이 이곳에서도 행하게 되는 졸업생이 나올까봐 심히 염려스럽습니다.

졸업식의 얄궂은 문화가 난무하는 가운데 밀가루 세례없이 깨끗하게 졸업식을 치루는 학교도 있음을 칭찬하고 싶습니다. 고등학교의 경우, 남녀공학인 경우는 아무리 단속해도 그들만의 추억으로 여기며 졸업식 뒷풀이를 이어가고 있기에 차라리 졸업식날에는 정장차림의 사복이나 한복을 입게 하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