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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교육

가사일 돕도록 유도하는 나는 계모?

우리딸을 지도하시는 어느 선생님과 딸의 대화를 그대로 올려봅니다.
 "너 집에서 공주지?"
 "아니예요."
 "아니라구? 뜻밖인데?"
 "하하하^^ 선생님은 우리엄마를 모르셔서 그런 말씀을 하세요. 제 친구엄마들하고 생각이 많이 다르신 분이예요."
 "널 무척이나 믿고 아끼시던데"
 "친구들 이야기와 비교해보면 우리엄마가 저의 판단을 믿는 비중은 아주 크지만 그렇다고 저를 공주처럼 위하시는 분은 절대로 아니예요. 제 친구들의 경우는 엄마가 공부만 하라고 한다는데... 우리엄마는요. 학생이 공부는 기본이고 공부하지 않고 있을 때는 이런저런 집안일을 다 시키세요^^"
 "네가 뭐 할 줄 아는게 있니?"
 "저요, 아줌마예요. 빨래도 늘고 개고 옷장에 넣고 설거지도 하고 청소도 하고... 등등 가사일을 도와요^^"
 "정말? 믿을 수가 없구나."
 "주말이면 엄마도 좀 쉬어야 한다시며 가끔씩 하게끔 만드세요. 아주 재치있게 말예요."
 "어떻게?"
 "엄마가 청소하시면서 평상시에는 내가 네방을 청소했으니 주말에는 네방은 네가 해서 주인임을 네방한테 알리는 것도 좋겠지...하시면서 제방은 쏙 빼고 하시고, 식사할 때에는 우리딸이 수저놓으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지...하시고, 식사후엔 엄마가 설거지하시면서 깔끔한 우리딸이 상을 치우면 우리식탁이 일주일에 한번정도는 젊은 언니손길덕에 호강을 할테지... 이런 식으로 제가 NO라고 할 상황을 안주시는거죠 뭐 ㅎㅎㅎ"
 "우리 OO이 참 착하구나. 가사일도 돕고..."
 "글쵸^^ 그런데 울엄마 저한테 뭐라시는 줄 아세요?"
 "......"
 "요즘 엄마들이 너무 자녀들을 오냐오냐 왕자님, 공주님처럼 떠받들고 키워서 어디가서나 대접받기를 원하고 기본이 안돼있어서 볼상사납다고 하시면서 혹시라도 혼자가 되었을 때를 생각해서 이런 가사일은 기본적으로 참여해서 익혀야한다는 말씀이죠."
 "딸이니까 그러시나 보다."
 "ㅎㅎㅎ 아니예요. 우리오빠도 똑같이 참여시켰어요. 우리남매는 교복도 빨아보았으니까요^^ 믿어지세요?"
 "ㅎㅎㅎ 아니"
 "우리집 분위기는 "자신의 일은 스스로 하자. 알아서 척척척 스스로 어린이~♬" 이런 사고방식으로 키우셨어요" 그래서 그런지 우리오빠 군대가서 적응을 잘하는 것 같다면서 우리 부모님이 안심하실 정도지요."
 "성격도 그렇겠지만 그래서 네가 깔끔뜨는건가^^"
 "^^"

이상의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고 우리딸이 저에게 전하면서
 "저를 아줌마로 키우시는 것은 엄마신 거 아시죠?"
하네요.
 "그 정도도 안하는 애들이 있단 말이야?"
 "누가 고등학생에게 가사일을 시켜요? 대한민국에 우리엄마뿐일걸요. 헤헤"
 "정말? 그정도야?"
 "제 친구들 보면 엄마가 하나도 안시킨대요."
 "우와~ 우리딸 완존 계모같은 어미한테서 자라고 있네. 불쌍혀서 어쩌지... 하지만 엄마세대들은 그즈음 시기에 교복과 운동화, 속옷은 스스로 기본으로 빨아서 다려 입었는데... 너희 세대는 진짜 공주네. 우리딸 불만이겠구나^^"
 "솔직히 말씀드리면 불만이긴 하지요^^"
 "집안일이 그런거야. 했다고 해서 그리 표도 안나면서 안하면 표가 화악 나는 별볼일 없지만 안하면 안되는거... 그리고 너는 어릴 적부터 엄마가 챙겨주는 거 싫어했잖아. 네가 꼭 하려고 했잖아."
 "ㅋㅋㅋ 이젠 귀찮아서 안그러는데요... 저도 공주처럼 살고 싶어요^^"
 "ㅎㅎㅎ귀찮아도 원래 하던 대로 하고 살어. 엄마도 기운딸려서 슬슬하기 싫어지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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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대접 받고 싶은 우리딸, 무수리엄마한테 자라느라고 고생이 많은가 봅니다^^ 수학여행이나 캠프같은 곳엘 갔다오면 우리딸은 꼭 불만을 쏟아냅니다. 어떤애는 방을 어질러놓고 치우지도 않는다... 자기짐도 못챙기는 애도 있다... 등등... 그러다 보니 자신이 나서서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맞이하면서
 "엄마, 저도 공주가 되고 싶어요."
외칩니다. 하하하

제가 구세대 방식으로 길러서 그런지 아니면 우리 부부를 닮은 탓인지... 아들과 딸은 요즘 아이들이 흔히 즐기는 장소로 찜질방이나 극장, 시내같은 곳에 친구들과 우르르 몰려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주말이면 함께 집안에서 뒹구는 시간이 많기에 가사일에 동참시키면서 한편으로는
 '돕기 싫으면 친구따라 외출해서 또래의 문화생활이라도 즐기는 시간으로 나갈테지... '
하는 마음인데 딸은 주말에 불러내는 친구들을 외면합니다. 그러니 가사일에 동참시켰고 곧잘 도우미역할에 응했고, 또한 생색을 내면서 우쭐하기도 했었던 딸인데, 최근 들어 유난히 귀찮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지금이 바로 우리딸이 겪는 사춘기의 절정으로 보입니다.
그리하여 지난 주말에 감정이 컨트롤되지 않았던 저를 닮은 딸과 마찰을 겪었습니다. 댓글중에 어떤 분은 '싸움'이라고도 표현하셨던데... 우리 모녀는 싸움이라고 여기지 않습니다. 아무리 친구같은 엄마라 할지라도 엄마는 엄마고 친구는 친구니까 지켜야 할 선을 지켜야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날, 감정이 북받쳐서
 "생각의자에 가서 앉아"
이 말을 할 정도의 여유를 갖지 못했던 순간을 후회하며 썼던 빨간악마가 된 저의 글로 인해서 요즘의 10대들의 사나운(?) 자기애를 보면서 무척이나 놀랐습니다. 그에 비해 우리딸이 참하게 자라고 있다는 것에 안심하면서 애교있는 우리딸을 더 사랑스럽게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