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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교육

딸을 손찌검한 나와 TV속에서 뿔난 엄마의 공통점

뜻하지 않았던 상황을 맞아 북받치는 화를 딸에게 손찌검으로 감정을 드러내고도 곧바로 진정이 되지 않아서 횡설수설하다가 TV시청에 빠졌습니다. 편한 자세로 기대어 리모콘으로 여기저기 마구 누르다 보게 된 드라마... 공교롭게도 3사방송의 주말드라마가 줄줄이 이어지는 바람에 우연히 보았는데 흥미를 끌었던 점은 주인공엄마들의 다양한 캐릭터였습니다.

KBS2 (토, 일) 오후 07:55~
'엄마가 뿔났다'에 등장하는 김여사(김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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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김여사처럼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착한여자도 아니고 천진난만하지도 않으면서 이런과가 되고 싶어하고
 
KBS2 (토, 일) 오후 07:55~
그리고 고여사(장미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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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나 집에서나 소탈하고 솔직하여 감정을 잘 드러내기에 교양과 품위하고는 거리가 멀어 이런과의 사람이 되고파하지만 소망일 뿐, 절대포장불가이며

SBS (토, 일) 오후 08:45~
'행복합니다'에
등장하는 이여사(이휘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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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나 자식을 내인생의 공으로 여길만큼 멋지게 키우지도 못했고 자존심을 내세울만큼 완벽하게 무엇하나 이루어놓은 것도 없으며

MBC (토, 일) 오후 09:40~
겨울새에 등장하는 강여사(박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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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더불어 가정을 일구어 남매를 낳아 평범하게 살고 있으니 자식에게 집착할 이유도 없이 때맞춰서 제짝 만나 결혼하여 독립시키면 되는 것이기에 유난스레 자녀에게 매달리지도 않을 것이며 돈굴리는 재테크능력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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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에게 여고2학년이 되는 우리딸이 살짝 저의 감정을 건드리는 언행을 보이며 불만을 표하기에 욱하는 심뽀를 참지못하고 손찌검했습니다. 무지막지하게 제 감정이 표출되는 바람에 무식하게 대책없이 마구 때렸습니다.
남편의 표현에 의하면 눈빛을 달리하면서 애를 잡으려고 했다네요^^
큰애인 아들을 너무 엄하게 키워서 후회도 경험했기에 둘째인 딸은 편하게 자유롭게 키우는 편이었는데 아 글쎄 요것이 깐죽거리는 것이었습니다.

발단은 이러했습니다. 지난 토요일, 시어머니기일로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일찍 귀가할 줄 알았던 남편의 퇴근이 늦어지는 바람에 그날 구입코자 미루었던 몇가지 품목을 장만하러 시장까지 가야만했습니다. 남편은 제가 음식준비로 바쁠 것 같으니까 딸에게 시키라고 했지만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듯해서 제가 시장엘 다녀왔고, 저녁무렵에 나물준비를 하다가 딸에게 콩나물다듬는 것을 부탁했습니다.
 "콩나물꼬리를 떼고 머리쪽에 붙은 콩껍질은 벗기고... 할수 있겠지?"
 "예."
당연히 할줄 아는 것이지만 한번 더 숙지시키고 저는 제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한참후,
 "다했니?"
딸은 컴앞에 앉아서 음악을 들으며 여유있게 콩나물을 하나하나 아주 정성스럽게 다듬고 있었는데 생각보다도 시간이 훨씬 많이 걸리는 것이었습니다.
 "딸~ 어서 해서 가져와."
주방에서 저는 딸이 콩나물을 가져오기를 독촉하고...
 "하고 있잖아요. 다른 것부터 하세요."
여기서 저는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딸의 말투가 퉁명스럽게 들렸거든요. 그러는 사이 남편이 퇴근해서 들어오고 밤을 깍기 시작했습니다. 그럼에도 딸은 깜깜 무소식. 남편이 저를 거들어 딸에게 어서 하라고 종용합니다.
 "다 됐어요."
하고 제쪽으로 가져온 것을 보니 아뿔싸!!
 "이게 뭐니? 꼬리쪽을 떼어내라고 했더니 그냥 손만 스치고 지나갔네. 지금까지 한일이 이거였어?"
 "저는 엄마가 시키는대로 했는데요. 왜 화를 내세요?"
 "내가 시범보여줄 때 꼬리를 이렇게 남기라고 했니?"
 "......"
 "아니잖아. 이렇게 떼라고 직접 보여줬잖아. 이거 아니잖아."
 "알았어요. 그럼 새로할게요"
잘못함을 알고는 새로 시작하는데... 새로 떼어낸것과 기존의 것을 구분하지 않고 같은 통에 담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제 감정이 폭발한 것입니다.
 "하기 싫으면 진작에 하기싫다고 하던가? 네 행동을 보면 엄마한테 반항하는 것으로 느껴진다는거 알아?"
 "하고 있는데 엄마는 왜 그러세요?"
얼굴을 보니 화가 잔뜩 나있는 표정,
 '아이고 내가 참아야지.'
하고 긴호흡으로 감정을 가다듬는데 딸의 퉁명스런 목소리가 귓전을 때립니다.

 "아빠, 제가 왜 시장에 안간줄 아세요. 작년에도 오늘과 비슷한 상황이었어요. 그때 제가 엄마심부름으로 무얼 사왔는데 잘못 사왔다고 엄마한테 혼난 기억이 있어서 안간거라구요."
 "그러면 아까 그렇게 말을 하지. 조 지지배 봐라 아빠오니까 기가 살아서 이제사 이유를 이야기하는 것 좀봐. 기가 막혀서..."
제말은 무시되고 딸은 계속해서 아빠에게 재잘댑니다.
 "엄마를 도와주지 그랬니?"
 "콩나물도 작년에 제가 거들었는데 콩나물머리 다 떨어졌다고 혼난 기억이 있어서 오늘은 아주 조심스럽게 다루느라고 얼마나 애를 썼는데... 잘못했다고 그러니 하고 싶겠어요."
 여기서 더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순간적으로 손이 올라갔습니다. 얼굴과 머리쪽으로
 '이럼 안되는데...'
하면서도 이미 때를 놓치고 저의 감정은 가누지 못할 정도로 폭발하여 양쪽으로 다시금 손이 날아가서 딸을 때렸고 갑자기 벌어진 일이라 남편이 의아해하다가 저를 말렸으며, 딸은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화가 치밀었습니다. 사춘기시절 아들을 너무 여유없이 몰아쳤던 것을 반성하면서 딸에게는 참으로 많은 여유를 보였는데...
단락은 이렇게 지었지만 저는 화가 풀리지 않았습니다. 참느라고 참았지만...
 "그런 이유를 아까 시킬 때 다 이야기하지 그랬어. 그랬으면 엄마가 다시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시켰던가 아니면 관두라고 했던가 했겠지. 어디 가만히 있다가 변명거리 만들어서 아빠한테 이르고 있어. 당사자인 나한테 이야기를 직접 해야지... 비겁한것 같으니라구! 작년일을 머리속에 담아뒀다가 이제 끄집어내면서 지금 항의하는 거냐. 씩씩씩"
남편의 표현대로 유치찬란한 어미모습 다 보였습니다. 일을 잘 도와주면 고마운줄 알면서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어미의 반란이기도 했을 것입니다... 평소에 잘 도와주는 딸이었기에 제가 너무 기댔나 봅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엄마들과 저의 공통점은 자식이 맘대로 되지 않아서 뿔난다는 점입니다. 우리 부모님 저를 키우실때 어떤 맘이셨을까? 헤아려보는 시간으로 착잡했습니다. 주말이 냉냉하게 흘러가고 월요일 등교길에 딸이 문자메세지를 보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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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밤에 하교한 딸이 무안함을 떨치려고
 "엄마 사랑해요!"
하면서 그리도 싫어하던 뽀뽀를 자진해서 제빰에다 하면서 우리 모녀의 냉전이 종료되었습니다. 회초리를 찾을 여유를 갖지 못하고 손찌검을 한 저의 행동은 후회하지만 딸에게 혼낸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했습니다. 묵은 감정을 꼭꼭 채워두었다가 나중에 실토하는 변명거리로 사용하는 비겁한 딸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딸이 이해했나 봅니다.

감정조절이 안되었던 일을 일기처럼 올렸다가 아주 많이 달린 댓글보고는 기절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댓글보고 상처받을까봐 걱정한 우리딸이 글까지 써서 제 블로그에 올려놓은 것을 보며
 '어미로써의 자격은 부족하지만 우리딸 참 착하게 잘 자라고 있구나~'
라는 생각에 뿌듯하기까지 했으며, 우리딸 일반적인 요즘 애들답지않게 집안일 잘 도와주는 착한 딸임을 익히 알고 있었는데... 제가 생각한 분량보다도 더 착한 딸임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진심어린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우리가정의 분위기를 모르시는 분들이 저의 이런 단편적인 글을 읽으면서 참 가치없는 어미라고 여기시며... 혹은 저의 딸을 불쌍히 여기면서 댓글로 화를 내셨을 것을 생각하니 죄송스럽기도 하네요... 참 가치없는 어미에게서 우찌 이런 착한 딸이 자라고 있나? 하는 의문도 가졌을 테지요^^

아래의 우리딸이 쓴 글중에서 빨간 글~
읽으면서 우리부부는 기가 막혀서...
딸은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낸 것에 대한 민망함때문에...
낄낄거리면서 한참동안 웃었습니다.
외출을 앞두고 글의 마무리가 곱지 않아 딸에게 전한 저의 문자메세지와 딸과의 포옹으로 나눈 대화를 빠뜨리는 바람에 저는 전국적으로 창피를 당하는 감정만 앞세운 빨간 악마가 되었습니다. 반성합니다.
우리딸은 이일이 엄마의 최대실수로 추억될 것이라며 미소짓지만 사실 저는 부끄럽습니다. 세상에 우찌 그리 순간적이었는지 원....

지난 토요일, 나는 엄마한테 결국은 맞았고 반성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물론 엄마께서도 감정을 억누리지 못한 잘못이 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동안 엄마께서 나에게 너무 편한 친구처럼 대해주셨기 때문에 편한 마음에 버릇없이 굴었던 점도 없잖아 있구...

다른 집의 분위기와 애들은 어떨지 몰라도 내가 생각하는 소싯적의 나와 한층 성장한 지금의 나는 많이 바뀌었다. 아는 건 많아졌지만 오히려 가장 중요한 예절이나 기본을 잃은 것이다. 엄마께서 이번 일을 블로그에 올리셨다기에 댓글을 읽다보니 과히 충격적이었다.

내가 착한 딸이고 엄마가 못된 계모로 느껴지는 것이 나를 슬프게 했다. 절대로 우리집 분위기는 그게 아닌데... 엄격하지도 그리 느슨하지도 않은.

내 또래 친구들 중에는 아직도 부모님께 맞는 아이들이 여럿이 있다. 반면에 아주 버릇없이 부모님께 함부로 하는 학급친구들도 있다.


난 친구 같은 엄마가 좋다. 군대에 가있는 오빠의 사춘기시절은 좀 박박했다는 느낌을 받지만 그렇게 대했던 엄마가 나에게는 많이 여유를 두시는 것을 느끼기에 내마음대로 감정표현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나에 비해 오빠는 좀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오히려 오빠에게는 강한 엄마의 분위기 덕을 보는지 군대에서의 어려움은 별로 없는 것처럼 말하는 걸로 보아 오빠에게 강하게 한 엄마가 꼭 잘못한 것만은 아닌 것 같아 다행이다.


솔직히 그날 맞은 것에 대해 그다지 서럽진 않다.

도가 지나침을 깨닫는 순간, 아차! 하는 순간 빨간 고무장갑을 낀 손이 날아옴이 당황스러울 뿐이었다.(그 당시 엄마는 고무장갑을 끼고 계셨다) 요즘 내가 부쩍 말을 얄궂게 하는 점에 대해선 인정을 한다. 엄마께서도 종종 주의를 주셨기 때문에 조만간에 큰 화를 부를 거라고 예상을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설마? 설마? 친구같이 다정한 엄마가 때리실까? 스스로에게 몇 번 물어도 보았지만 지난 토요일은 예외였다. 설마가 사람을 잡은 격이다.ㅋㅋ

맞은 순간, 때린 엄마보다도, 맞은 나보다도 아마 그 상황을 목격하고 계신 아빠가 더 놀라셨을 것이다.

엄마는 빨간악마(?)였고ㅎㅎ 나는 기회를 틈타 방으로 도주(?)했고ㅋㅋ 분노하신 엄마를 제지하시는 아빠는 골리앗과 싸우는 다윗이랄까?ㅎㅎ

솔직히 말해 엄마의 얼굴이 빨간악마처럼 너무 붉으셨기 때문에 맞은 그 와중에도 혹시나 엄마가 뒤로 넘어가시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될 정도였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어머니는 참으로 강하셨다. 결코 쓰러지지 않으셨고 나는 제사상차림에 참여하지 않는 호강(?)을 누렸다.


댓글로 저의 편이 되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원래도 제가 착한 딸임을 인정하시는 부모님, 이일로 저는 더 착한 딸로 우리엄마께 각인될테니까요^^

아부가 아니고 진짜로 우리엄마께서는 저한테 친구처럼 대화가 잘 통하시는 분이랍니다. 최근에 주의를 받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좀 지나치게 덤비고 있었으니까요...

감정표현이 솔직하신 귀여운 울엄마.

님들이 남기신 댓글보고 충격받았기에 급히 제 마음을 덧붙이는 것입니다.
엄마 사랑해요^^ 댓글보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