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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교육

남들보다 늦은 합격소식에도 당당했던 딸

소복하게 쌓인 눈위로 계속해서 눈이 내리고 있는 오늘 아침, 울딸은 새내기 대학생이 된 기분에 들떠서 신입생 첫대면의 장소가 된 객지에 있는 대학교를 향해 집을 나섰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울딸이 대학생이 되었다고...
어제 등록금을 입금하기 전까지 나는 울딸이 재수생이 되지 않을까? 염려반, 기대반이었다.
지원한 학교가 객지에 있는 사립대인데다 합격자명단에 바로 오르지 못하고 추가명단에 올라 있었기 때문에 재수생이 되면 어쩌나? 하는 염려와 함께, 만약에 재수생이 되면 빡세게시키는 기숙학원에라도 보내서 국립대가면 등록금 부담면에서 어쩌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마음이 잠깐동안 딸의 마음과 일치했던 적도 있었지만 딸의 생각은 명절을 보내면서 변하고 있음을 느끼게 했다.
비록 추가명단에 속하긴 했으나 반드시 합격통지서를 받을 것이란 믿음이 컸던 딸은, 이번 명절때 많은 친지들의 질문에 머뭇거림없이 합격한 새내기 대학생처럼 당당하게 대답하는 모습을 취하므로 우리가족을 당황스럽게 했다. 돌아오는 길에 조심스레 입을 뗐다.
 "너 혹시 2월말까지 합격소식 못받으면 어쩔려구 그랬어?"
하고 물었더니
 "된다니까. 내 예감이 맞을테니 걱정마요."
추합을 믿고 있는 딸의 믿음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입을 다물고 조용히 기다리기로 했다. 내가 며칠간 블로그에 머물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수능대박을 꿈꾸었지만, 결과를 보니 평소 치르던 모의고사때보다 낮은 점수로 말미암아 눈물 콧물 흘리며 어지간히도 속앓이했던 우리딸, 수시지원했던 대학마저 떨어진 후 상심이 매우 컸던 딸은 원하던 학과를 바꿀 위기도 맞았고... 오죽했으면 가보지는 않았지만 타로카드나 철학관 등... 점집에 가서 자신의 미래에 대해 알고싶다며 눈물 흘릴 정도로 애간장을 녹였다.
이렇게 애절했던 딸의 심정을 헤아려 딸이 어떤과를 지원했으면 좋을지에 대한 조언(?)을 얻고 싶은 충동을 나도 한때 느꼈을 정도로 답답하긴 했으나, 경험하지 않은 미래에 대해 혹시라도 좋지 않은 일을 미리 알게 되는 것이 무서워서 도저히 방문할 수 없음에 대한 용기없는 엄마의 미안함을 드러내며 주저앉았었는데...

딸은, 학과선택과 더불어 대학교를 선택할 때에 담임선생님과 큰 이견차를 보여 선생님의 걱정도 컸던 것으로 안다. 3년내내 생각해 두었던 학과를 바꾸긴 했으나 비슷한 과를 기필코 찾아낸 딸은 불합의 위기를 걱정하는 선생님의 추천에 따라 또 다른 대학교와 학과에 지원서를 냈다.
1월 중순부터 친구들의 합격소식을 주고 받던 중, 딸도 담임선생님이 권하셨던 대학교와 학과에 합격이 되었건만 등록금 입금은 차일피일 미루더니 정해진 대학도 없이 고3 졸업식을 맞이했고, 이어서 명절까지 맞게 되므로 나는 속으로 재수생이 될 딸의 모습을 떠올리며 남들의 질문에 그저 미소만 보낼수 밖에 없었던 난감한 경험을 했다.

담임선생님의 뜻은, 일단 합격된 학교에 등록금을 입금한 후, 추가합격을 기다렸으면 하는 바람이셨지만 딸의 생각은 달랐다. 추가명단에서 비록 자신의 이름을 찾긴 했으나 반드시 합격소식을 들을 것이란 마음으로 기다림을 택한 당당한 딸에 비해 어미인 나는 안정을 찾지 못하고 가슴졸였던 나날...
만약에? 가정하에 불합이면 조신하게 재수를 하리라... 각오는 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끌림이 셌다는 믿음을 털어놓으며, 학교에서의 만남이 오티로 이어져 며칠간 집 떠나있을 것에 대비하여 옷가지를 챙겨 떠난 딸을 떠올리며 속시원함을 느끼며 나도 이제 대답할수 있다.
 "울딸 등록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