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에 지쳐가는 특별반 아이들을 데리고 강변호사(김수로)는 한수정선생님 모르게 특별훈련을 떠납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홀로서기를 돕기 위해 아이들마다 각기 다른 처방을 내리는데...
이혼한 부모로 인해 마음의 상처가 큰 나현정과 이은유선생님의 대화시간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두어달 전에 저도 현정과 비슷한 처지의 아이심정을 헤아려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혹시라도 제가 잘못된 발언은 하지 않았는지 되짚어 보고 싶었습니다.
드라마 '공부의 신'에 등장하는 나현정(지연)은 부모님의 이혼과 재혼으로 한때 방황한 아이입니다. 현정의 외로운 마음을 달래주려 한수정선생님이 억지동거를 시작했지만, 좀처럼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고 있는 현정에게 특별훈련 시간에는 이은유선생님이 투입(?)되었습니다^^
은유선생님이 현정의 방에 나타나자, 현정은 수업준비를 하려고 합니다만 은유선생님은 간식을 보이며,
"수업하려고 온게 아니라 그냥 이빨이라 깔려고 온건데... 이거 먹으면서 ㅋㅋㅋ"
현정은 잠깐 당황합니다. 은유선생님만의 독특한 화법에 시청자인 저는 웃음을 던지며 또 어느 순간에 희한한 말을 사용할지 기대하게 됩니다. 두사람은 간식을 다 먹은 후 이런저런 이야기의 포문을 엽니다. 현정은 자신이 방황하던 시기에 한때 놀았다는 것이 친구들에게 알려지는 것이 두려운 심정을 드러냅니다. 이에 은유선생님은
"그런애? 그런애가 뭐, 부모님이 각각 재혼해서 나몰라라 사신다는 거, 중딩때 껌 좀 씹고 침 좀 뱉었다는거, 3년내내 공들였던 녀석이 딴 가스나를 좋아한다는 거, 현정이의 가장 큰 비극이 뭔줄 알아요? 자신을 너무 가엾어 한다는 겁니다. 뭐 누구나 사람이라면 그렇긴 하지만요..."
"이혼하고 재혼할 수 있습니다. 그분들 인생이예요. 개날라리짓 ? 할수 있습니다. 이팔청춘 피는 절절 끓고 식구들이고 학교고 죄다 고리구역같은데 날라리 친구라도 없으면 숨막혀서 어떻게 살아. 내맘 몰라주는 그녀석? 그렇게 열딱지 나면 뺏어와요. 유혹해 버려."
현정은 심각한데, 은유선생님이 제시하는 방법이나 화법에 담긴 유머로 인해 한결 가벼워지는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현정이 하루빨리 극복된 마음으로 새롭게 무장되길 바라며, 저와 함께 했던 아이의 상황이 떠올라 마음이 짠해져 왔습니다.
그 아이가 현정보다 나은 처지라면 아빠와 함께 산다는 것이긴 하나, 아빠의 관심도가 때론 좋기도 하지만 때론 반발심을 일으키게도 해서 힘들어합니다. 그 날도 아빠와의 마찰로 마음이 상해서 저를 찾아왔습니다. 아빠의 외도로 말미암아 상처받은 엄마가 이혼을 하고 집을 떠났습니다. 어른들 일이라 정말 상관하고 싶지 않았는데, 누구의 잘못이 더 큰지 딸의 판단을 받고자 하는 부모님의 성화로 본의아니게 이혼과정을 지켜보게 되었고 그후 자신도 모르게 부쩍 성숙하게 되었다고 고백한 아이입니다.
그리고 아빠는 엄마와 연락닿고 있는 딸이 싫은가 봅니다. 아주 가끔이지만 엄마와 연락을 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딸을 의심하면서 화를 내고, 나중에 사과하는 아빠의 혼란스런 감정을 감당해야하는 자신의 처지가 싫다고 합니다. 아빠와의 마찰을 겪을 때면 청소년의 가출충동이 왜 일어나는지 이해가 되는 심정임을 토로하면서 눈물을 보이는 아이를 따라 저도 울었습니다.
성격이 좋은 편이라 교우관계가 참 좋습니다. 최근에 일어난 부모의 이혼소식을 친구나 주변사람에게 알리지 말고 평소처럼 지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구질구질한 과거는 다 잊어버리세요. 지금의 소중한 것을 놓치지 말아요"
현정이 마음속 깊이 울림이 왔나 봅니다.
『 지금의 소중한 것을 잡아라. 왜냐하면 현정이는... 나는... 나는... 소중하니까』
제가 아는 아이의 경우는, 홀로 지내는 엄마를 생각하면 함께 살고 있는 아빠한테 미안해지고, 또 엄마를 잠시나마 잊고 아빠한테 잘하고 있는 자신을 보노라면 엄마한테 미안해지고... 이런 갈등을 겪는 착한아이라서 마음이 더 짠한 안타까움을 맛보게 됩니다. 그렇다고 양쪽으로 다 약해지는 아이마음을 그냥 두고 볼수는 없고...
그래서 저는 아이에게 중요한 시기인 딱 1년만이라도 철저하게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마음으로 버텨보기를 간청했습니다.(예비고3이기에)
"네가 엄마를 불쌍하게 생각지는 말아라. 아직은 그럴 군번이 아니야. 엄마 스스로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결정하고 선택한 일이니까. 오히려 부모가 너를 성인이 될때까지 지켜주지 않은 것에 대해 차라리 원망하며 당당해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부모님의 처지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은 지워버려. 그분들의 선택이었으니까.
넌 열심히 공부해야할 때야. 네 인생의 설계가 부모님의 이혼으로 말미암아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이혼가정의 아이가 된 것에 대해 네 자신을 불쌍하게도 여기지 마라. 네가 그 부분에 대해서 말하지 않으면 되잖아. 그리고 네가 너를 사랑해야 남도 너를 사랑한다. 현재의 좋은 것만 생각하고 미래를 꿈꾸며 살아라"
아이에게 다짐을 시켰습니다.
"절대로 아빠 엄마의 감정에 휘말리지 말자. 한쪽귀로 듣고 한쪽귀로 버리자. 현재의 나는 공부가 중요하니까."
아이와 나눈 내용을 열거할 수는 없지만 사연을 들여다보면, 아이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이혼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문제를 일으켜서 아이에게 짐을 지워주고 있는 형국이었습니다. 자신들의 잘못으로 이혼을 감행해놓고 왜 자꾸만 아이를 중간에 개입시켜 누구의 잘못이 큰지? 아니면 옳았는지? 아직까지도 아이의 마음을 떠보는 심사가 영~ 못마땅합니다.
부부는 아이가 받을 상처는 미처 생각지 못했나 봅니다. 아이의 이해를 받기 위해 서로를 헐뜯는 모습을 보이는 바람에, 엄마편도 아빠편도 들수없는 곤경에 처해져 갈등을 겪게 된다는 아이의 처지가 참 딱합니다.
드라마에서 강석호변호사가
"부모는 느긋한 마음으로 아이가 스스로 커주길 기다려야 합니다. 이 아이들은 지금 인생의 첫 번째 고개를 넘어가고 있습니다. 아이가 스스로 넘어올 때까지 끊임없이 자녀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 가장 큰 힘이 됩니다"
감동주는 이 말을 들으면서, 그 자리에 없는 현정의 부모가 떠올랐고 저와 이야기를 나눈 아이부모가 떠올랐습니다.
한창 예민한 시기에 놓인 자녀에게 기댈 곳이 되어주지 못하는 부모로써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는지... ?
현정이는 친구들이 그들의 부모님과 함께 있는 모습을 쓸쓸하게 바라보고, 제가 아는 아이는 친구들이 엄마의 잔소리가 지겹다는 둥 엄마와 다투었다는 둥... 푸념을 들을때면 가슴 한켠이 뻥 뚫리는 경험을 하면서 엄마의 빈자리가 쓸쓸하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언제고 들러. 너의 푸념을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거나 아니면 누구 흉이라도 실컷 보고싶은 충동이 일면 가슴에 담아두지 말고 오늘처럼 나랑 함께 속시원하게 수다를 떨어보자. 비밀보장해줄테니^^"
"예, 저도 답답한 심정을 누구한테 털어놓을까? 고민하다가 샘을 떠올렸어요. 너무 늦은 시간에 와서 놀라셨죠^^"
"괜찮아. 언제든지 문은 열어줄테니 아무때라도 와. 너무 오래 참고 견딜려고 하면 네가 힘드니까. 아이는 아이답게 자라야 이뻐. 이런 네 심정을 너희 부모가 알아야할텐데..."
남의 집 가정사, 더구나 부부의 문제인데다 제가 아이의 부모를 모르니 그저 아이의 심정만 다독일 수 밖에 없기에 아이를 향한 안타까움이 커져만 갑니다.
아빠와의 마찰로 몹시 상심해있던 아이의 마음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진정되었습니다. 홀로 지내던 현정이 처지보다는 낫지만, 가끔씩 아이의 감정을 건드리는 못난 부모로 말미암아 휘청거림을 겪게 된다는 아이...
하루속히 부모의 감정싸움이 끝나 아이가 고3생활에만 전념할 수 있기를 간절하게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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