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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교육

아르바이트로 첫소득 맛본 딸에게 명품지갑 권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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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까? 말까?'
저의 제안을 받고 속으로 무진장 고민했을 우리딸이 드디어 명품지갑을 구입했습니다.
 '에게, 이것도 명품이야?'
할지 모르나, 우리모녀가 생각하기에 고가이니 명품이라 여기는 것입니다.^^
고로, 우리모녀가 생각하기에 명품이란, 고가면 명품으로 여기는 문외한입니다. 그런면에서는 대단한 명품수준의 지갑은 아니지만 확실한 것은 우리수준에선 명품인게 분명합니다.

딸아이가 이번 겨울방학을 이용하여 학습도우미로 과외선생님 노릇을 하고 있는데 그 수고비가 입금된 것을 보고, 제가 제안했습니다.
 "엄마, 진심이세요?"
울딸의 반응은 놀람 그 자체였습니다.
 "진심이야. 너의 첫수입으로 너를 위한 기념품을 갖는 것도 나쁘지 않아^^"
 "그렇다고 명품을... 엄마 정신차리세요."
 "ㅎㅎㅎ 엄마 정신 멀쩡해. 왜그래?"
 "제가 알던 울엄마답지 않아서 그래요. 갑자기 명품이라니..."
 "엄마가 명품도 모르고 살았으니까 너한테 권하는 거야. 넌 엄마처럼 너무 모르고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쯤되면 철없는 엄마가 철든 딸에게 낭비를 조장하는 것처럼 여겨질테지요.
 "왜요? 엄마가 어때서요. 난 엄마가 좋아보이는데요. 자기일도 있고 즐거움을 추구하고,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이네요."
 "에이~ 엄마는 친구들처럼 소품일지라도 명품으로 된게 하나도 없고 사실 아는게 너무 없어서 그래."
 "그게 부러우면 구입해도 되지 않나요? 나중에 제가 직장인이 되어 첫월급타면 엄마한테 명품백 선물할께요."
 "아이고야 벼룩이 간을 빼먹지. 내가 어떻게 너한테 그런 걸 받어."
 "기대하세요. 꼭 제가 엄마한테 선물해 드릴께요. 그런데 엄마는 실속파라서 관심없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왜그래요. 적응 안되게."
  "딸~ 엄마는 명품이니 유명브랜드니 뭐 그런것에 관심이 없었던지라 적응하기도 힘들고... 아쉽기도 하고.. 뭐 그래서 너한테 권하는 거야. 오래 사용하여 너덜너덜해져도 버리지 않고 보관해두었다가 가끔 꺼내보면서 추억할 수 있는 것으로 좋을 것 같아서..."
 "생각해보지 않아서 충격 좀 받았어요."
 "아깝다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못한다 엄마처럼^^" 이왕이면 지갑이나 가방으로 해. 앞으로 수입을 소중하게 잘 담을 수 있다는 의미거든.ㅋㅋ"
 "그거 엄마 생각이죠.ㅋㅋ 역시 울엄마. 하지만 제가 돈을 벌어보니 돈쓰기가 너무 아까와서..."
 "네 생각이 엄마아빠생각과 뭐가 다르겠니? 우리부부 합작품인데, 그래서 권하는거야. 처음이니까 저질러라고. 엄마가 소비를 부추킨다고 해서 울딸이 명품노예가 되거나 혹시 된장녀가 되지는 않을거란 확신이 있기에."
 "절 믿으세요?"
 "당연. 넌 알뜰하잖아. 6000원짜리 지갑이 떨어질 때까지 사용하는 애니까^^"

우리부부의 신조가 돈이란 먼저 통장에부터 들어갔다가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뭐 요즘은 다 통장으로 먼저 입금되고 신용카드로 빠져나가게 되어 있지만.
예전에는 귀찮아도 무조건 통장을 먼저 거쳤습니다. 경제적으로 너무 힘들게 시작한 결혼생활이었기에 보통의 수준이라도 되려면 무조건 통장에 모으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알뜰하게 사느라, 우리애들 유명브랜드니 뭐니 하는 옷가지나 신발같은 거 한번도 사준적이 없어도 불평없던 아이여서 감사하면서도 살짝 맘에 걸리기도 합니다. 여유가 너무 없었기에 어쩔수 없었던 우리부부의 절약정신을 보고 자란 딸이라 더 소중하게 다룰 수 있는 품목으로 첫수입을 의미있게, 그리고 기념적인 것으로, 사용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제가 권했습니다.
우리딸 성격에 자신의 통장에 그대로 넣을것이 뻔함을 알기에, 첫수입이니까 자신의 수고에 대한 칭찬과 격려조로... 그리고 앞으로의 수입을 기대하면서 지갑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가짐이기를 바랐습니다. 

저의 이같은 생각이 한심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미 끝난 드라마 '스타일'에서 영향을 좀 받았습니다.ㅡ.,ㅡ;;;
월급을 몽땅 명품에 투자해서 명품의 노예가 되는 젊은이가 되라는 것이 아니라, 명품의 진정한 가치를 보여준 이방자여사(극중에 등장인물)의 소장품을 보고, 결혼전 저 직장인이었을 때 의미있는 것 하나 갖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으며 아쉽게 느꼈던 부분이었기 때문입니다.
모으는 것도 중요하고, 쓰는 것도 중요합니다.
알뜰한 것도 좋지만, 재테크가 삶의 목적인 듯 착각하고 살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의미와, 나를 위한 내 수고에 대한 내사랑법으로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수단으로 자신한테도 투자 했으면 좋겠다는 뜻도 일러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대학졸업하고 취업하게 될 먼훗날, 고정적으로 일정한 수입이 꾸준히 생기면, 일정부분 후원금으로 동참할 수 있도록 일러주게 될 다음일을 예비하고 있습니다.

첫수입을 몽땅 쓸수없는 심정임을 드러낸 딸, 적정선에서 고른 지갑이랍니다. 월급도 아니면서 자신이 수고해서 벌은 수입이라고 남편과 저, 그리고 아들(오빠)의 속옷까지 구입해서 내미는 딸의 마음이 무척 이쁘다고 자랑하는 엄마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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