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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TV

역사적인 전진을 방해하는 아이리스와 희생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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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아이리스'가 아리송하게 막을 내렸습니다.
가상이긴 하지만, 남북이 대처하는 우리 나라를 배경으로 만든 첩보영화라 호기심도 자극했고, 거액의 제작비를 투자한 만큼 볼거리와 인기있는 연기자의 대거출연임을 홍보로 시청자의 관심을 받은 드라마『아이리스』. 허술한 점도 많았지만 인기를 누렸습니다.
예전에는 주인공이 죽는 영화나 드라마가 없다할 정도로 주인공은 아무리 힘든 상황을 맞이해도 기적처럼 살아있었는데, 언젠가부터는 주인공도 죽을 수 있음을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아이리스 마지막회에 김현준이 죽었습니다. 그것도 너무나 허무하게.
백산이 말하던 금단의 열매가, 최승희였음을 눈치챘을 때, 금단의 열매에 대한 댓가는 곧 죽음임을 암시했음을 눈치채긴 했으나, 뜻밖의 시간에 허무하게 목숨을 앗아갔기에 좀 충격적이었습니다.
백산:너도 모르는 사이에 결국은 죽게 될 것이다.
백산의 이같은 경고가 없었다 하더라도 우리는 결국엔 죽습니다. 아픔으로 인해 죽음을 예비한 사람도 있을테고 또 갑작스럽게 죽을 수도 있을테고... 그래서 백산의 경고를 염두에 두지 않았었는데... '좀 살맛하니까 죽는구나' 하는 어르신들의 표현처럼 그렇게 살맛하니까 이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제목이 아이리스니 아이리스요원이 아니고, NSS요원이었던 김현준(이병헌)이 죽었다는 것이 의아할 이유도 없지만, 너무 어처구니없게 죽었기에 황당했습니다. 진사우(정준호)처럼 싸우다 죽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어폰을 꽂은 채로 그를 우아하게 기다리던 연인이 알아준 것도 아니고...
일상으로 돌아와 청혼하려는 꿈에 부풀어서 청혼반지를 보며 들뜬 그가, 연인을 만나러 가는 장면을 자꾸 자꾸 비추는 것이 어찌 불안해보이더니 결국에는, 어디서 날아왔는지도 모를 총성에 그는 피를 흘리면서 멀리보이는 연인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죽음을 맞이합니다. 다만 그의 죽음은 시청자들이 알고 안타까워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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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 의문점을 갖게 한 여인, 최승희(김태희)에 대한 아리송한 정체에, 하나 더 보탠 것은, 김현준이 그야말로 뜻밖의 장소에서 죽음을 맞도록 달리는 차량에 정확하게 총을 쏜 실력있는(?) 사격수는 누구일까? 입니다.

속편을 생각하고 있다니 기대감을 고조시키기 위해서 무척이나 애썼음을 알수 있지요.

남북정상회담과 남북경협을 방해하고자 한 아이리스의 반란으로 인해, 수많은 피해자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같은 일을 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던 현준이, 일반인으로 돌아갔다고 방심한 사이에 주검이 되어가면서 사랑하는 연인을 지켜보는 현준의 마지막이 너무나 애처롭고 안타까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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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준:
외람되지만 질문하나 드려도 됩니까? 이 정상회담 이런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추진해야될 가치가 있습니까?
대통령:뭐 지금 통일이 어떤 가치가 있는 일이냐 그렇게 묻는 건가? 역사적인 전진엔 고통이 따르는 법이네. 우리가 고통이 두려워서 피한다면, 아무것도 이룰수 없을 것이야. 난 자네 생각도 같은 줄 알았는데.
현준:전 잘 모르겠습니다. 지난 2년동안 희생된 사람들 대부분이, 정상회담이니 통일이니 하는 것들하곤 관계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역사적인 전진에 그동안 희생된 사람들에게도 과연 의미가 있었던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대통령:오늘은 우리가 승리한 날이야. 모든 국민들에게 우리가 이 시련을 이겨냈다는 것을 알려줘야 되네. 자네도 꼭 그자리에 함께 해주길 바라네.

이념이 달라서, 혹은 방해가 된다고, 더 억울한 것은 삶을 도와준 것이거나 지인으로 알고 지냈다는 것으로도... 주변사람들의 희생이 너무나 많았다는 것입니다. 저와 더불어 일반인은 현준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의미?
다른 나라와의 전쟁도? 내전도? 일반인들은 이해하기 힘들지 않겠습니까?
남북정상회담? 경협?
필요합니다. 하지만 많은 희생을 감수하게 된다면? 그리고 그 희생자가 내가 된다면? 혹은 가까운 지인이 된다면? 보통의 사람들은 움츠려들게 되지 않을까요?
굳이 방해하려고 조직을 만들어 대항하는 무리가 있을게 뭡니까?
물론 드라마라고 생각하고 봤지만, 보이지 않고 공개되지 않은 이와 비스무리한 무리가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도 갖게 되더군요.
분단된 국가의 약점을 이용하려는 정치인들의 가식이 더 이상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서로 비난하지 말고  서로를 인정하고 평화롭게 살면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더 진해집니다.

통일
해도 된다? 안해도 된다?
저도 헷갈립니다. 제 학창시절엔 무조건 북한은 나쁘다로 배우면서도 통일을 외쳤고, 요즘 아이들 책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훨씬 부드럽게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 이라고 노래 부르는 정치인들을 보면 100% 확신이 들지 않는 모호함을 느끼며, 아이리스같은 반대파 무리와 역사적인 전진을 꿈꾸는 무리들이 작전상 정치적으로 대립양상을 보임으로 국민들을 속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에, 양쪽 다 시선이 곱게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 제 솔직한 심정입니다.
국가발전과 역사적인 전진을 위해서는 고통이 따른다고 할 때에, 그 속에서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맡은바 임무를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종의 소모품처럼 취급당함을 보면서 진사우(정준호)나 김현준같은 인물이 훌륭하면서도 불쌍하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정치인이 생각하는 국민은, 인민은, 어떤 존재인가 생각해 보면 슬프기 그지없습니다. 그저 막연하게나마 통일이 되면 국방의 의무는 아마도(?)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점과, 그리고 같은 민족이면서 서로 욕하고 헡뜯지 않아도 되고, 이산가족이 서로 만나며 마음대로 오갈 수 있는 자유를 누리게 됨은 좋을 것이란 단순한 생각만 들뿐입니다.

역사적인 전진엔 고통이 따른다...... 그 고통이 두렵다고 피한다면 아무것도 이룰수 없다?
권력자는 보호받으며, 이루고자 하는 뜻을 위해 수많은 희생자를 만들어 낸다?
과연 무엇을? 누구를 위한?
그리고
옳은 일인지?
혼란스러워서 주절거려 보았습니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인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