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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여행

첫 가족여행에서 아들과 딸이 놀란 이유

금년엔 아들이 제대를 했고, 고3딸이 수능을 마친 해라 우리가족에겐 나름 홀가분한 때를 맞았을 뿐만 아니라, 약간의 여유도 생긴 가계부를 들여다 보며 흐뭇한 마음에, 처음으로 우리가족만의 오붓한 여행을 가져보기로 꿈꾸던 것을 지난 달 말에 이루었습니다.
그럼 왜 그동안은 가족여행을 가져볼 생각을 못했는가? 
아이들 어릴적에는 모임에서 가족동반으로 묻혀서 잠깐 즐긴 시간이 있긴 있었으나, 남편을 맞선으로 만나 결혼하여 가정을 일구며 맞선을 주선한 아주머니의 소개와는 달리, 워낙에 없이 시작한 신혼살림이었던지라, 낭만? 여유를 생각할 겨를조차 없었던 세월이었기 때문입니다.

거창하지 않더라도 일단 우리끼리 한번 떠나보자!
떠나자!
아이들만 동의하면 무조건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작년부터 하고 있었던 저는, 혹시라도 아이들이 따라나서지 않겠다고 하면 어쩌나? 하고 내심 걱정했건만, 엄마의 뜻을 이해하고 흔쾌히 따라나서 줌이 고마웠던 길이었습니다.

엄마, 어디로 가세요?
아무 계획을 잡지 않았어.
정말요?
그래.
평소의 우리엄마답지 않네. 계획이 없다니... 아빠 정말이세요?
그런가 보다. 하지만 여보, 목적지가 있어야 내가 운전하기가 좋지.
그냥 가요.

저는 가족들을 데리고 떠난다는 기분에 들떠서 계획없이 나섰는데, 남편과 아이들은 저의 평소 모습과 다르다며 걱정과 핀잔을 늘어놓았습니다.
엄마가 계획하지 않고 나섰다고 하지만 생각해 둔 곳은 있을거 아니예요? 정말로 그냥 떠나는 거예요?
응, 계획 잡아놓았는데 너희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김샐것 같아서 정말로 아무 계획없이 떠나는거야.
정말?
응.
몇번을 확인하며, 계획없이 무작정 나선 걸, 믿기지 않는다는 투로 묻고 또 묻네요.
사실은 야무지게도 제주도를 꿈꾸어왔습니다. 그리고 경비를 준비해 두었으나, 울남편 일의 성격상 펑크낼 가능성이 높아서 감히 예약을 할수 없었기에, 막연하지만 제가 예정한 날에 별일이 없으면 무조건 데리고 나설 생각을 했던 것입니다.
 
우리 아들, 딸이 놀랐던 점을 간추려보니 세가지가 됩니다.
첫째, 위에 소개한 대로 목적지없이 나섰다는 점입니다.
우짜노? 저도 속으로 걱정이 무척 되었습니다.
이번 첫여행이 괜찮아야지 다음에 또 나설수 있을텐데......
또 하려구요?
그래 딱 한번만 더, 해외로... 그때는 여행사스케줄대로 따라가면 되는 걸루다^^

목적지없이 나섰지만, 이곳과 가까운 곳은 강원도를 거쳐 동해안 국도를 드라이브하겠다는 남편의 말에 찬성하고, 먼저 찾았던 곳은 태백이었습니다.
강원도를 선택한 건 잘한 일이었습니다. 강원도엔 관광지와 휴양지가 많아서 한곳에만 머물러도 1박2일은 거뜬한 곳이라 조금 안심이 되었습니다.
여행지에서 담은 사진을 정리하며 차차 포스팅 하겠습니다.

둘째, 경비에 대해 무척 염려했다는 점입니다.
태백으로 접어드니 문득 울아들과 딸에게 먹이고 싶었던 메뉴가 생각났습니다.
태백한우!
금년 1월에 부부모임에서 한번 다녀왔는데 맛이 기가 막혔기에, 이후 울애들에게도 먹이고 싶다는 생각을 쭈욱 하고 있었건만 좀처럼 기회가 오지 않았었는데,
 '이 참에 먹여야지.'
하는 생각에
 " 여보 태백한우 먹었던 그 식당부터 가자. 아침도 안먹고 나서서 배고플 때도 됐잖아."
강원도 태백한우의 진정한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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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을 통해 볼수 있는 연예인(빅뱅도 있네요^^)들이 다녀간 기념으로 남긴 사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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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방송을 통해 유명세를 치른 식당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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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엔 1인분에 22,000원이었는데 값이 올라있었습니다. 25,000원으로.
양이 많은 편이라 우린 3인분에 밥을 시켰습니다. 4인이지만 3인분으로도 충분했습니다. 이 식당에서부터 울아들과 딸이 경비지출을 보고 낭비한다고 여기며 근심하기 시작했다고 딸이 전했습니다.
25,000원~30,000원선으로, 몇달에 한번 정도 외식을 하던 우리가정에서 이렇게 비싼 비용으로 한끼를 떼우다니 이거 낭비아냐?
이렇게 오빠가 동생에게 걱정스럽게 투덜거렸다네요.
다 먹은후, 차에 올라타고 다음 목적지를 향하면서 제가
참 부드럽지 어때?
하고 물었더니, 울아들 답이 제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이와 비슷한 거라도 먹어봤어야 맛있다 아니다를 비교할 수 있죠, 첨 먹어보는 거라 잘 모르겠지만 먹을만은 했는데... 값이 너무 비싸요.
......

1박 2일중, 제대로 먹은 식사는 하루 한끼였습니다. 늦은 출발에 아침겸 점심이 되었던 태백한우였고, 콘도에 들러 숙박비를 치르고 라면으로 저녁을 대신했으며, 다음날도 늦잠으로 아침겸 점심을 먹었을 뿐인데, 콘도숙박비와 영덕에서의 특산물인 대게값에 놀랐던 것입니다. 사실 저도 좀 놀랐던 대게값이긴 했지만, 다시 오지 않을 기회로 여기고 별미를 선택했던 것입니다.

맨날 돈없다고 절약해야한다고 하면서 도대체 우리집에 돈이 얼마나 많길래 이렇게 써? 울엄마 언제 이렇게 통이 커졌어?
아들은 놀람과 염려스러움의 눈치를 동생에게 보냈고, 오빠의 반응에 딸은,
염려마. 엄마가 오랫동안 준비했던 거라서 걱정안해도 될거야.
라고 답했지만, 딸도 사실은 걱정스러웠다고 전합니다.
대게는 어시장이 아닌, 식당으로 바로 들어가는 바람에, 너무 비싸서 양껏 먹을 수 없었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어시장에서 구입했더라면 훨씬 값싸게 많은 양을 먹을 수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셋째, 아빠는 무조건 엄마편.
나 군대 간 사이에 분위기 무척 바뀌었네^^ 아빠는 무조건 엄마가 하자는대로 하시네.
오빠도 그렇게 느껴? 나도 그래. 엄마가 아빠를 살살 꼬시면 아빠는 무조건 엄마말에 동의하고 말이야.^^
남매는 틈만 나면 뒷좌석에서, 식당에서, 관광지에서, 소곤거렸고, 의아해하는 이런 소곤거림이 우리부부에게 들렸습니다.
아들과 딸은 자신들이 하기 싫으면 싫다고 거부하거나 따라나서지 않지만, 남편은 제 부탁을 잘 들어줍니다. 동행도 해주고 사진찍으라고 차도 세워주고... 든든한 제편입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아이들이, 엄마가 아빠를 너무 부리는 것 같다며(?) 아빠편이 되어 저를 공격했고, 남편은 애들보고
너무 그러지 마라 엄마가 서럽다고 울면 어쩔려고 그래. 당신 좋을대로 해.
하면서 저를 격려해 줬습니다. 가족여행을 꿈꾸던 제 소망에 날개를 달아주고파 애쓴 남편의 배려임을 저는 압니다.
 
관광이나 혹은 휴양차 넉넉하게 스케줄을 잡고 떠난 시간은 아니었지만, 저보다 훨씬 커버린 아이들을 데리고 나설 수 있었다는 점에 보람을 느끼며(?) 행복한 추억을 만들었다고 좋아한 저와는 달리, 울애들은 경비지출에 놀라고 염려하느라 즐겁지만은 않은 여행이었다고 해서 우리부부 마음을 짠하게 했습니다.
아이들을 통해서 그동안 제가 알뜰함만 외치고 사느라 얼마나 여유가 없었는지를 확인하며, 반성하는 계기도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