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들이,여행

추억속에 묻히게 될 스위치백 구간에서 본 기차풍경

사용자 삽입 이미지

태백에서도 볼거리가 많지만, 바다를 보고싶다는 딸의 요청에 따라 두번째 행선지로 삼척을 택하였습니다. 행선지가 정해지니 늦은 출발을 아쉬워하면서 서둘러야만 했습니다.
어디쯤일까요?
갑자기 아들이 외칩니다.
 "엄마, 저기 보세요. 산골짜기로 보이는 마을이 참 특이해요."
엄청 높은 지대로 올라와 있는 느낌을 풍기는 장면이 눈에 들어옵니다.
 "어 정말 그러네."
 "사진 찍을래?"
 "참 맞다.ㅎㅎㅎ"
 "아빠는 엄마한테 최고다."
아이들이 아빠의 자상한 점을 칭찬하고, 엄마는 아빠한테 잘해야한다고 저를 나무랍니다. 남편이 잠깐 차를 세웠습니다. 흐린 날씨라 마음에 들 정도로 산뜻한 사진은 아니지만, 산과 산사이, 골짜기와 골짜기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마을풍경이 참 독특하게 느껴집니다.
 "여보, 여기가 어디야?"
 "아까 동네를 가로지른 철도를 넘을 때보니까 통리였던가?"
 "통리?"
 "저기 보이는 곳은 또 다른 곳이겠지?"
 "그렇지."
가까이서 나무를 볼때와 멀리서 숲을 보는 거랑 다르듯이, 이 사진속의 모습이 그와 비슷한 느낌을 갖게 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고불고불한 도로를 정신없이 내려오던 중, 기차를 본 딸이
 "언제 우리 기차여행도 한번 해봐요."
 "너 어릴 적에 대구큰댁에 갈때에 자주 탔는데..."
 "그땐 너무 어려서 기억도 안나요.^^"
 "알았어. 언제고 엄마가 떠나자 하면 오늘처럼 예쓸하고 흔쾌히 나선다고 약속하면 하지."
 "그렇게 할께요."

기차는 수학여행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뭔가 아리송한 많은 이야기를 담아줄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하는 묘한 향수를 느끼게 되는데, 저희세대와는 좀 다르겠지만 아이세대도 묘한 매력을 갖게 되나 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번에는 남편이 외칩니다.
 "아까 그 기차가 뒤로 간다~!"
 "어 진짜네."
남편이 생각났나 봅니다.
 "그 구간이야!"
 "무슨?"
 "생각안나? 수학여행으로 강릉갔다며. 강릉갈 때 꼭 거치는 곳인데..."
 "아~!!! 앞으로 갔다가 뒤로 갔다가 다시 앞으로 가던 그곳?"
 "그래."
아이들은 모릅니다. 강릉으로 수학여행을 가지 않았으니까요. 우리는 고등학교 수학여행으로 강릉과 경포대, 속초로 동해안에 머물렀지만 울아들은 제주도, 울딸은 중국으로 갔으니까요.

남편의 설명에 귀를 기울입니다.
영동선 구간에 국내 유일한 스위치백 구간이 있는 데, 지금 우리가 본 곳이랍니다. 스위치백은 험한 산간지방의 철도에서 급격한 경사를 올라가는 방식인데, 경사가 심해서 한번에 올라가기가 힘이 들어,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며 큰 경사를 여러개의 작은 경사로 나누어 올라가는 형태랍니다. 선로가 Z자형으로 설치되어 있는 독특한 곳이지요.
찾아보니 이 지역이, 통리역과 도계역사이로 고도 차이가 심한 지역으로, 열차의 스위치백구간은 나한정-흥전역사이의 1.5KM 구간이랍니다. 우리가 본 곳이 이 사이쯤 되나 봅니다.

그런데 이제 이 지역의 스위치백 구간도 추억속으로 묻히게 될 위기(?)에 놓였습니다.
왜냐하면, 영동선 통리와 도계역사이에 흥전 나한정역의 스위치백과 또아리굴을 직선화하여 고속운전에 도움이 되는 루프식 터널로 새선로를 건설하는 공사가 2010년에 완공예정으로 공사중이기 때문입니다. 좀더 빨리 강릉에 갈 수 있다는 좋은 점도 있지만, 재미있는 철도시설이 하나 사라진다는 안타까운 마음도 생기더군요.
뜻밖에 거치게 된 곳이었는데, 참 잘 지나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에게도 잊지 못할 추억의 장소가 될 것 같습니다.

삼척시에서는 해당구간을 관광자원으로 보존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는 데... 어찌될찌 귀추가 주목되는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