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고사 점수가 발표된 후부터 내년 새학기까지, 우리고장 거리엔 명문대합격자 이름이 적힌 현수막이 시내 곳곳에 등장할 것입니다. 곳곳이라 하니 엄청 많은 학생이 명문대에 합격하나? 하고 여기실지 모르나, 작은 도시인 우리 고장엔 한두명이란 소수의 인재(?)로 국한되기에 여러곳에서 자랑스러워하는 현수막이 되기 때문입니다.
12월 수능결과에 따라 수험생은 자신이 원하는 학과, 대학으로 뿔뿔이 흩어지고 소위 'SKY대학'에 합격할 경우, 학교에서 현수막을 내거는 일은 당연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아이들 시선중에는 질투와 시샘도 있고, 축하의 마음도 있고, 어떤 경우는 자신은 아니지만 쑥쓰럽게 왜 현수막에 이름까지 써서 내거는지 모르겠다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고장 사람들은 부러운 시선을 보냅니다. 물론 불편한 심기를 애써 감추는 학부모나 학생도 있을 수 있겠지만.
대도시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살기에 더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보기에 따라선 학벌위주, 서열위주로 소수에 끼지 못한 많은 아이들의 기를 죽이는 행위라는 입장을 보이기도 하겠지만... 우리같은 작은 도시에서는 자랑거리와 부러움의 대상으로 더 크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우리 고장에서는 SKY대학이 아니라 할지라도 서울, 혹은 수도권에 위치한 대학교라도 갈수만 있다면... 진출(?)하고픈 소망을 키우는 지방의 서러움을 애써 감추지 않습니다.
전국의 어느 고등학교나 소위 몇 안되는 우리나라 명문대에 합격할 경우,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똑같은 거 같습니다. 그러니 한결같이 현수막을 내걸고 있겠지요^^
현수막을 보면서 대도시와 중소도시의 차이점을 보았기에 짚어보려 합니다.
대도시에는 아무래도 우수한 아이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일일이 이름을 나열하지 않고, 무슨대학 몇명으로 나타내지만, 우리처럼 작은 도시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의 몇 안되는 경우라서 이름이 적힌 현수막이 나붙습니다.
그리고 대도시의 경우는 어떠한지 정확하게 알 수 없는 부분이지만, 우리 고장에서는 명문대합격한 수험생을 배출한 고교의 교문뿐만 아니라, 출신 초등, 중학교 벽에도 몇회 졸업생 OOO 이란 이름이 적힌 현수막이 걸리는 것은 당연하고, 시내 곳곳에 이름적힌 현수막이 나부끼며 보는 이로 하여금 부러운 시선을 던지게 합니다. 하물며 학생이 살고 있는 아파트단지에도, 종친회에서도, 혹은 취미생활하는 부모님의 동아리에서도 누구회원 자제분 등등으로... 온 시내에 그 학생 이름을 모르면 안될 정도로 자랑거리가 됩니다.
그리고 학생이 사는 아파트의 주민들이나 학부모를 알고 지내는 지인들 중에는 잔치라도 벌여야 하는 게 아니냐며 은근히 부담(?)을 주기도 하는 분위기입니다.^^
명문대합격자가 된 학생은, 고장의 자랑이며, 출신학교의 자랑이며, 출신학원의 자랑이 되어 시내 곳곳에서 그 학생의 이름이 화제가 됩니다. 워낙에 합격 인원이 적은 곳이라 그 이름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풍토가 되었습니다. 이런 분위기를 보는 수많은 아이들이 기가 죽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비슷한 실력으로 경쟁을 하던 아이였다면 속상하겠지만, 우리고장에선 한두명 배출되는 경우기 때문에 명문대 합격자를 다른 부류(?)로 여기기 때문에, 명문대 지상주의니 아이들 사기를 꺾는 일이니 뭐 이런데 별로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를 보이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축하하고 기뻐합니다.
아마도 우리고장에서는 매년? 명문대합격자 배출을 볼수 없을 수도 있기에 우리모두가 더 간절한지도 모릅니다. 제 아이들이 주인공이 되면 더 자랑스럽고 뿌듯하겠지만 꿈으로 끝났습니다.^^
그리고, 우리고장엔 현수막이 비단 명문대합격 현수막만 걸리는 것이 아니라, 하물며 졸업한 선배들이 예체능쪽에서 두각을 보이며 좋은 결과를 거두었거나, 또는 공직에서 진급을 했다거나...
재학생 중에서 전국을 대상으로 무슨 대회에 나가 좋은 성적을 거두었을 때에도 나붙는 현수막... 일상화가 된 분위기에 익숙한 탓인지 그다지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저 또한.
작은 도시인 만큼, 그만큼 귀한 소식이기에 서로가 소중하게 여기는 풍토를 지닌 소도시에 사는 저는 오히려 좋게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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