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대박 기대했다가 답답함 느낀 영화 '청담보살'

주인공에 대한 기대감때문에 완전 웃음대박일거라고 상상했던 제 잘못일까요? 코믹하긴 했으나, 웃음에 대해선 개인적으로 실망한 영화입니다.
수능을 마친 딸을 데리고 함께 볼 영화로 꼽았을 만큼, 기대가 큰 영화라며 딸과 함께 동행하기를 원했건만, 딸이 따라나서지 않았음이 다행스러웠습니다.
예능프로그램' 패떴'을 통해 본, 박예진의 코맹맹이 애교와 생얼의 털털함, 그리고 지적이면서도 섹시한 외모로 신세대 무속인역을 맡았다기에, 뭔가 독특하게 차별화된 코믹함을 보여주리라 상상했을 뿐만 아니라, 임창정표 웃음코드를 익히 아는 터라, 어울리지 않는 두 젊은이의 등장만으로도 익살과 통쾌한 유머로 관객들을 마음껏 웃겨주리라 철떡같이 믿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제 바람이 너무 컸나 봅니다.
스트레스 확~!!! 날려버릴 만큼 강한 웃음폭탄은 끝내 터뜨려지지 않고 영화는 끝이 났고, 저는 허무함에 얼른 일어나질 못했습니다. 배꼽빠지게 웃을 작정을 하고 고른 영화였던 충격인 셈이죠.

그렇다고 영화가 재미없었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웃지 않았다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폭탄이 터질 듯 하면서도 불발로 끝나버리는 것이 답답했고 아쉬웠다는 것입니다.
차라리 웃음폭탄을 기대하지 않고 봤더라면, 오히려 재밌는 영화라고 소개했을 지도 모릅니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 소견으로, 새로운 시도는 좋았지만 웃음코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영화입니다.
자주 웃게 만들긴 합니다. 그러나 웃다보면 곧 진지모드 혹은 심각모드가 웃음을 바로 시들게 합니다. 웃음한방에 스트레스 날리고 싶은 간절한 마음은 저의 소망일 뿐이었다는 거죠. 전개상의 문제인지? 이상하게도 웃음의 맥을 잇지 못하고 자꾸만 끊어버린다는 느낌을 자주 받으며, 나중엔 체념하게 되더군요.
'아 또 저 정도에서 웃기다 말겠지.'
정말 그랬습니다. 누군가가 자신의 몫만큼만 웃기고 나면, 다음타자가 시들하게 만들고, 또 누군가가 애써 분위기를 고조시켜놓으면 또 다른 다음타자는 아주 자연스럽게 다운시켜버리는 것이 참 답답했습니다.

시원하게! 호탕하게! 웃겨준 후에 감동을 맛보게 해야 더 진하게 와닿을텐데, 그게 안되더군요. 위에 등장한 낯익은 사람들 외에도 뜻밖의 사람들이 갑작스럽게 카메오로 등장하여, 웃음을 던졌음에도 불구하고 호탕한 웃음을 맛볼 수 있도록 이끄는 데는 뒷심이 많이 부족했습니다.

새로운 코믹커플이 탄생되리라는, 제 멋대로의 상상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미래을 보는 신기를 지닌 미모의 무속인이라는 독특한 소재였기에 더 기대가 컸었는데 말이죠.
 

애써 웃겨놓으면, 그 바통을 받은 다음 타자가 그 분위기를 이어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찬물을 끼얹는 형국이라, 간헐적인 웃음만 감질나게 흘리는 정도였기에 웃음코드에 동참한 배우들의 열연이 안쓰러웠습니다.

이 두사람이 제공한 웃음은 괜찮긴 했으나, 치매환자인 엄마역할의 서글픔이 곁들여져 이 또한 유쾌하지만은 않았습니다.

분명 임창정식 유머는 빛을 내려 애를 씁니다, 그리고 웃겼지만. 이 영화는 희한하게도 코믹상황을 짧게 마무리하고 또다시 시도하는 독특한 분위기를 맛보이며, 웃음폭탄의 불발상황을 갑갑하게 만들어냄을 당연시 여기도록 그려내고 있음이 관객입장에서 참 안타까운 점이었습니다. 감독이 의도한 것처럼 여길 정도로.

얼마전, 무릎팍 도사에 출연하여 아쉬움을 보였던 영화 몇편의 사연이 떠올라, 영화 '청담보살'을 보는 내내 그가 안쓰럽게 여겨졌습니다. 미리 계약금을 받았다는 이유로 언제 촬영하게 될지도 모를 막연한 영화때문에, 금년에 대박난 영화출연을 거절하며 큰 아쉬움을 맛보며 백수생활을 했던 그가, '청담보살'로 조금이나마 위안받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서, 기대없이 보면 재밌는 영화라고 소개할수 있는 것인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