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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TV

운명의 남자는 '청담보살'만 궁금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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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청담동에 위치한 '포춘살롱'청담동의 명물 '청담보살' 있는 유명한 사주카페입니다. 어머니(김수미)로부터 신내림을 받은 미혼의 미녀도사 태랑(박예진)이, 신기도 뛰어날 뿐만 아니라 완벽한 외모와 억대 연봉으로 세대 무속인으로 당당하게 등장하여, 쉬쉬거리며 비밀스럽게 점쟁이.무당을 찾아다니면서도 천대시 여겼던 예전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와 분위기를 선뵈였습니다.
엄마가 무당이라 창피하게 여기며 자식에게 대물림하게 될 경우, 일반적인 선입견으로는 무조건적으로 거부하며 반항하게 되던 상황과는 달리, 청담보살(오태랑/박예진)은 직업처럼 받아들인 듯한 편한 분위기로 나오는 것이 개인적으로 뜻밖이란 생각도 잠깐 스쳤습니다.

자신을 찾아와 미래를 알고자 하는 방문객들의 애정운, 사업운은 너무 잘 봐주면서, 정작 자신의 운명에 대해선 아는게 없을 뿐만 아니라, 어릴 적부터 신기있는 엄마가 주의를 줬던 운명의 베필을 알아볼 수도 없는 답답한 처지에 놓인 주인공 청담보살입니다.
'청담보살', 이 영화는 미녀도사 태랑이 자신의 베필을 찾는 이야기인데, 크게 공감할 수 있었던 이유는, 상황은 좀 다르지만 제가 맞선으로 제 반쪽을 찾고자 했던 시절이 떠올라, 태랑의 애타는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에 코믹한 영화를 보면서도 진지함에 빠져들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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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年 5月 16日 밤 11時 생
딸의 사주를 본 엄마는, 스물 여덟살을 넘기기 전에 운명의 남자를 만나야만 액운을 피할 수 있음을 태랑의 어린시절에 예고했습니다.

제 경우는, 친정엄마 친구분 중에 역학을 공부하여 예견하는 능력을 보이신 분이 계십니다. 그 분을 통하여 울엄마도 자식들에게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까봐 전전긍긍하시면서 미리 알고 대처하고자 부단히 노력(?)하신 분인데, 수많은 주의 중에 한가지를 소개하면, 사춘기시절이 지나자 우리들을 불러놓고 하신 말씀이
"누구는 몇월생과 절대로 이성친구를 사귀지말아라..."
는 식으로 일러주셨습니다. 청담보살 엄마처럼 생년월일을 정확하게 짚어 줄 능력은 아니되었나 본데, 엄마가 전해준 이 말이 은연중에 신경쓰였습니다.^^
혹시라도 엄마가 각자에게 월만이라도 피하라고 일러준 이성친구를 사귀었다가 정이 들어 결혼하겠다고 하면 어쩌나 노심초사했다고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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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일러준 그 운명의 남자가 아닌 경우, 좋지 않은 일이 생긴다고 하더니 정말로 그런 일들이 눈앞에서 벌어지는 것을 몇번 본 태랑은, 두려운 마음에 함부로 남자친구를 사귈 수도 없습니다. 운명을 회피하려고 시도해 봤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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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어느새 스물여덟살이 되었고, 엄마가 일러준 그 운명의 남자는 나타나지도 않으니 태랑은 점점 초조해지기만 하던 어느날, 갑작스러운 사고로 찌질남 승원(임창정)을 만나게 되고, 동시에 학창시절 첫사랑 호준(이준혁)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드디어 만난 인연앞에서 망설입니다
좋은 운명, 나쁜 운명 그 모든 것이 정해진 팔자라고 믿는 태랑이 그 운명을 처절하게 거부하고픈 상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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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이면 찌질남 승원이 그 운명의 사주를 타고 났음을 간파하고, 태랑은 운명과 사랑사이에서 갈등을 겪습니다. 그리고 운명의 그 베필인지 봐달라고 병원에 계신 엄마한테 소개시키려고 데려간 자리에서 엄마가 남편으로 여기면서 더 좋아하는 모습을 본 딸은 어이가 없습니다.

이 장면과는 다르지만, 울엄마도 제 남편을 처음 본 순간 무척 마음에 들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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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에 순응해리라 마음먹은 태랑은 시댁이 될 집안에 찾아가 인사까지 드렸는데, 승원의 사주가 주민등록증에 적힌 생일과 다름을 알게 되고, 냉정하게 돌아섭니다. 결혼할 것처럼 관계가 무척이나 가까워졌다고 여겼던 승원입장에서는 황당하기 그지 없습니다. 진하게 사귄 것같지는 않지만 어느새 정이 들어버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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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年 5月 16日 밤 11時 생

그 넘의 운명이 뭔데?
사주팔자가 뭔데?
우리 나라에 같은 해, 같은 날, 같은시에 태어난 사람이 어찌 딱 한명뿐이랴¿
일당을 주기로 하고 다 모아온 승원. 정말 이토록 많을 수 있을까요? 같은 해 같은 날까지는 가능해도 시간까지라... 의문은 들지만 이 남자 생각있는 행동을 보이므로, 결코 찌질남으로만 끝나지 않음에 멋져보이기까지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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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보살 태랑이
'운명이냐? 사랑이냐?'
를 놓고 고민하는 것은,
'찌질남 승현이냐? 첫사랑 호준이냐?'
가 아니라,
'엄마가 일러준 사주팔자를 가진 남자냐? 주민증에 나타난 사주냐?'
로 바뀌어 갈등하게 되었습니다.

청담보살이 자신의 반쪽을 찾기 위해, 아니 알고파서 궁금해하는 심정을 보면서, 저는 우리때만 해도 어른들이 정해놓은 결혼적령기라는 시기를 의식하고 있었을 때라, 제가 맞선으로 저의 반쪽을 찾아보려고 여러번 맞선을 보면서 겪었던 갈등과 맞물렸던 심정이 떠올라 애달파 보였습니다.
저의 경우, 울엄마가 궁합을 매우 중시 여겼습니다. 그리하여 맞선상대를 고르기에 앞서 생년월일(사주)부터 빗대어서 궁합을 본 후에 나쁘지 않아야 맞선을 주선하던 엄마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사람 저사람 거듭된 맞선에 지쳐가면서, 제가 불쑥 떠올랐던 생각은 천상베필이라면 두사람의 몸에서 그들만이 알아볼 수 있는 광채같은 것이 번쩍였으면 좋겠다고 상상해 본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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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을? 팔자를? 바꿀수 있는 힘을 보여준 청담보살.
그 힘은 바로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비가 오면 우산을 빌려줄수는 있지만, 비를 멈추게 할수는 없다』
는 솔직함이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아무리 남의 애정운을 잘 본다고 해도 정작 본인의 운명을 가름할 수 없어서 답답해하는 딸에게 던진 엄마의 체념어린 말속에서 선택은 네 것이라는 의미를 느꼈습니다.

잡지책속에서 자신의 영험한 신기를 홍보하는 광고를 볼 때면, 영화의 청담보살처럼 신세대 무속인의 당당함을 엿보며 유혹을 느낍니다.
저도 울친정엄마처럼
'우리 아이들의 베필이 될 상대자의 사주를 미리 알아둬야 하나?'
ㅎㅎㅎ

제 소망은, 저나 울남편처럼 능력없음을 내보이는 중매결혼을 원치 않으며, 스스로 베필을 찾아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는 자녀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