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밥을 먹는데 아들이 딸에게
"OO아, 너 이제 상전노릇은 오늘로 끝이네^^"
"오빠는 모르나 본데, 나 그동안 상전노릇 안했어^^"
제대한지 며칠되지 않은 아들은 그동안 군복무중이었으니 울집의 분위기를 알리가 없습니다.
"엄마, 정말이예요?"
하고 아들이 의아한 듯 제게 묻습니다.
"그래, 상전으로 모시기는 엄마가 너한테 그랬지. 너는 못느꼈을 지 모르지만 엄마 마음속엔 항상 네가 상전이었지. OO이는 어려서부터 스스로 다 알아서 하는 바람에 별로 신경쓸 일이 없었어."
"OO이 성격상 엄청 예민하게 굴었을 거 같은데... 의외네.^^"
"오빠, 난 필요한 거 내 스스로 해결했어. 어젯밤에도 과일먹고 싶어서 내가 스스로 깍아 먹었어. 내가 이제 엄마보다 과일을 더 예쁘게 깎을 정도야.^^"
"정말?"
"그렇다니까. 엄마 맞죠?"
"딸한테 미안하지만, 아들~ 네가 상상하는 것처럼 고3 대우 해준 거 없어. 우리 서로 부담주지 않기를 원했어."
"OO이 대단하네."
"OO이만 대단한 거 아니지. 엄마도 대단하지 않나? 공부해라 뭐해라 어쩌구 하면서 얼마나 간섭이나 잔소리하고 싶은 거 참았겠어. 그러니 엄마도 대단하지.ㅎㅎ"
저의 이같은 자화자찬에 우리아들과 딸의 웃음보가 터졌습니다.
"엄마, 오늘 학교오실거예요? 오지 마세요. 신종플루때문에 동아리후배들이 예정했던 응원이 다 취소되어 카메라에 별로 담을 게 없을거예요."
"그래도 갈거야. 울딸이 시험보는데 일부러라도 가야되는디 카메라에 담을 게 없다고 안가다니 그럼 안되지. 당연히 가야지."
"저 때문이라면 정말로 안오셔도 돼요."
"동행하자고 안할테니 신경쓰지마. 넌 친구랑 같이 간다고 했으니 가고, 엄마는 나중에 갈거야."
"허리 아파서 치료다니시니까 드리는 말이죠.^^"
"괜찮아. 엄마가 알아서 할께. 주의사항 알쥐?"
"예."
"딸~ 오늘은 모의고사때와는 달리 찍신이 강림하실거니까 염려 붙들어 매도 돼."
"엄마가 기도했어요? 찍신내려달라꼬^^"
"암만!!! 아빠도 너 일어나기 전에 기도하셨고, 오빠는 엄마가 도시락 준비할 때 동참시키면서 기도시켰으니 오늘 너는 복받는 날이야."
"오빠 정말?"
"엄마가 네 도시락 준비하면서 갖가지 색상의 야채를 사용하면서 뭐라고 했는 줄 아니?"
"......"
"골고루 사용해야 네 머리속에 있는 오만가지 지식들이 다 발휘된다고 하셨어."
"정말?"
"그렇다니까. 그리고 나보고 거들라고 하시면서 또 뭐랬는 줄 아니? 내가 거들어야 정성을 통해서 내머리속의 지식이 너한테로 전달된다면서 좀 빌려주라고 했어. 가끔 보면 우리엄마 참 재밌지.^^"
"ㅎㅎㅎ 진짜 웃긴다. 교회다니면서 가끔 이런 모습 보이는 울엄마보면 참 귀엽다니까."
이 대화를 듣던 제가 귀를 가리며
"그래, 엄마귀엽지(귀없지)^^"
하며 들이대는 저를 보고 또 웃었습니다. 울딸 긴장감 하나도 보이지 않았으며 우리도 느끼려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공부면에서 아들보단 좀 못하기에 이왕이면 알고 있는거, 혹은 어렴풋이나마 본 것이라면, 우리가족 모두의 정성에 힘입어 평상시에 보던 모의고사 성적보다 좋은 점수를 획득해서, 딸이 원하는 대학의 학과에 합격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다 보태고 싶은 심정을 딸의 도시락에 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주방일을 흔쾌히 도와준 아들에게도 감사했습니다.
딸~ 홧팅!!
점심 맛있게 먹었니?
오늘 찍신은 네편이라는 것 잊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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