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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교육

작년과 비교되는, 2010수능고사장에서 울뻔한 일



오늘 수능본 딸은 친구와 함께 친구아빠가 태워주는 차를 타고 먼저 등교를 했고, 저는 집안정리를 마친 후 학교앞에 나가 보았습니다. 어젯밤에 울딸이 그랬습니다.
"엄마, 금년에는 신종플루때문에 후배들의 응원은 참여가 아니라 벽으로 대신하기로 했대요."
"그럼 등교할 때 조용해서 좋겠구나."
"전 아닌데... 오히려 시끌벅적한 풍경이 더 좋아요. 평생에 단 한번뿐인데..."
아~ 실수, 듣고보니 딸의 마음도 이해되었습니다만, 학력고사세대인 저는 오히려 시끌벅적한 등교길이 쑥쓰러웠던 기억이 되살아납니다. 양쪽으로 쭈욱 늘어선 후배들이 교문에 들어갈 때까지 박수를 치면서 환호성을 지르는 바람에 몸둘바를 몰랐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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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선배들의 수능대박을 외치며 응원나온 후배
2009, 수능고사 치루는 학교앞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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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장식된 응원이 수험생을 반기는 금년

확실히 작년의 분위기하고는 많이 다름을 느낄 수 있었던 학교앞엔 수험생 부모나 그밖의 사람들 숫자가 현격하게 줄었고, 동아리후배들의 응원전이 사라진 자리엔 정말 벽이 대신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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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엔 선후배들 모습뿐만 아니라 미용실에서도 나와서 홍보전을 벌여 붐비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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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과 같은 시간대에 나가본 학교, 금년엔 설렁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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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앞에서야 그나마 좀 볼수 있었던 후배들과 선생님들 사이로 몇명의 학부모를 볼수 있을 정도로 신종플루가 고사장의 모습도 바꿔놓았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별나게 한다고... 하루아침에 성적이 쑤욱 오르는 것은 아니나, 일년에 한번씩 후배들의 기발한 아이디어로 볼거리와 재미, 그리고 긴장감을 덜어주는 역할을 하며 즐거움을 주기도 하고 격려가 되기도 했던 모습이 부쩍 줄어들었음은 금년 수험생들을 서운하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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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마다 응원메세지를 들고서 경쟁이라도 하듯이 기발한 아이디어로 교문앞을 장식했던 그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던 오늘 아침에, 딱 한팀이 직접 들고 있는 현수막이 눈에 띄였는데... 이 문구를 보는 순간 제 가슴이 어찌나 뭉클했던지...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날뻔한 주책시런 마음이 찾아들었습니다.
『열아홉살 인생! 19년간 이 날을 위해 준비했다.』
오직 대학가기 위한 삶으로 비치는 우리나라 교육의 모순을 너무나 잘 드러낸 문구로 다가오면서, 오늘의 실수가 인생실패는 아닐진데, 수험생이 아닌 수많은 아이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시험에 응시한 수많은 아이들의 인생또한 이 하루의 결과가 얼마나 크게 영향을 미치게 될지 아는이가 없기에, 더 긴장되고 조바심을 내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우리네 삶의 과정이긴 하지만 끝은 아니고, 또 다른 시작을 위한 관문이기에 대학입학했다고 공부가 끝난 것도 아니고, 더구나 인생이 끝난 것도 아닙니다. 또 다른 출발을 위한 준비였을 뿐이라는 문구가 저를 슬프게 했습니다.  바라옵기는 19년간의 인생에 플러스알파를 만들기 위한 관문이 되기를 바라며, 시험을 치르고 대학에 진학하는 아이들이나, 사정상 대학진학을 포기한 아이들에게나, 공평하게 자신이 꿈꾸는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댓가에 따른 성취감을 맛보는 일은 공평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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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문이 닫히고, 선생님과 학부모들이 발길을 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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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다한 결과에 기쁨만이 존재하기를 기도합니다.

시험을 마친 딸이 돌아왔습니다. 결과야 어찌되었건 간에 홀가분한 마음때문인지 표정이 밝아보입니다. 응원해주신 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