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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교육

수능을 앞두고 우리딸이 행한 마음가짐

어제저녁, 딸의 방에 들어가보니 꽉 차 있던 책꽂이 한쪽에 공간이 생겨나 있었습니다.
"딸~ 책꽂이가 좀 헐렁해진 것 같네^^"
"엄마가 어떻게 아세요?"
"너 맨날 책꽂이가 비좁다고 하면서 책상위에 문제지 쫘악 깔아놓았는데 엄마가 왜 몰라 알쥐."
"난 엄마가 저한테 별로 관심없는 줄 알고 있었는데 예리하시네요. 헤헤 농담^^"
"엄마가 네방 청소할 때마다 뭐가 어디에 놓여있는지 보게 되는데 당연히 알지."
"엄마가 제 방 청소도 해주셨나요? 저만 청소한 줄 알았는데요^^"
"표안나게 해놓아서 그렇지. 너보단 자주 했다."
"몰랐어요. 맨날 똑같아서."
"너 네물건에 손대는 거 싫어하잖아. 그러니 표안나게 하려고 청소후에 그대로 해놓았지.^^"
"그래도 제가 제방 청소를 더 많이 했을거예요."
"그건 아니지. 너는 주말밖에 안하지만 평소에는 엄마가 했는데 뭔소리야?"
"울엄마 삐진다. 농담이라구요."
"지지배야 엄마가 네방 닦을때마다 기도하는데 고것도 몰랐겠지. 네 눈엔 방관자처럼 보이니까. 너도 나중에 엄마되면 알게 될거야. 자식 잘되기 바라는 맴이 부모마음인거."
"오빠~ 울엄마 정말 삐졌나벼^^"
"안삐졌다. 낼 시험인데 끝내고 책꽂이 정리해도 될 것을..."
"저는 주변이 어지러우면 그게 자꾸만 생각나서 안돼요. 그래서 이미 다 본 문제지를 이제 치운 거예요. 낼아침엔 책상위도 아주 깔끔하게 치워놓고 시험보러 갈거예요."
이 대화를 듣고 있던 아들이 나섭니다.
"혹시 너 손톱 발톱도 다 깎았니?"
"당연!! 남들은 목욕도 손발톱 깎는 것도 다 뒤로 미루지만 난 안그래."
"그럴줄 알고 물어본거야. 엄마 OO이는 보통애들하고 다르게 반대로 하네요.^^"
 "그러게 말이야."
 "오빠는 그렇게 했어? 손발톱 깎아야 하는데 시험이라고 미루고 그랬어? 찝찝하지 않아? 난 그게 자꾸만 생각나서 방해받기 때문에 오히려 시험 전에 다 해치우는 게 편해."
 "나도 너랑 좀 비슷하긴 했지만, 내가 보기엔 넌 좀 지나쳐^^ 결벽증같아."
듣고 있자니 웃음이 났습니다.
 "엄마가 보기엔 너희 둘 똑같아. 아빠엄마가 똑같고 엄마뱃속에서 나온애들끼리 뭐 도토리 키재기해봤자야.^^"
 "ㅎㅎㅎ"
우리는 폭소를 터뜨렸습니다. 4살 터울로 먼저 태어나 오빠가 된 아들의 고3시절을 바라보던 울딸은 여중생 2학년이었지만, 그 당시 딸은 저와 비슷한 심정으로 오빠를 바라봤습니다. 열심히 공부해야하는데 다소 엉뚱한 짓을 하는 아들에 대해 불만이 있었던 저의 심정을 이해했던 딸이었건만... 막상 딸이 고3되더니 그때의 오빠심정을 알겠다면서 아들과 비슷한 행동을 보이는 바람에 오히려 제가 황당함을 느꼈던 적이 있습니다. 그후로
 '그래, 누굴 닮았겠어? 남편아니면 날닮은 애들이니 시기에 따라 똑같은 행동을 하는게 너무나 당연하지.'
아들도 딸도 둘만의 똑같은 행동에 대해 알기에 폭소를 터뜨린 것입니다.

예비소집이었던 어제 수능고사장을 다녀온 딸은, 자신의 학교에서 시험을 보게 된 점이 익숙해서 좋다고 했고, 저 또한 평소와 같이 등교하면 되는 딸을 지켜보는 게 마음 편했습니다. 딸이 집을 나선 후, 딸의 방에 들어가보았습니다. 정말 깨끗하게 다 치워져 있었습니다. 쓸데없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울딸은 어젯밤과 오늘아침에 주변정리를 말끔하게 마치고 고사장으로 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