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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교육

미용사가 꺼리는 최악의 어린고객과 애엄마는 누구?

유전적으로 남들보다 일찍 흰머리가 생기기 시작한 억울한(?) 저는, 30대후반부터 염색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보름이 지나면 하얗게 올라온 머리카락으로 인해, 저를 보는 타인의 놀라움이 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공평함에 위안이 되어줌은, 동안인 제 모습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놀람과, 동안이기에 머리카락이라도 남들보다 이른 하얀색으로 말미암아 노안인 친구에겐 위안이 되기도 한답니다.

저는 보름에 한번씩 집에서 홀로 염색을 하다가, 몇달에 한번은 미용실에 가서 염색을 함과 동시에 머리손질을 합니다. 지난 주말 미용실에서 끝이 갈라진 머리카락을 잘라내고, 염색한 뒤 시간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동안에 한 젊은엄마 (?←이렇게 쓰고 보니 어느새 저는 중년의 엄마가 되어 있네요^^) 가 어린아들을 데리고 와서 아이의 머리손질을 부탁했고, 미용사는 아이를 어린이전용 의자에 앉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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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머리손질을 위해, 미용사의 손에 들린 머리깎는 기계가 작동함과 동시에 미용실 안은 아이의 울음소리로 가득찼고 아이옆에 선 엄마는 어쩔 줄을 몰라하는 광경을 보면서, 우리아이가 저만했을 때는 어땠나? 떠올리며 참으로 수월하게 키웠음에 감사했습니다.
기계 작동소리가 귀를 자극하며 어떤 아이의 경우는 공포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기계소리는 치과에서 치료받을 때의 기분과 비슷하리라 여겨집니다. 기계가 작동하지 않아도 아이의 울음은 좀처럼 그칠 줄 몰랐고, 옆에 선 엄마는 아이의 손을 잡은 채
 "어떡하니 어떡하니?"
하면서 발을 동동굴렸습니다. 한참후, 손질을 끝낸 아이는 엄마손을 잡고 미용실을 떠났고, 아이의 울음소리에 귀가 먹먹했던 미용사는
 "고녀석 되게 우렁차게 우네. 시끄러웠죠?^^"
하면서 저를 보며 웃습니다. 이에 저는
 "아이가 와서 한바탕 울어놓고 가니까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수고하셨어요.^^"
 "그래도 아까 그 아이는 수월한 편이예요. 어떤 아이는 우는 것은 물론, 몸부림까지 쳐서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는데 더 황당한 것은, 아이의 몸부림을 함께 본 아이엄마가 아이 머리가 이상하게 되었다며 투덜거리는 거예요. 그럴때면 미용실 확 치우고 싶은 충동을 느껴요."
 "여러사람을 상대하다보면 참 다양한 사람들 많이 보겠네요?"
 "예, 어린아이들도 다양하지만, 애엄마도 희한한 엄마가 있었지요."
미용사와 대화를 나누다 알게 된 다양한 유형의 어린고객과 엄마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어른처럼 가만히 있는 아이
드물지만, 간혹 이런 아이가 있는데 미용사가 가장 좋아하는 어린고객이랍니다. 굳이 엄마가 아이옆에 서 있지 않아도 되는 경우로 울아들과 딸이 이에 속하는데, 기계소리에 인상은 가끔 쓰지만, 울지않고 끝까지 잘 참았던 거 같습니다. 미용사는 이런 아이를 보면 이뻐서 어쩔줄을 모르겠다고 합니다.
2. 어린이전용 의자기능에 몰두하는 아이
운전대를 돌리고 옆에 붙은 부속을 누르느라 조금 움직이기는 해도 울지 않으니 좋은 고객에 속하는 아이입니다. 엄마나 미용사가 잠깐만~! 하고 주의를 주면 가만히 있어주는 귀여운 고객입니다.
3. 울면서도 움직이지 않는 아이
좀전에 다녀간 아이처럼 겁에 질려 울어서 시끄럽긴 하지만, 그나마 다루기 좋은 어린고객이랍니다. 이럴 경우 엄마의 유형이 두가지로 나뉘는데, 아까 본 그 엄마처럼 어떡하니? 만 되뇌이며 쩔쩔매는 엄마가 있는가 하면, 아이가 좋아하는 과자를 내밀면서 잠깐이라도 달랠 수 있는 지혜로운 엄마가 있답니다.
4. 울면서 몸부림치는 아이
기계가 닿을때마다 머리를 흔들고 몸부림을 쳐서 원하는 대로 머리손질을 하는데 아주 힘든 고객이랍니다. 아이의 몸부림을 이해한 엄마는 약간 잘못 깎여도 수고했다고 인사하는 엄마가 있는가 하면, 불만을 보이는 엄마가 있답니다.
5. 미용실을 가만히 앉아 차례를 기다리지 못하고 놀이터로 여기는 아이
자신의 차례가 되기를 앉아서 기다리지 못하고, 미용실을 놀이터삼아 마냥 왔다리 갔다리 해서 부산스럽게 하는 아이도 있으며,
6. 미용실 물품을 장난감 다루듯 하다가 깨뜨리는 아이
만지지 말라고 주의를 줘도 막무가내로 장난감 다루듯이 하던 아이는, 결국에는 떨어뜨려서 망가뜨려놓는 아이도 있었답니다. 이런 아이는 미용실에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최악의 손님으로, 5번과 6번의 경우엔 아이가 아무리 소란을 피워도 애엄마가 모르는 척 가만히 있길래, 미용사가 아이에게 주의를 주니까 도리어 자기 자식이 스트레스 받는다고 화를 내는 엄마가 대부분이랍니다.
 "망가뜨린 물품값은 변상해 주던가요?"
 "아뇨. 도리어 화내고 가더라구요. 참 어이가 없었지요. 그렇게 키워서 어쩔려고 그러는지 원. 애는 애니까 주의를 줘서 고치면 되지만... 화를 내는 엄마를 보고 자라는 애는 어찌될지 괜히 걱정스럽기까지 해요. 자식 귀한 줄만 알았지 가정교육은 전혀 안돼 보이는 애엄마를 보면 기가 막혀요. 어디가서 또 그런 피해를 입힐 것 같고..."

미용실을 이용하는 고객입장에서는 좋은 미용실과 싫은 미용실을 구분지어 단골이 되는 경우지만, 미용사입장에서는 손님을 가려받을 수 없는 애로점을 내포한 최악의 어린고객에 대한 경험을 들으며, 나는, 혹은 내 아이는, 어떤 유형인지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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