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무기간도 점점 줄어 약2년간의 군복무를 무사히 마친 울아들이 드디어 예비군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신종플루로 말미암아 말년휴가와 전역이 혹시라도 미뤄질까봐서 노심초사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제 날짜에 다 이루어졌습니다.
제 블로그에 울아들의 근황에 대해 글을 올릴적마다 함께 염려해주시고, 격려해주신 님들의 덕분으로 여기며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느리게 느껴졌을 뿐이지 국방부시계는 고장없이 잘 돌고 있었음을 아들의 전역으로 확실하게 확인시켰습니다.^^
현재 군복무중인 군인청년들에게도 여전히 국방부시계는 흐르고 있기에 조바심내지 말고 안심하시기 바랍니다.
울아들 말년휴가때와는 다른 무늬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제대인사를 했는데, 어디서 많이 본 것이라 여겼더니 예비군모자라는 말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습니다. 그러고 보니 병장계급이 새겨져 있던 옷에도 예비군무늬로 바꿔져 있었습니다. 남자형제속에 자란 저였지만 까맣게 잊고 있었다가 아들로 인해 새삼스럽게 상기하게 됩니다. 제대와 동시에 민간인(이런 표현도 아들때문에 알게 되었습니다.)이 되면서 예비군이 된다는 것을요.
참 웃깁니다. 울아들이 군입대하면서 아저씨라는 호칭이 자연스럽게 따라붙더니, 이번에는 전역과 함께 예비군아저씨가 되어 돌아온 아들을 보노라니, 워낙에 동안인 아들이 입은 예비군옷이 아빠옷을 빌려입은 듯한 느낌을 풍겨 더 웃겼음에도 불구하고 군인정신의 당당함만은 그대로 몸에 배여있어서 씩씩함이 보기 좋았습니다.
아들이 뭔가를 내밀면서
"엄마, 이거 아빠선물이예요. 엄마선물로 마땅히 떠오르는게 없어서 생략했는데... 서운해하지 마세요^^"
"이게 뭔데?"
"귀마개예요. 군인들이 사용하는 건데 겨울철 새벽에 아빠 일나가실 때 사용하시면 좋을 것 같아서 전역선물로 준비한 거예요."
"희한하게 생겼네."
"뒤로 하는 건데 참 편리하고 따뜻해요."
"우리아들이 전역하면서 선물까지 생각했다는 그 마음이 너무 고맙네. 아마 아빠도 그러실꺼야."
"엄마, 엄마꺼 없다고 서운하신 거 아니죠?"
"괜찮아. 마음씀이 대견해서 기분좋아."
"정말이죠^^"
제가 혹시라도 서운해할까봐서 몇번을 확인하는 아들을 보며, 군생활로 달라진 마음씀이 대견스럽기만 합니다. 더구나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때에 선물이라니...
퇴근한 남편을 향해 아들이 경례를 마치자마자, 저와 우리딸은 얼른 귀마개주인에게 착용을 강요했습니다.
"여보, 이거 해봐요. 이거 아들이 당신줄려고 준비한 선물이래."
"이게 뭔데?"
"아들이 당신줄려고 준비한 전역선물."
"전역선물?"
"예. 제가 준비했습니다. 비싼것은 아니지만 아빠를 생각했습니다."
"귀마개야. 얼른 해봐."
우리모녀는 남편의 모습을 보고 깔깔 웃었고 남편은 아들을 보며
"아들, 그동안 수고했고 이 선물 고마워. 잘 쓸께."
"비싸고 좋은게 아니라서 죄송합니다."
"비싼 선물이 중요한 게 아니라 네 마음이 고맙다."
"감사합니다. 만약에 아빠가 술을 좋아하셨더라면 아마도 제가 양주한병 들고 왔을 것입니다.^^"
"아들, 그 양주도 사왔으면 좋았을 텐데.^^"
"왜요? 엄마가 마시게요?"
"엄마가 마시긴. 큰댁에 네 큰아버지 갖다드리면 무척 좋아하셨을 테고, 덕분에 난 우리아들 자랑도 하고..."
"엄마말씀 들으니까 제가 그 생각까지 못한게 정말 아쉽네요."
"그래도 울아들 멋져."
"^^"
겨울철 새벽 칼바람을 맞으며 일나가는 남편이지만 목도리나 마스크가 거추장스럽다고 외면하던 남편이었는데, 금년 겨울에는 생각지도 않았던 아들의 전역선물에 감동받아 꼭 착용하여 따스한 겨울나기가 되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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